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에서 온종일 일한 다음 날 시베리아로 가서 온종일 거뜬히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한국 사람들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의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지만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한국 사람들은 덥고 추운 계절이 숨 가쁘게 바뀌어 돌아가는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 훈련이 잘된 사람들이니까. “날씨가 꾸물꾸물하면 예외 없이 관절이 아프기 때문에, 나는 기상청에 취직해도 훌륭하게 일기예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하는 사람도 있다. 급속히 변하는 기상 조건에 우리 몸이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플 수 있다. 우리 몸속에도 수분이 있고 압력이 있다. 혈관에는 혈압이 있고, 뇌에는 뇌압, 눈에는 안압, 방광에는 방광압이 있다. 이렇게 몸 안의 압력과 몸 밖의 압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어느 한 쪽이 너무 빨리 변화하여 상호 조화가 깨지면 ‘불편한 감각’으로 나타나게 된다.
다행히 사람에게는 주위환경과 기상 조건에 생리 조건을 잘 조화시키는 능력, 즉 잘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악조건까지 이겨내고 적응할 수 있을까. 기온이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어느 여름날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이 검은 색깔의 긴 스웨터를 입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하도 기이해 이유를 물었더니 “몸에 바람이 들어 뼈 속이 시려서 여름에도 잠바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곳 현지인들은 이런 기상 조건에 잘 적응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영하 65도 이상이면 정상 체온이 유지되지 않아 생명현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인간의 환경적응 한계점은 영하 65도라고 한다.
추위에 대해서도 인간의 적응 능력은 대단하다. 섭씨 영하 65도나 되는 시베리아에도 사람들은 도시를 이루며 살고 있다. 또 높은 고지도 사람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악조건이 된다. 우리나라 백두산의 천지가 있는 곳은 해발 2700m 정도밖에 안 되는데도 이곳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찔어찔한 현기증을 느끼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 경험을 한 사람이 꽤 많다. 이렇게 높은 지대에서는 산소가 부족하고 기압이 떨어져 심장과 혈관과 호흡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안데스 산맥과 히말라야 산맥의 고도 4000m나 되는 지대에서도 동네를 이루고 생활하는 민족이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못 살고, 그들은 이곳에서 못 산다. 오랫동안 살면서 적응하기까지는.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 방기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