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우리나라 참 대단한 나라구나.”
반구서원에 도착하자마자 장탄식을 해야 했다. 반구대 암각화가 어디 있냐고 묻는 말에 대곡리 주민들은 대수롭지 않게 물 속을 가리켰다. 아니, 선사시대 수렵·어로 중심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고래만도 긴수염고래·흰긴수염고래·범고래·귀신고래 등 10가지가 넘는다는 반구대 암각화가 물 속에 잠겨 있다고 “사연댐 건설로 수몰됐다”는 간단한 대답에 기절초풍할 뻔했다.
나중에 사연을 듣고 보니 문화재를 ‘고의’적으로 ‘무시’한 행동은 아니었다. 사연댐이 만들어진 것이 1965년이고 문명대 동국대 교수가 암각화를 발견한 것이 71년, 그뒤 국보로 지정된 것도 이십여년 지난 95년이니까. 이 마을의 바로 옆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한겨레21> 권혁철 기자도 어렸을 적엔 모두들 대곡리를 경치 좋은 물놀이 장소로만 알았다고 했다. 바위에 음각한 그림이라 4월말~5월초 오후 3~4시께 특정한 햇빛 각도에서만 겨우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암각화의 존재조차 몰랐다. 오히려 나중에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는 학자들의 보고가 나오자 “우리 마을 저 바위가 저토록 신통한 것일 줄은 참말 몰랐다”며 주민들이 놀랐다는 것이다.
경위야 어찌 됐든 반구대 암각화는 갈수기인 겨울·봄을 제외하고는 늘 물에 푹 잠겨 있다. 수천년 동안 풍화작용을 겪은 이 바위는 8~9개월가량은 물 속에 잠겨 있다가 3개월은 대기에 노출되는 일이 삼십년 가까이 반복되면서 결빙·해빙·마멸·박리가 심해지고 있다. 암각화의 훼손을 우려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울산시는 2001년부터 서울대 김수진 교수에게 보존대책에 대한 학술용역을 맡겨 8월초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암각화의 보존 대책과는 별도로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선사문화 관광지 계획은 많은 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울산시는 180억원을 들여 대곡천 골짜기로 가는 진입로 2.33㎞를 확장하고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다. 또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이보다 북쪽에 있는 천전리 암각화를 잇는 보행자 통로를 만들고 470평에 이르는 선사문화관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은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울산시의 방침에 보존은 하지 않고 개발만 앞세운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화재 자체가 훼손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관광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도진영 경주대 문화재학부 교수는 “사람들이 문화재를 더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매연에 노출되면 암각화는 수년 안에 심하게 망가질 것이다.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 위주의 친환경적 접근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주=글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사진/ 사연댐이 들어서면서 호수가 돼버린 대곡리. 이 댐으로인해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게 됐다.
시민단체들은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울산시의 방침에 보존은 하지 않고 개발만 앞세운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화재 자체가 훼손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관광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도진영 경주대 문화재학부 교수는 “사람들이 문화재를 더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매연에 노출되면 암각화는 수년 안에 심하게 망가질 것이다.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 위주의 친환경적 접근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주=글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