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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새/음/반

473
등록 : 2003-08-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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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덴마크 출신의 피아니스트 닐스 란 도키가 이끄는 피아노 트리오 ‘트리오 몽마르트’가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국가’를 주제로 낸 세 번째 음반. 칙 코리아의 연주로 잘 알려진 <스페인>을 타이틀 곡으로 삼은 이 음반에선 리더인 닐스 란 도키의 명징한 건반 터치와 함께 라스 다니엘손의 베이스, 제프 부드로의 드럼이 삼각편대를 이루어 11곡의 수록곡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피아노가 멜로디를 이루고 다른 악기들이 리듬감을 가미하는 것과 달리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곡 전체에 또렷한 각을 세우는 역할을 분담한다. 특히 정교한 베이스 솔로 연주를 피아노의 멜로디를 대신할 정도로 전면에 내세웠다. 바다 거품처럼 조용히 귓가를 어루만지는 연주로 거듭난 <아랑후에즈 협주곡>, 유럽 재즈 특유의 단아함이 살아 있는 <베사 메 무초>, 라틴아메리카적 감수성이 스페인의 정취와 섞여 있는 <사보르 아 미>, 기타의 멜로디 트레몰로를 피아노가 맡는 대신 베이스가 재해석을 지휘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개성적이고 우아한 편곡·연주가 돋보인다. 이미 다른 재주 연주자들이 즉흥연주를 많이 시도했던 <바르셀로나>와 같은 작품들에서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을 감미로운 연주로 해석해냈고, 멜로디 연주가 강한 <부에나스 노체스, 미 아모르> 등에선 솔로들의 안정적인 참여로 스탠더드 재즈의 맛을 살렸다. C&L뮤직.



슈가 도넛 〈스피드 킹〉

어렸을 때 엄마가 시장에서 사주셨던 ‘설탕 묻힌 도넛’을 맛있게 먹은 기억 때문에 ‘슈가 도넛’으로 밴드 이름을 정한 이들은 음악도 이름만큼 시원하고 발랄하다. 지난해 나온 첫 음반 <스피너 점프>에 수록됐던 2곡에 신곡 4곡을 덧붙여 1.5판을 냈다. ‘달콤한 유쾌함’을 주축으로 했던 1집의 음악적 스타일에 더해 파워풀한 에너지로 가속도를 냈다. 반복되는 단순경쾌한 리듬, 명랑한 멜로디, 거친 듯하면서도 감성적인 가사가 귀에 꽂힌다. 경쾌한 8비트 리듬 속에 서정적인 가사, 유쾌한 멜로디가 대조를 이루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노래한 <바다>, 계획도 미처 세우지 못했지만 방학의 설렘을 과격한 사운드로 노래한 <방학>, 쉴 새 없이 달려대는 보컬과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인 <라디오 스타일>을 비롯해 영화 <마들렌>에서 쥬얼리의 ‘박정아’가 불렀던, 맑은 눈동자의 그녀를 사랑하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내용을 담은 <푸른 눈동자> 등 매력적인 곡들이 담겼다. 1집에서 가장 아쉬웠기 때문에 다시 라이브 느낌으로 녹음한 <그림 그리기>는 가사의 첫 소절 첫 글자만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른 문장이 만들어지는 숨은그림찾기 같은 곡이다. 2001년 밴드 결성 뒤 처음으로 만들어 특히 애정이 깊은 <스크루드 스피너 점프>는 언플러그드 연주 같은 편안함과 거친 목소리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작사·작곡·편곡·연주는 모두 슈가 도넛이 담당했고, 1집 프로듀서이자 닥터코어911·디스코트럭 등 록밴드 프로듀싱과 뮤지컬·영화음악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성수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들의 속도감 있는 연주를 듣다보면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행복’하게 질주할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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