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극복 어디까지 왔나]
불임의 원인은 남녀 모두에게서 찾을 수 있다. 남성 불임은 대개 정자량이 적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는 정자형성 장애에서 비롯된다. 전체 남성 불임의 80~90%가 여기에 속한다. 드물게는 호르몬에 이상이 있거나 사정관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여성 불임은 난관 이상으로 인한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난관은 정자의 이동통로로, 배란된 난자를 수정시키고 수정란을 자궁 속으로 보내는 구실을 한다. 여성의 경우에도 내분비기관 이상이나 호르몬 불균형, 무리한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배란 이상도 불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여성의 불임치료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배란시기에 시행하는 인공수정이다. 월경주기 중 배란 예측일에 한번 내지 두번 인공수정을 시행한다. 자궁내 인공수정은 정액 내에서 운동성이 활발하고 정상인 정자만을 골라내어 자궁내로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정자를 질에서 자궁 속으로 받아들이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자궁경부의 점액이 이상을 보이는 경우에 시행된다. 또한 원인미상의 불임, 항정자 항체가 있는 경우 등에서도 자궁내 인공수정을 실시한다. 배란이 불규칙한 여성도 배란유도제를 투여해 배란이 예측되는 시기에 자궁내 인공수정을 시술하게 된다.
영국에서 루이스 브라운을 탄생시킨 시험관아기는 채취한 난자와 정자를 배양액에서 수정시킨(IVF) 뒤 초기 2·3일간 배양해 모체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ET)이다. 이 시술법의 공식 명칭은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월경 시작일이 기준이 되므로 시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월경 때에 병원에 오면 그달이나 다음달에 시술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여성의 나팔관이 막히거나 손상을 받았던 경우 혹은 나팔관이 없는 경우에 IVF 시술법을 적용하였으나 자궁내막증, 남성불임, 면역학적 불임, 원인미상의 불임 등에서도 시술되고 있다.
남성 불임은 체외수정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중증 남성 불임은 체외에서의 수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펜톡시필린(pentoxifylline)이나 2-데옥시아데노신(2-deoxyadenosine) 등으로 정자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에 난자세포질내 정자 주입술(ICSI)이 도입되어 관심을 끌었다. 이는 정자 수가 아주 적은 남성의 경우 정자 하나를 난자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ICSI에 의해 태어나는 아기에게 선천성 기형이나 염색체 이상의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술에 제동이 걸렸다.
선천성 정관 결손증 환자처럼 부고환에 운동성 정자는 있으나 배출되지 않아 정액 검사에서는 무정자증을 보이는 환자들도 불임을 극복할 수 있다. 미세수술로 부고환에서 정자를 흡인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미세수술 부고환정자 흡인술(MESA)로 정자를 채취해 ICSI를 적용하고 체외수정을 하면 임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정액에서 정자가 발견되지 않는 남성 불임 환자의 고환에서 얻은 정세포(spermatid)나 정모세포(spermatocyte)를 난자세포질내에 주입하는 난자세포질내 정세포 주입술(ROSI)도 개발됐다. 이 방법은 남성 불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태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