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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적게 먹어야 오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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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0-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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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칼로리 식사가 유전자와 작용해 수명 연장… 노화에 대한 오랜 신비 벗겨지려나

(사진/의약의 발달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60살 이상 노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저칼로리 식사를 하면 노인들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불로초 일화로 유명한 중국의 진시황도 세월의 힘을 막지는 못했다. 젊음을 유지하면서 오래 사는 것은 진시황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 바라는 소망이다. 과학계는 최근 적게 먹어야 오래 산다는 이론을 내놓아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MIT 교수 레너드 궈렌테(Leonard P. Guarente) 박사는 실험을 통해서 저칼로리의 식사가 유전물질인 DNA의 활동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명체의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발표했다.

칼로리를 제한하여 노화를 줄이는 결과는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던 현상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과학자들은 종(species)이 같은 동물이라도 적게 먹는 쪽이 더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 ‘바이오스페어 2’(Biosphere 2)에서 실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열량은 낮지만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한 사람들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스페어 2는 연구를 목적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학자들이 만든 인공적인 생물권이다. 이곳 내부는 우리가 사는 외부 세상과 차단되어 있다. 바이오스페어 2에는 지구상에 있는 암권(지표의 암석과 토양)과 수권(물) 및 대기권(공기)을 인공적으로 포함하고 있고, 환경에 있는 유용한 에너지와 양분을 자체 내에서 처리한다. 내부에 재순환해내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연구하는 동안 외부로 나올 수가 없고, 모든 식생활을 바이오스페어 2 내부에서 해결했다.

노화에 관련된 학설은 아직도 다양해


노화의 과정을 과학적인 입장에서 풀이한다면 외부자극에 대한 생물학적인 대응 기능과 신진대사 기능이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노화가 어떻게 일어나는 가에 대한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이 받아들이는 노화에 대한 학설은 유전물질을 이루는 DNA에 하나둘씩 생긴 돌연변이가 세월을 두고 쌓이면서, 결국엔 생물체 전체의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재미난 또 하나의 이론은 인간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연령색소’(age pigment)라고 하는 물질이 세포 내에 축적되어 생명체 고유의 기능을 억제하고, 쇠약하게 만든다는 설이다. 최근에는 ‘텔로머라제’(telomerase)라고 하는 효소가 나이가 들면서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아, 염색체의 끝을 이루고 있는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가 점차 짧아지면서 더이상 세포분열이 일어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설도 있다.

성장은 다른 말로 생장이라고도 하는데, 세포의 크기나 수의 증가로 인해서 생물 개체의 부피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주로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 호르몬(peptide hormone)의 일종인 성장 호르몬(growth hormone)에 의해 조절된다. 체내에서 성장 호르몬은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키고, 에너지를 생산해서 체내의 지방 성분을 분해하고, 체내 조직의 성장을 자극하는 기능을 한다.

성장 호르몬·초콜릿·김치 등 노화 억제

(사진/성장 호르몬은 사람의 키를 자라게 하며 노화를 억제하거나 회춘하게 하기도 한다)
최근 수년간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람의 키를 크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성장 호르몬에 노화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호르몬을 60대 이상의 노년층에 투여하면 근육이 성장하고, 골밀도가 증가했으며, 체지방과 복부의 지방이 감소됐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성장 호르몬이 노화를 방지하는 기능 이외에도 회춘의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60대 이상의 남성 노인들을 상대로 성장 호르몬을 주사한 결과 근력이 증가와 정신적인 효과 이외에도 정자의 수가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성장 호르몬은 생체 내에서 간을 자극하여 소마토메딘이라는 호르몬을 만드는데, 이것은 인슐린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2차 호르몬이다. 소마토메딘은 사람의 경우 어려서부터 서서히 분비가 증가되다가, 사춘기에 이르러 정점에 이르고, 성인이 되면서 점차로 줄어든다. 유전공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성장 호르몬을 얻기 위해 죽은 사람의 뇌하수체를 이용해야 했다. 따라서 공급해야 하는 호르몬의 양에 상당한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발달로 인해 국내를 비롯한 많은 유전공학회사에서 거의 무제한 양의 성장 호르몬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회춘을 꿈꾸며 성장 호르몬을 전문가와 상의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직은 금물이다. 성장 호르몬 투여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 단백질도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인 만큼 개인의 건강상태에 맞는 양을 투여해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고대 남미에서는 초콜릿을 ‘테오프로마 카카오’라고 불렀다. 이것은 한국말로 ‘신의 음식’이란 뜻인데, 초콜릿이 당시에 불로 장수약으로 얼마나 인기가 높았었는지 추측이 가능하다. 기네스북의 기록을 보더라도 100살 이상 장수를 한 사람들은 초콜릿을 즐겨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초콜릿에는 세포의 산화를 막는 ‘폴리페놀’이란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세포의 산화가 피부의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에 한 대학팀이 우리가 주로 먹는 김치가 노화를 막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노화를 방지하는 이유는 김치 자체가 갖고 있는 산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 때문이다. 이것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보충되어야 하겠지만 김치가 이런 효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로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자가 70.6살, 여자가 78.1살이다. 기록에 의하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24살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질병과 전염병으로 인해 어린 생명을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잡지에서 발표한 인류의 평균 수명은 1900년에 47.3살에서 1999년에는 77살로 100년 사이에 30년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이 발달하고 생활환경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고, 전염병과 같은 질병도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인간 수명은 얼마까지 연장이 가능할까

(사진/초콜릿에는 세포의 산화를 막는 성분이 들어있다)
영국의 한 전문가는 최근 인간 게놈(genome)에 대한 연구로 인간 수명이 머지않아 지금보다 최소한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러 각도에서 미래사회를 연구, 추론하는 미래학자들도 20세기에 이루어진 평균수명 연장을 토대로 머지않아 인간의 수명이 130살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이론에 상당수가 부정적이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은 앞으로도 조금씩 올라가겠지만 연장되는 범위가 지금의 평균수명에서 10년 이내일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관측이다.

최근에 발표된 유엔 통계에 따르면 세계에는 6억명 정도의 60살 이상 인구가 있는데, 50년 뒤인 2050년이 되면 이 수가 20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60살 이상의 노년층 인구가 14살 이하의 인구를 앞서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0년간에 노화와 질병 치료에 관련된 학문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에 극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정호/ 이학박사·미국 MIT 연구원jungho@MI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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