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에는 체면이 없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아무 데서나 “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렷’ 하고 한줄로 서 있던 학생이 꽝 하기도 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텔레비전 앞에서 한 미국 대통령이 꽝 한 적도 있었고, 새로 임명한 각료를 대통령이 소개하고 있는데 한 장관이 무대에서 꽝 한 일도 있었고, 강의하던 어떤 교수가 연단에서 꽝 하는 경우도 있었다. 누군가 주위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때 당황하게 마련이지만, 대개 수분을 넘기지 않고 깨어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氣)라는 말을 즐겨 쓴다. 원기·정기·생기·핏기·공기·습기 등 수없이 많다. 하늘에는 천기, 땅에는 지기, 사람에게는 인기가 있다. 물에는 물기, 불에는 불기, 바람에는 바람기가 있다. 물론 사람에게도 바람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기가 우리 몸을 제대로 순환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몸을 돌던 기가 무슨 충격으로 잠시 막히면 이게 “기막힌 것”이다. 이런 기의 흐름이 아주 끊기면 이게 ‘기절’(氣絶)하는 것이다. 또 기가 끊기면 풍을 초래하니까 이게 ‘기절초풍’(氣絶招風)이다.
기절의 주원인은 뇌빈혈이다. 뇌로 가는 산소량이나 영양분이 부족하면 일어나는 것이다. 심한 빈혈이 있을 때, 당뇨병처럼 갑자기 혈당이 떨어질 때, 출혈이 심해서 혈액량이 부족할 때, 연탄가스 중독처럼 산소공급이 중단될 때에 기절한다. 반대로 뇌로 가는 혈당량이나 산소량이 지나치게 많아도 기절한다. 숨을 너무 가쁘게 쉬거나 불을 오래 불거나 할 때도 기절한다. 다시 말해서 뇌는 너무나 예민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가장 알맞은 양의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지 않으면 기가 끊긴다는 뜻이다. 너무 적어도 끊기고 너무 많아도 끊긴다. 이때 혈압은 떨어지고 맥박은 느려진다.
기절은 통증이나 공포에 대한 신경반응으로 탈진, 기아, 감정혼란 등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을 때 하체로 혈액이 모여 일어난다. 그 밖에도 멀쩡한 사람이 느닷없이 꽝 하고 쓰러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예컨대 심하게 재채기하다가, 심하게 토할 때, 심하게 기침을 하다가, 한바탕 웃다가,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오줌을 눌 때, 화장실에서 너무 힘줄 때, 콘서트장에서 “오빠- 오빠-” 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 때, 너무 열정적으로 성교를 하다가 등등. 무엇을 하든 다 알맞게 적당히 할 일이다.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 방기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