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새/음/반

470
등록 : 2003-07-30 00:00 수정 :

크게 작게

월드뮤직 파티

세계 15개 나라에서 온 전래동요를 모았다. ‘동요가 별것 있겠어’ 하는 편견은 금물이다. 첫 트랙부터 경쾌하면서도 깔끔하고 개성 있는 음악들이 가득하다.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 등 ‘월드뮤직’ 중에선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음악들도 좋지만 중앙아시아나 뉴질랜드에서 온 음악들은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스페인의 생일축하 노래 <오이 에스 뚜 컴플레아뇨스>는 스페인 동부의 카타란 집시들이 쿠바의 룸바 리듬과 플라멩코 전통리듬을 섞어 그들만의 스타일로 만든 곡이다. 모로코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부른다는 <마드라스티 힐로우아>는 동양 현악기와 대나무 플루트 등 아랍의 전통악기와 구르는 듯한 노래가 어우러진다. 1700년대에 케러비안 섬에 잡혀온 아프리카 노예들이 아프리카 장단을 유럽이나 라틴 아메리카 전통음악과 섞어서 연주한 칼립소 음악을 들려주는 <바모스 알 카리베>는 라틴 아메리카 리듬의 매력을 풍부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의 주제곡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아윔보웨>의 원곡도 실려 있다. 남아프리카 전통음악인 <아윔보웨>는 칼림바, 음비라 같은 아프리카 악기들의 통통 튀는 음악과 ‘아윔보웨’를 반복하는 편안한 보컬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 밖에 중앙아시아 우랄 고산지대에서 불리는 <아르카다심>, 브라질에서 온 보사노바 리듬의 <칸타 칸타 에르마니토>,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노래인 <에포 이 타이 타이 에>, 안데스 지역의 인디언 노래인 <조이타 안디나> 등 세계 곳곳 다양한 문화 속에서 마음을 담아 부르고 지켜온 음악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스톰프 뮤직.

막심, 더 피아노 플레이어


음반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음반사들을 먹여 살려주는 것은 팝과 클래식 음악을 뒤섞은 크로스오버 또는 하이브리드라고 불리는 음악들이다. 팝페라의 인기에서도 보듯 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뛰어넘는 음악들은 ‘이미 품질이 보장된’ 멜로디와 팝적인 리듬의 결합으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간다.

막심 므라비차라는 신예 피아니스트의 음반도 그 흐름의 제일 앞에 있다. 1975년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변의 시베니크에서 태어나 9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자그레브 음악원과 리스트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니콜라이 루빈스타인 콩쿠르 등 콩쿠르들을 휩쓴 ‘정통’ 클래식 피아니스트인 막심은 이 음반에서 팝 피아니스트로 변신한다. 팝 스타처럼 차려 입은 그는 휠씬 강하고 큰 소리를 내는 전자 피아노를 두드리듯 힘있게 연주한다. 또 그 연주는 전자악기들의 음과 뒤섞여 팝과 클래식의 중간쯤에 있는 음악들로 변신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정신 없이 춤을 추어야 할 것 같은 경쾌한 음악이 됐고, 그리그의 <협주곡>, 헨델의 <사라방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광시곡> 쇼팽의 <혁명 연습곡> 등도 새롭게 편곡됐다. 전통 클래식 곡들 외에도 영화 음악 <영광의 탈출>과 막심이 직접 작곡한 <크로아티아 광시곡> 등의 작품들이 적절히 배열돼 있다. 강한 연주와 전자음이 온몸을 휘감는 화려한 음악이다. EMI.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