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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새/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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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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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김민기>

김민기의 노래들이 아름다운 교향곡이 됐다. 1970년대의 상징이었고 이제는 고전이 된 <아침이슬> <상록수> <친구> <가을편지> <아름다운 사람> <작은 연못> <봉우리> 등 9곡이 60인조 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녹음됐다. 김민기 음악의 서정적이면서 격정적인 감성이 러시아 특유의 다소 어두운 음색과 섬세한 감성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작곡가 김동성(전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교수)이 편곡과 음악감독을 맡았다. 가사가 빠진 대신 음악적 감수성과 선율이 강조된 연주를 듣다보면, 김민기의 음악이 저항의 상징이라는 거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서정적이고 성찰적인 음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러시아 국민예술가 베로니카 두다로바가 이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김민기의 노래들이 러시아 정서와 잘 맞는 음악이라면서 녹음이 끝난 뒤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워너뮤직.

애니 레녹스 <베어>


1980년대에 청춘기를 보냈던 세대에게 기계음이 강조된 차가운 음악을 노래하는 중성적인 여성 보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듀오 유리드믹스(Eurythmics)의 애니 레녹스가 3번째 솔로 음반을 내놨다. 혼자 노래하는 그는 유리드믹스 시절보다 훨씬 따뜻하고 감성적이다. 흑인 솔 보컬을 연상하게 하는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노래를 들려준다. 12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아이들을 키우며 음악을 한다는 그는 음악에서 여성성을 강조한다. 중년 여성으로서 본 세상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가사와 솔과 포크를 기반으로 한 음악이 듣기 좋다. 이번 음반에 실린 11곡을 모두 그가 작곡했다.

<더 허팅 타임>은 부드럽게 배경을 채우는 키보드 연주로 인간관계의 종결에서 오는 아픔을 그렸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도 공허한 외로움을 강한 기타 스트로크로 표현한 <론리니스>, 가스펠 분위기의 후렴구가 인상적인 <원더풀> 등이 담겼다. BMG.

나왕 케촉 <카루나>

나왕 케촉은 중국 점령 이전 티베트를 빠져나와 인도에서 30년동안을 난민으로 살았던 티베트 월드뮤직 작곡가이자 연주자다. 그는 또한 음악을 통해 티베트의 어려운 정치상황을 알리고 세계평화를 호소하는 ‘음악대사’이기도 하다. 지난 4월엔 우리나라를 찾아 전국을 돌며 명상음악의 평화를 선사했다. 앨범 제목인 ‘카루나’는 티베트 불교의 핵심 사상인 ‘자비’를 뜻한다고 한다. 빈부·성별·지위를 가리지 않고 자비의 정신을 강조하는 것처럼 이 음반에선 티베트 이외의 다른 나라의 전통 악기를 함께 연주했다. 티베트의 전통 악기인 긴 나팔을 포함해 아프리카의 북과 심벌즈, 남미 마야족의 오카리나, 미국 인디언들의 플루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디제리두 등 다양한 악기가 선보인다. 동굴 속에서 메아리치는 듯 섬세하게 떨리는 피리소리와 원주민들의 의식에 쓰이는 독송, 물 소리 등이 어울려 자연과 우주의 소리를 전한다. C&L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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