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권진규 30주기전
8월28일~9월15일 서울 인사아트센터(02-736-1020)
권진규(權鎭圭·1922~73)라는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미술교과서에 실려 있던 그의 테라코타 작품 <지원의 얼굴>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 자폐적인 그의 내면을 반영하듯 침울하면서도 부드러운, 내면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 권진규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인생은 공(空), 파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한국 미술사에서 근대 조각을 완성하고 현대 조각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조각가인 권진규는 1959년 일본에서 귀국한 뒤 흙을 사용한 테라코타와 옻칠 기법을 원용한 건칠(乾漆)로 독창적 양식을 개척했다. 일본에서 부르델의 제자인 시미즈 다카시에게서 배우는 등 유럽 조형 예술을 흠뻑 받아들였으면서도 한국의 고대예술에 심취했던 그는 엄격한 고전성과 현대성이 어우러진 리얼리즘 조각들로 20세기 한국 조소예술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이번에 열리는 ‘권진규 30주기전’에는 테라코타, 건칠, 석조, 목조 등 대표작 70여점과 미공개작 50여점 등 모두 120여점의 유작이 전시된다. <지원의 얼굴> <자소상> <춘엽니> <말> 등 잘 알려진 작품 외에 사후 30년 동안 서울 동선동 작업실에서 잠자던 작품 20여점이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다. 석고틀에서 재현한 <여인>, 부조 <작품> 등 처음 일반에게 모습을 보이는 이 작품들은 권진규의 생전 그의 곁을 지졌고 그의 죽음 뒤에도 작업실을 그대로 보존해온 막내 여동생 권경숙씨가 내놓은 것이다. 역시 처음 공개되는 <여인상>은 모델이었던 권진규의 제자가 소중히 지니고 있던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권진규가 일본 유학시절인 1950년대에 남긴 초기 스케치북 2권이 포함됐다. 미술학교 후배로 일본에서 함께 살았던 오기노 도모 여사가 권진규의 30주기를 맞아 공개한 것이다. 총 38점의 다양한 드로잉들은 그의 작품에 대한 중요한 자료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공연 | 연극원 극단 돌곶이 <물질적 남자> 8월29일~9월7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958-2696)
삶을 삶으로 지탱시켜주는 기억은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우리의 몸은? 시인이자 극작가인 황지우가 쓰고 실험적인 무대예술로 유명한 무대미술가 윤정섭이 연출한 <물질적 남자>는 붕괴된 백화점 밑에 낀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과 몸과 사회의 깊은 곳을 낯설게 바라본다.
40대의 적당히 권태롭고 적당히 짜증이 난 한 남자는 아내와 연결되는 삶의 지겨움과 소녀로 인해 열리는 삶의 환희를 번갈아 오가며 모든 것이 뒤섞인 서울에 살고 있었다. 소녀의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어갔다 붕괴사고로 지하에 매몰된 남자에게 이제는 지상에서의 모든 추억들이 달라붙는다.
급조된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세트로 상징되는 서울은 사람이 숨을 쉬는 도시가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급조된 무대장치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 맡은 역을 연기하며 시간을 때운다. 무대장치 안에 산다는 것을 잊도록 끝없이 물질화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백화점, 그리고 무너진 백화점 아래 묻힌 남자는 그 서울에서 만들었던 자신의 삶을 반추하기 시작한다.
보통 연극에서 배우들이 무대 중앙으로 등장하는 형식과는 달리 인형이 주인공 남자로 등장하고, 배우들은 그 남자의 손과 발로, 가끔은 살아 있는 추억으로 등장한다.
축제 | 원주한지문화제 천년의 숨결, 한지 ‘소통’ 9월3~7일 원주 치악예술관 일원(033-731-1364, www.wjhanji.co.kr)
강원도 원주에서 전통한지를 소재로 가을을 여는 축제가 열린다.
예로부터 ‘한지의 본고장’으로 불린 원주의 한지는 중부 내륙지방의 알맞은 기후와 풍부한 사질양토 등 좋은 조건에서 자란 닥나무와 깨끗한 물을 사용해 섬유질이 질기고 부드러워 천년을 보존한다고 조선시대 <해동전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올해 5번째를 맞는 원주 한지문화제는 이 지역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시민의 힘으로 사라져가는 한지문화를 복원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다양한 종이전’과 문헌상으로만 존재하는 한국의 전통 등을 재현하는 ‘한지와 빛의 향연’, 한지공예수상작을 전시하는 ‘제3회 대한민국한지대전’ ‘한지의상전’과 함께 북유럽판화전 등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다. 특별전시인 북유럽 판화작가전은 소통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의 특징을 보여준다. 동서양이 한지를 매개로 만나는 기획으로 북유럽의 대표적인 작가 16명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내면 세계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삶과 고독 그리고 빛과 색의 절제된 표현 등을 만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이 직접 한지를 만들어보는 등 다양한 한지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체험행사 중 하나인 ‘블루프린트’는 한지에 블루프린트 감광액을 발라 준비한 뒤 햇빛을 이용하여 자신의 신체를 프린트 할 수 있는 흥미로운 행사다.

이번 전시에는 권진규가 일본 유학시절인 1950년대에 남긴 초기 스케치북 2권이 포함됐다. 미술학교 후배로 일본에서 함께 살았던 오기노 도모 여사가 권진규의 30주기를 맞아 공개한 것이다. 총 38점의 다양한 드로잉들은 그의 작품에 대한 중요한 자료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공연 | 연극원 극단 돌곶이 <물질적 남자> 8월29일~9월7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958-2696)

축제 | 원주한지문화제 천년의 숨결, 한지 ‘소통’ 9월3~7일 원주 치악예술관 일원(033-731-1364, www.wjhanj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