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수정 아기의 심장 기형 가능성 높다는 지적… 유전자 재설계로 아기 디자인하는 시대 다가와
1978년 7월25일, 영국에서 존과 레슬리 부부 사이에 세계 최초의 시험관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났다. 전형적인 영국 여성으로 살아가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세인의 관심을 모으기 일쑤다. 시험관아기는 신성해야 할 출산 과정을 조잡한 기술로 농락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수많은 불임부부에게 희망을 안겨준 게 사실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험관에서 수정돼 태어난 아이는 30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마다 1만5천여건의 시술이 이뤄져 3천명 안팎의 시험관아기가 탄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딜레마에 빠진 냉동배아의 운명
오랫동안 시험관아기는 윤리적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면 별다른 규제 없이 시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를 기를 능력이 없는 60살 할머니가 시험관아기를 낳는가 하면, 딸의 난자와 사위의 정자를 수정시킨 수정란을 친정어머니의 자궁을 빌려 낳기도 했다. 정자와 난자가 비공개적으로 거래되고 임신을 대신하는 대리모가 등장하기도 했다. 부모가 이혼한 경우 냉동배아의 운명은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최근 보조생식기술은 놀라운 양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배양하는 기술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운동성이 약한 세포를 치료하는 게 가능하고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수정란의 유전적 결함 유무를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아직까지 체외의 생식세포를 체내에서처럼 완벽하게 키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배양기술이라는 기초공사가 부실한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건물을 높이 올리는 데만 매달렸다. 그 결과 의학적으로 안전성을 검증받지 않은 기술이 적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게다가 보조생식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아기의 건강 측면에서 인공수정이 아기의 유전자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험관아기는 체외수정 및 자궁내 배아이식술(75%)과 난자세포질내 정자수입술(18%)로 태어난다. 그런데 영국과 호주의 의사들이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험관 수정으로 태어난 아기에게 심장의 구멍 등 기형이 있을 확률이 8.6%(자연임신은 4.2%)나 된다고 한다. 냉동배아를 통해 태어난 아이들의 선천적 기형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시험관 아기의 저체중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불임 부모는 대체로 나이가 많으며, 체외수정 임신의 35% 정도는 쌍태아를 비롯한 다태임신이다. 이렇다보니 미국 방역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인공수정된 아기들이 정상적으로 수정된 아기에 비해 저체중이 될 위험이 2.6배나 된다고 한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아동병원의 보 스트롬베르그 박사는 시험관아기는 정상 출산아에 비해 뇌성마비 위험이 3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쌍둥이 임신 빈도와 체중미달아-조산아 출산율 등이 맞물린 탓으로 여겨진다.
아기를 갖지 못하는 부부들은 상대적으로 고령이 많다. 불임이 아닌 사람도 나이가 많으면 태아의 건강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불임이라는 ‘병’을 갖고 있는 사람의 고령 출산은 예기치 않은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통해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이의 유전적 결함을 확신할 수는 없다. 황상익 생명윤리학회 부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인공수정 기술이 완전하게 확립된 상태가 아니다. 시술 과정에 약물과 기계장치가 들어가는 만큼 오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임과 복제, 그 불안한 동거체제
또한 시험관 아기의 유전자 재설계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생식세포나 배아, 태아 상태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병을 극복하려는 산전 유전자 치료가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산전 유전자 치료는 세포질 이식 등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성 유전병 등을 치료한다. 게다가 보조생식기술이 배아스크리닝기술과 결합하면 부모들이 자녀의 성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언젠가는 유전적 원재료인 ‘점라인’(germline) 수정을 통해 배아 진단 치료는 물론 종자선택마저 자유롭게 이뤄질 수도 있다. ‘아기 디자인’의 시대에 조심스럽게 다가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복제 논쟁의 불똥이 보조생식기술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보조생식기술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 된 지 오래다. 수년 전 이탈리아의 산부인과 의사는 불임 남성의 미성숙 정자를 쥐의 정소세포에서 키운 뒤 체외수정을 통해 아기를 출산하기도 했다. 인공 난자와 정자 역시 체세포 핵이식을 이용한 기술로 불임의 마지막 관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나라에는 보조생식기술 윤리지침과 인공수태 윤리에 관한 선언 등의 권고사항이 있을 뿐, 시험관아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다. 보조생식기술의 무한질주는 끝내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최근 보조생식기술은 놀라운 양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배양하는 기술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운동성이 약한 세포를 치료하는 게 가능하고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수정란의 유전적 결함 유무를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아직까지 체외의 생식세포를 체내에서처럼 완벽하게 키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배양기술이라는 기초공사가 부실한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건물을 높이 올리는 데만 매달렸다. 그 결과 의학적으로 안전성을 검증받지 않은 기술이 적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