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문학상수상작] 나는 ‘삼미’처럼 살았다네
등록 : 2003-08-27 00:00 수정 :
1982년 인천에 살던 중학교 1학년생 주인공 ‘나’는 단짝친구 조성훈과 삼미 슈퍼스타즈에 열광한다. 참패가 계속됨에도 삼미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기는커녕 더욱 가열차게 불붙는다. 그러나 85년 고별전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삼미’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공부에 전념해 일류대에 붙는다. 조성훈은 부모의 죽음을 계기로 홀연히 일본으로 사라진다. 지리멸렬한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취직해 결혼도 하고 아파트도 얻어 아득바득 살게 된 나. 죽어라 일해도 행복은 없다. 무관심이 쌓은 아내와의 벽, 언제 잘릴지 모르는 회사. 모든 걸 다 잃었다고 자포자기할 즈음, 친구 조성훈이 해묵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가방을 들고 찾아온다. 그리고 이제는 남 따라 뛰지 말자고, 더 이상 속지 말자고, ‘삼미’처럼 살자고 말한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대로 살아가자.” 그리하여 ‘프로’가 아닌 ‘자신의 야구’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그것이 바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었던 것이다….
지은이 박민규(35)씨는 고등학교 시절 ‘섹시 보이즈’라는 밴드에서 활동하며 같은 반이었던 운동부 친구로부터 “운동 시작하고 꼴찌 안 해본 건 너 덕분에 처음”이라며 공짜 맥주를 얻어먹었을 만큼 지진아로 살아왔다. 올해 한겨레문학상과 동시에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해 겹경사가 겹친 그는 요즘 쉬엄쉬엄 밴드 연습을 하며 <월간: 또 까불래>(가칭)라는 문화 무크지를 궁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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