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실체 좇는 심리 공포극 <4인용 식탁>… 풍성한 이야기 구조가 때론 지루하게 느껴져
한 평범한 남자(박신양)가 결혼 준비로 수리가 한창인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조명이 음식 대신 식사하는 사람들 위로만 떨어지는 특별한 ‘4인용 식탁’과 마주한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가 없는 그에게 덩그러니 사람 없는 자리를 비추는 이 식탁의 빈자리는 도드라져 보인다. 그리고 함께 모여 이야기도 하고 식사하는 식탁이 가족의 환유임을 친절히 설명하고 제목이 뜬다. 아직 공포는 시작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영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실은 무엇인가가 있는’ 빈자리에 대한 이야기고, 지금까지는 가족들과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한 남자의 기대만을 그 안에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죽은 두 아이가 식탁의 빈자리에 보여
공포는 갑자기 남자의 눈에 죽은 두 아이가 식탁의 빈자리에서 ‘보인다’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남의 과거를 볼 수 있고 길거리 아무 데서나 시도 때도 없이 쓰러지는 희귀병(기면증)을 앓는 여자 연(전지현)이 등장하고 이 특별한 여자가 끔찍하게 아이를 잃은 사연이 소개된다. 이 범상치 않은 만남은 남자의 기억 속에 있는 끔찍한 비밀을 밝혀낼 참이다.
일상의 공간에서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것들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또 그 사연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깊이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4인용 식탁>은 <링> 이후 동아시아 공포영화들의 꾸준한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정말 무서운 것이 일그러진 인간의 욕망이나 자아라는 것을 웅변하는 이 슬픈 우화에서 귀신은 다만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위한 식탁의 빈자리와도 같다. 이런 ‘심리’에 대한 강조는 <장화, 홍련>을 필두로 제작되는 올해 한국 공포영화의 공통분모처럼 보인다. 이런 ‘심리·심령 공포영화’들이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가족 내의 관계, 비극에 집중하는 것은 원혼의 원인을 외상(trauma)에서 읽는 탓에 지극히 당연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가족의 기억을 식탁의 빈자리로 응시하는 <4인용 식탁>도 이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심연의 깊이에 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효과적으로 공포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런 영화들이 ‘더 원초적이고 끔찍한 기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거나 마지막까지 그것을 반전을 통해 터뜨리는 수법을 쓰거나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4인용 식탁>은 확실히 거기서 더 나아간다. 남자가 가진 끔찍한 비밀은 비교적 일찍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공포나 슬픔을 자아내는 참다운 비극의 순간은 비밀의 ‘끔찍함’에서가 아니라 ‘끔찍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연약한 인간 정신을 그려내는 데서 온다. 그때 <4인용 식탁>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있는’ 것을 보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로, 고통스러운 ‘진실’을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감독의 의도는 한국판 <디 아이>가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메시지 위에 새로운 공포영화를 썼던 <식스 센스>의 모범을 따르는 데 있었던 것이다.
〈식스 센스〉를 텍스트로 삼아… 꼼꼼한 극본
영화가 가진 미덕과 결점도 <식스 센스>와 거의 같다. 감각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넓은 중의적인 대사들로 풍성한 이야기를 갖춘 꼼꼼한 각본은 빈약한 드라마를 감각적인 영상으로 메우려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미덕이지만, 반면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대사로 처리하려고 한 것이 역으로 지루하거나 단조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래도 <엽기적인 그녀> 이후 문화 아이콘이 되어버린 전지현의 스타 파워에 눌리지 않고 할 말을 기어이 다 해냈다는 뚝심만큼은 인정할 일이다.
김종연 | 영화평론가

일상의 공간에서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것들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또 그 사연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깊이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4인용 식탁>은 <링> 이후 동아시아 공포영화들의 꾸준한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정말 무서운 것이 일그러진 인간의 욕망이나 자아라는 것을 웅변하는 이 슬픈 우화에서 귀신은 다만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위한 식탁의 빈자리와도 같다. 이런 ‘심리’에 대한 강조는 <장화, 홍련>을 필두로 제작되는 올해 한국 공포영화의 공통분모처럼 보인다. 이런 ‘심리·심령 공포영화’들이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가족 내의 관계, 비극에 집중하는 것은 원혼의 원인을 외상(trauma)에서 읽는 탓에 지극히 당연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가족의 기억을 식탁의 빈자리로 응시하는 <4인용 식탁>도 이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심연의 깊이에 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효과적으로 공포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런 영화들이 ‘더 원초적이고 끔찍한 기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거나 마지막까지 그것을 반전을 통해 터뜨리는 수법을 쓰거나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진/ 영화 은 일상의 공간에서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것들을 발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