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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세균과 더불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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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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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리기]

대변은 소화되다가 남은 찌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변의 1/3 내지 절반은 세균 덩어리다. “그렇게 많은 세균이 몸 속에 있었단 말이냐”고 놀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대변의 구린내는 음식물이 썩어서 그럴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그 세균들이 뿜어내는 가스 냄새다. 사람들은 세균이라 하면 우선 그들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인상을 갖는다. 하지만 세균들 중에는 우리 몸에 해만 끼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세상에 약 10만 가지가 넘는 세균이 있지만 이 중에서 약 500종류의 세균은 우리 몸 속에 살림을 차리고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 방기황
이들을 ‘공생세균’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공생세균은 피부나 소화기 내장에 살고 있다. 사람의 대장 안에 살고 있는 세균은 약 100종류가 되는데 그 수는 무려 100조개 정도나 된다. 비피더스균, 바이러스균, 유산균 등 몸에 이로운 균들은 우리의 소화를 도와준다는 점에서 필요 불가결한 존재라 할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선 이런 세균이 없으면 우리는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달라지면 장내에 있는 세균의 종류나 분포도 달라질 수 있다. 육류 중심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바이러스균이 많고, 유제품이나 야채 중심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산균이 많은 법이다. 이에 따라 대변의 냄새도 달라진다. 대변의 냄새도 가지가지이지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구린내는 주로 인돌과 황화수소의 냄새이다. 이 구린내의 책임은 세균이지 내가 아니라고 자위를 해도 좋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이 조금씩 서구화되면서 한국적 구린내가 서양적 구린내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대해 경고의 한 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과 습기가 풍부한 여름철에는, 환자와 보균자의 대소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 어패류 생식 등으로 전염되는 이른바 수인성 전염병에 특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식수관리이다. 유행시기에는 약수나 지하수를 마시지 말고 반드시 끓인 물을 마시며 육류나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지 말아야 한다. 음식물은 꼭 끓여먹고 그 시간도 10분 이상 가열해 조리한다.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바로 먹고, 보관할 때는 섭씨 10도 이하 또는 섭씨 60도 이상으로 해야 하며, 냉장고에도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젖은 행주를 약 6시간 정도 방치해두었더니 세균이 100만배나 자랐다는 보고가 있다. 행주나 조리기구는 자주 삶고 소독하여 잘 말려 사용해야 한다.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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