“그 말을 들으니 내 속이 다 후련하다”라든가 “오랜만에 속 시원한 소리 한번 들었다”라는 식의 표현을 더러 듣는다. 이것은 “얼음물을 한컵 마셨더니 뱃속이 서늘하다”는 말과 그 뜻이 다르다. “속 시원하다”는 말은 “속이 답답하다”는 말의 반대로 “답답함이 없어졌다”는 의미를 지닌다. 마음을 짓누르던 그 무엇인가가 사라지면서 심신이 편안해지는 증세이기도 하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자율신경의 반응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율신경 계통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우리의 감정이 우울하거나 걱정스럽거나 긴장을 하면 교감신경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교감신경이 활발해지면 위나 소장 같은 내장이 수축하고, 또 이런 장기에 분포된 혈관도 수축한다. 이러한 수축은 우리에게 “속이 답답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러한 상태에 처해 있는 사람이 어떤 이유로 교감신경의 기능이 완화되면 내장과 그 안의 혈관도 이완되어 순간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시원하다”는 기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예컨대 속이 몹시 상하지만 꾹 참고 말을 못했는데 누군가 내 대신 그 말을 해주면 그 순간, 긴장되었던 교감신경이 완화됨에 따라 수축되었던 내장과 혈관이 이완되고, 이것이 편안함을 주고, 결국은 시원하다는 기분으로 나타난다. 따끈따끈하고 맛있는 국물을 마실 때 “아, 시원하다” 하는 것도 똑같은 이유에서이다. 가슴 답답함이 심할 때는 짬짬이 틈을 내어 편안한 배호흡으로 머리를 맑게 하는 것이 좋다. 긴장된 근육을 이완하는 데는 배호흡, 가슴 들어올리기, 가슴 펴기, 허리 돌려 기지개 펴기 등 몸의 일부분만 사용하는 동작이 효과적이다.
이 세상 모든 사물은 물질과 비(非)물질로 구분된다. 그리고 또 모든 사물에는 성질이 있다. 비물질의 성질이 성(性)이고 물질의 성질이 질(質)이다. 마음은 성이기 때문에 심성이라 하고, 몸은 질임으로 체질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뜨거운 것을 마시면서 시원하다고 할 때, 뜨겁다고 느끼는 것은 질이요,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은 성이다. 더운 물 속에 들어가면서 시원하다고 하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이다. 아버지가 뜨거운 목욕탕에 들어가면서 “아이고 시원하구나” 했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이 “아빠, 시원해?” 하면서 뜨거운 욕탕에 냉큼 들어갔다. “앗, 뜨거워!” 하면서 다시 욕탕 밖으로 톡 튀어나온 아들이 한마디 했단다. “이 세상에 믿을 x 하나도 없네”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 방기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