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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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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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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 한-독 분단영화 특별전 〈나뉘어진 하늘- 분단국의 삶〉

7월28일~8월4일 서울아트시네마(02-720-9782 www.cinematheque.seoul.kr)

1953년 7월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맺어졌다. 정전협정 50주년을 맞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영상자료원, 주한독일문화원은 전쟁과 분단의 기억을 안고 있는 독일과 한국의 영화 13편을 상영하는 영화제 ‘나뉘어진 하늘- 분단국의 삶’을 7월28일부터 8월4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연다.

한국영화로는 전쟁 직후 한국사회의 공허와 상실감을 탁월하게 포착해낸 유현목의 <오발탄>(1961), 형사와 빨치산으로 만나 30년 동안 쫓고 쫓긴 두 사내의 삶을 통해 분단과 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임권택의 <짝코>(1980)와 33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의 이야기인 <길소뜸>(1985), 이장호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간첩 혐의로 입국이 금지된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를 통해 분단의 문제를 현재진형형으로 묻는 홍형숙의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002) 등이 상영된다.

6편의 독일영화 중 독일을 대표하는 여성 감독 마르가레테 폰 트로타의 <약속>(Das Versprechen·1994)은 베를린 장벽이 가로막은 두 남녀의 28년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며, 페터 팀의 <마이어>(1985)는 우연히 동·서독의 여권을 동시에 손에 넣게 된 남자의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다. 레안더 하우스만의 <태양의 거리>(1999)는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관통하는 거리인 조넨알레(태양의 거리)에 살고 있는 1970년대 젊은이들을 통해 경계지역에서의 삶을 되돌아본다.


냉전시대 미국과 영국에서 제작된 두편의 영화도 상영된다. 독일 출신 감독 빌리 와일더의 <하나 둘 셋>(1961)은 장벽이 세워지기 직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코미디이며, 동독에 잠입한 영국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룬 마틴 리트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1965)는 제임스 본드류의 총격이나 추격전과는 전혀 다른 슬픈 스파이 영화다.

영화제와 동시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7월28일~8월24일에 ‘베를린, 1989년 11월’이란 주제로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체험한 동·서독의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만화·애니메이션 | 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8월12~17일 서울 코엑스·서울애니메이션센터·한강시민공원 등(02-545-3797)

만화·애니메이션 대축제가 펼쳐진다. 올해 ‘툰 파크’로 타이틀을 정한 전시는, 이제 만화란 책장 넘겨보는 것만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과 만화·애니메이션이 화려하게 만나는 ‘디지털 갤러리’를 비롯해 웹에서 활동하는 만화가 그룹 ‘We6’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해외초청관에선 ‘만화천국’ 프랑스 작가들을 초대했다. 20대 후반 어른들에게는 너무도 친근한 페이요(1928~92)의 고전만화 <스머프>를 비롯해 젊은 프랑스 작가들의 자서전 만화 등 최신 경향도 맛볼 수 있다. ‘비바 코리아- 한국 애니메이션의 도전’이란 주제로 우리나라 최신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자리엔 <오세암>과 <원더풀데이즈>를 비롯해 <초록숲이야기> <강아지똥> 등이 선보인다. ‘만화 속 인형의 집’ 코너엔 <비천무> <크레이지 러브스토리> <모델> 등 우리나라 인기만화 11작품에 나오는 인물 36명을 사실적 느낌의 구체관절인형으로 만들어 흥미를 돋운다. 이 밖에 특별전에선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부문 대상 수상자인 코지 야마무라의 작품과 올해 탄생 40돌을 맞은 데즈카 오사무의 <아톰>이 전시된다.

아시아 최대의 애니메이션 영화제 ‘ANIMASIA’는 초청·경쟁 부문에 800여점을 출품해 그 규모가 안시·오타와 등 이름난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ANIMASIA’에선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확장하는 작품들에 주목했다. 개막작으로는 인류문명이 파괴되고 난 뒤 살아남은 ‘촛대마을’의 꼬마 망치의 모험을 다룬 <해머보이 망치>가 상영된다. 공식 경쟁부문 장편에는 <드래곤 힐>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하늘왕궁의 전설> 등이 경합을 벌일 예정이며, 쿠시이 데츠오의 <개구리>, 조수진의 <그날에…>, 폴 하그레이브의 <네 콩을 먹어라> 등 35개국 462작품이 출품됐다. 인터넷 애니메이션 부문에는 9개국 22편이 경쟁부문 본선 작품으로 결정돼 <묻지마 육남매> <꽃들은 어떻게 색을 가질까> <사랑은 심작에 박힌 탄알> 등 인터넷 특유의 자유분방하고도 발랄한 작품들이 나온다. 이와 함께 특별초청 부문엔 이성강의 <마리이야기>, 인도의 3D 애니메이션 <알리바바> <철완 아톰 스페셜>을 비롯해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는 작품들과 <바위> <첩첩스> 등 최근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단편, 그리고 ‘에스토니아 애니메이션 특별전’, ‘성인 애니메이션 특별전’도 마련됐다.

전시 |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

9월14일까지 서울 호암미술관(02-771-2381~2)

1881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92살로 숨질 때까지 작품과 인생 모두에서 넘치는 열정과 영감으로 살았다. “예술은 정숙하지 않은 것”이라는 피카소 본인의 말이 암시하듯, 그의 예술과 삶은 사랑과 성, 욕망이 들끓는 거대한 용광로와도 같았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격정적 예술혼으로 살았던 피카소의 판화작품 가운데, 특히 자전적 요소가 짙은 <볼라르 판화집>과 <347 판화집>을 을 소개하는 자리다. 욕망을 드러내는 데 조금도 거리낌 없는 솔직한 태도, 익살스러운 묘사 등을 맛볼 수 있다.

<볼라르 판화집>’은 파리의 화상이자 출판업자였던 볼라르의 이름을 딴 판화 100점을 묶은 것이다. 일찍이 세잔느나 반 고흐 등을 후원했던 볼라르는 피카소가 파리에 정착한 1901년부터 그에게 관심을 가졌다. 이 판화집의 주제는 ‘조각가의 작업실’과 ‘신화’로 피카소가 조각에 열중하고 있던 30년대 작업실의 열정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고대 그리스 신화의 야만적인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를 다뤘다. <347판화집>은 68년 80대에 이른 피카소가 제작한 347점의 판화 묶음집이다. 73년 사망하기 5년 전에 제작된 이 작품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비서 역할을 했던 사바르테스의 사망 한달 뒤 7개월 동안에 친구의 죽음이란 충격 속에서 만들어졌다. 인간이 나이를 들어가는 과정과 함께 과거를 회상하면서 성적 환상과 개인적 경험을 자유로운 이미지로 엮었다. 이 판화집에서 피카소 자신은 서커스 장면, 창녀촌, 화실을 배경으로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 대신 훔쳐보는 관람자로 등장한다. <볼라르 판화집>과 <347판화집>은 시대 차이 만큼 양식도 많이 다르다. <볼라르 판화집>이 고전주의적 양식인 데 반해 <347판화집>은 자유로운 드로잉의 성격을 지녔다. 호암미술관은 이번에 소개되는 205점의 작품들을 ‘초상화’, ‘조각가의 작업실’, ‘미노타우로스’, ‘서커스’, ‘포옹 또는 폭력’ 등 10개 소주제로 나누어 전시한다. 전시기간 중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4시엔 도슨트의 전시 설명이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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