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컵 축구대회에 축구팬 몰려 흥행대박… K리그여, 무엇으로 잠자는 관중을 깨울 건가
“피스컵 시청률이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압도했다.”
지난 7월15일부터 전국 6개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3 피스컵 코리아 축구대회. ‘세계 최고 명문클럽 대항전’을 목표로 올해 창설된 이번 대회가 애초 예상과 달리 국내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대성공리에 치러지자, 주최쪽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저녁 7시, 한국프로야구 올스타전과 같은 시간대에 열린 성남 일화와 카이저 치프스(남아프리카공화국)의 A조 예선 2차전에는 구름 관중이 몰려들어 ‘클럽축구’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기를 반영했다. 여론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이날 SBS 텔레비전으로 독점 생중계된 성남 일화-카이저 치프스 경기 시청률은 15.9%까지 치솟았다.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6.4%)을 훨씬 앞지른 것이다.
프로야구 올스타전 시청률 압도
피스컵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한-일전을 제외한 국가대표간 A매치 시청률이 20%, 국내 프로축구 시청률이 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며 ‘흥행 대성공’이라고 놀라워했다. 사실 대회를 주최한 통일교의 선문평화재단은 애초 초청팀인 AS로마(이탈리아)와 바이에른 뮌헨(독일), 상파울루(브라질) 등 세계적 명문클럽들이 ‘사스’를 이유로 출전을 포기하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부랴부랴 ‘대타’로 올 시즌 터키와 우루과이 프로축구 챔피언인 베시크타슈와 나시오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43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1860뮌헨(독일)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3개팀을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축구팬들은 2류급 대회가 되는 것 아니냐며 반신반의했고, ‘축구를 통한 인류평화 구현’을 기치로 내건 피스컵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5개 대륙을 대표해 출전한 명문클럽팀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쳐 보였고, 경기장은 축구팬들로 가득 찼다. 특히 올 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챔피언인 올랭피크 리옹은 선진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프랑스의 떠오르는 샛별’ 시드니 고보를 비롯해, 에릭 카리에르와 브라질 대표팀의 명수비수 에디미우손 등 스타들이 펼치는 ‘아트사커’는 국내 축구팬들의 눈높이를 한 단계 높였다. 남미대표로 출전한 나시오날도 예선전에서 짜임새 있는 경기운영과 빠른 공격으로 강력한 우승후보인 PSV에인트호벤을 3-1로 꺾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아쉽게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860뮌헨에 0-1로 덜미를 잡혀 다 잡은 결승티켓을 놓쳤지만, 남미 특유의 기술축구로 축구팬들을 즐겁게 해줬다. 나시오날은 국내팬들에게는 귀에 익지 않은 이름이지만, 국제축구통계연맹이 6월 발표한 세계축구클럽랭킹 27위에 오른 강팀이다. ‘한국의 레알 마드리드’를 꿈꾸는 성남 일화도 올랭피크 리옹에 덜미를 잡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샤샤·김대의·신태용 등 걸출한 스타를 앞세워 예선 2경기에서 2연승을 올리는 등 한국 축구의 성가를 드높였다. 수준 높은 경기… 짜릿한 쾌감 만끽
수준 높은 경기에 걸맞게 국내팬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지난 15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과 베시크타슈 경기에는 무려 5만1778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두 팀은 지난해 한-일 월드컵 3~4위전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두 나라 프로축구 대표팀답게 한치 양보 없는 불꽃 튀는 대결을 펼쳤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후반 인저리타임 때 터진 성남 김대의의 2-1 역전 헤딩골에 지난해 월드컵에서와 같은 짜릿한 쾌감을 맛봤다.
이번 피스컵을 통해 그동안 A매치에 주로 길들여져온 국내 축구팬들은 ‘클럽축구 대항전’이 보여주는 또 다른 축구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지난 20일 저녁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PSV에인트호벤과 LA갤럭시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각국에서 스카우트한 스타들이 포진한 두 팀은 초반부터 골 퍼레이드를 벌이며 스탠드를 가득 메운 4만2천여명의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A매치 때의 열기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에인트호벤은 올 시즌 네덜란드 프로축구 우승팀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이영표 등 지난해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포진해 있는 클럽이어서 국내 축구팬들은 이들의 활약상을 보기 위해 월드컵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에인트호벤은 아직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나,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탈리아의 AC밀란 등과 같은 세계적 명문클럽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 3대 빅리그에 스타급 선수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선수가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와 루드 반 니스텔루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두 선수는 에인트호벤을 거쳐 대선수로 성장해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클럽축구의 가능성을 높였다
국내 축구팬들은 박지성과 이영표도 에인트호벤에서의 활약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인트호벤은 국내 팬들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막강한 득점력을 뽐내며 화려한 공격축구를 펼쳐 보였다. 월드컵 4강 주역들의 ‘해후’도 짜릿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경기 도중 터치아웃된 공을 주우러 벤치로 달려온 전 국가대표팀 주장 홍명보(LA갤럭시)를 갑자기 껴안아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박지성도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 ‘맏형’이었던 홍명보에게 다가가 유니폼을 교환했다.
대회 주최쪽은 지난 20일 끝난 예선 12경기에 모두 32만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와 흥행대박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이번 피스컵은 침체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리그에 커다란 교훈을 남겼다. 국내 축구팬들도 A매치뿐 아니라 클럽축구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김경무 기자 | 한겨레 스포츠부 kkm100@hani.co.kr

