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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자나깨나 조국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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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8-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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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인 위안부의 증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선을 확대해가던 일본은 버마·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점령하고 중국 영토도 대부분 손아귀에 넣었다. 그리고 그 일본군이 있던 자리마다 위안소가 차려졌다. <중국으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2>(한국정신대연구소 엮음, 한울 펴냄)는 1995년에 이어 정신대연구소가 두 번째로 발간한 중국 내 한국인 위안부들의 증언집이다. 이 책에는 지린성·헤이룽장성 등 동북 지역을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와 우한, 산둥성에 거주하는 위안부 할머니 17명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몇명이 끌려갔는지 그리고 그 중 몇명이 생존해 있는지는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제까지 찾아낸 위안부 할머니들은 30명가량이다. 그리고 이 중 많은 이들이 끝내 ‘좋은 날’을 보지 못하고 한많은 세상과 작별했다. 식민지와 여성이라는 이중모순을 가장 뼈아프게 체험한 이들의 증언은 눈물이 배어나올 만큼 가슴 아프다. 성적 수치심과 멸시, 질병은 물론 직접 땔감을 마련해 만주 벌판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했던 힘든 위안소 생활, 해방 이후 가까스로 살아남아 중국인과 가정을 꾸리고 살아온 이야기, 가난을 못 이긴 부모가 ‘팔아 치워지듯’ 떠나온 고향이지만 평생 가슴앓이하며 그리워해온 사연이 절절이 담겼다.

중국 공산화 이후 국적을 선택하면서 어떤 이들은 고향 이름을 댔다가 지역이 북한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선인’으로 정해지기도 했다. 국적 문제는 할머니들을 가족이 있는 남한으로 모셔오는 데 결정적 걸림돌이 됐다. 1년 반 넘게 국적 전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자나깨나 남한의 가족들을 그리다 끝내 중국에서 숨진 조윤옥 할머니의 사연에선 식민지와 분단의 아픔이 겹겹이 묻어난다.

한국 정부는 2001년 여성부 지원으로 5차례에 걸쳐 중국 내 한국인 위안부 거주 실태 조사를 했다. 현재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중국 거주 일본군 위안부 후원회가 꾸려져서 한국인 위안부임이 확인된 중국 거주 할머니들에게는 매달 300위안(4만5천원가량)을 생활비로 지원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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