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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보신탕은 사철 보신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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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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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리기]

프랑스에 있는 한 한국 유학생이 어느 가정집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갔다. 큼직한 개구리 뒷다리로 정성스럽게 요리를 만들어 내놓았다. “우리 한국에서는 개구리를 먹지 않습니다. 원래 개구리는 식용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 우리 프랑스에서 먹는 건 특별한 식용 개구리라네. 한국에선 개도 먹는다면서?” “예. 한국에는 아주 특별한 식용개가 따로 있답니다.” “그런 식용개를 뭐라고 부르는가?” “예. ‘덩깨’라고 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 | 방기황
보신 식품은 어느 문화권에나 다 있다. ‘이것을 먹으면 좋다, 저것을 먹으면 좋다’고.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좋고, 왜 좋은지는 아무 데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영양실조로 영양상태가 나쁜 사람에게 영양보충 효과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일본에서는 검정색 음식이 보신 음식으로 유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선 중에서도 메기, 미꾸라지, 소라, 우엉, 장어 등이 인기식품으로 꼽힌다. 중국에서는 잉어 부레와 사슴 힘줄로 만든 요리 불도장(佛跳墻)이 인기다. 평소에 고기를 안 먹는 스님도 이 요리 냄새를 맡으면 염치 불구하고 담을 넘어간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토마토와 해산물로 만든 음식이 인기가 있는데 이것을 먹으면 “나이 70에도 아이를 거뜬히 난다”나.

우리나라에서는 개고기를 보신탕으로 먹는 전통이 있다. 기름기가 적고, 비교적 소화도 잘 되고,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좋은 정력제라는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다만 여름철에 개고기를 먹는 나름의 이유는 있다. 한여름에 기온이 상승하면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고,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면 기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계절에 쉽게 구할 수 있고 영양분도 많은 개를 먹는 습관이 생겼을 것이다.

몽골이나 베트남에서도 폐결핵 환자들이 개를 잡아먹는 습관이 있다. 폐결핵은 소모성 질환이기에 영양상태가 나쁜 환자들에게 영양보충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그 문화와 그 민족의 전통과 습관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개를 잡는 방법이 잔인하고 야만적이라는 인상은 주지 않는 게 좋다. 개라고 하면 애완용 개밖에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에는 분명히 식용개가 따로 있다는 홍보도 필요하다. 만일 식용개를 ‘먹개’라고 부른다면 미국인이나 프랑스인도 보신탕 관광을 위해 우리나라에 오지 않을까.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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