사진/ 성남일화와 베시크타슈(터키)의 개막전은 구름관중이 몰려들어 피스컵의 성공을 예감케 했다.(세계일보)
피스컵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한-일전을 제외한 국가대표간 A매치 시청률이 20%, 국내 프로축구 시청률이 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며 ‘흥행 대성공’이라고 놀라워했다. 사실 대회를 주최한 통일교의 선문평화재단은 애초 초청팀인 AS로마(이탈리아)와 바이에른 뮌헨(독일), 상파울루(브라질) 등 세계적 명문클럽들이 ‘사스’를 이유로 출전을 포기하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부랴부랴 ‘대타’로 올 시즌 터키와 우루과이 프로축구 챔피언인 베시크타슈와 나시오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43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1860뮌헨(독일)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3개팀을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축구팬들은 2류급 대회가 되는 것 아니냐며 반신반의했고, ‘축구를 통한 인류평화 구현’을 기치로 내건 피스컵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5개 대륙을 대표해 출전한 명문클럽팀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쳐 보였고, 경기장은 축구팬들로 가득 찼다. 특히 올 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챔피언인 올랭피크 리옹은 선진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프랑스의 떠오르는 샛별’ 시드니 고보를 비롯해, 에릭 카리에르와 브라질 대표팀의 명수비수 에디미우손 등 스타들이 펼치는 ‘아트사커’는 국내 축구팬들의 눈높이를 한 단계 높였다. 남미대표로 출전한 나시오날도 예선전에서 짜임새 있는 경기운영과 빠른 공격으로 강력한 우승후보인 PSV에인트호벤을 3-1로 꺾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아쉽게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860뮌헨에 0-1로 덜미를 잡혀 다 잡은 결승티켓을 놓쳤지만, 남미 특유의 기술축구로 축구팬들을 즐겁게 해줬다. 나시오날은 국내팬들에게는 귀에 익지 않은 이름이지만, 국제축구통계연맹이 6월 발표한 세계축구클럽랭킹 27위에 오른 강팀이다. ‘한국의 레알 마드리드’를 꿈꾸는 성남 일화도 올랭피크 리옹에 덜미를 잡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샤샤·김대의·신태용 등 걸출한 스타를 앞세워 예선 2경기에서 2연승을 올리는 등 한국 축구의 성가를 드높였다. 수준 높은 경기… 짜릿한 쾌감 만끽

사진/ 이젠 클럽축구 중흥의 기수가 되려나. 1년만에 국내무대에 다시 선 히딩크는 가는 곳마다 축구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세계일보)

사진/ 이번 대회에서 에인트호벤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 잡은 박지성. 네덜란드를 넘어 빅리그로 진출할 수 있을까.(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