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비행체 개발하는 라이트 형제의 후예들… 4인승 스카이카 상용화 앞뒀지만 안전성은 의문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는 공상과학(SF) 영화의 고전에 속한다. 2019년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삼은 이 영화에서 퓨처 스타일리스트 시드 미드는 스피너(Spinner)라는 미래형 자동차를 등장시켰다. 스피너는 교통정체 구간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거대한 빌딩숲 사이로 가볍게 날아오른다. 운전자는 기기를 조작하는 대신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이용한다. 바퀴로 도로를 주행하던 스피너는 도심을 벗어날 때 자연스럽게 하늘로 치솟는다. 고층건물 옥상에 사뿐히 내려앉기도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도 스피너와 유사한 자동차가 등장해 도심을 헤치고 나간다.
이렇듯 SF 영화에서나 나왔던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일상 속으로 다가오고 있다. 라이트 형제가 프라이어호로 12초 동안 37m 하늘을 난 지 100여년 만에 새로운 형태의 비행기가 이륙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항공사 몰러 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자동차 ‘M400 스카이카(Skycar)’는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날아다니는 자동차다. 스카이카를 개발한 폴 몰러는 “이제 더 이상 자동차를 타고 도로에 멈춰 있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어떤 곳이라도 안전하게 데려다줄 자동차가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몰러는 40여년 동안 날아다니는 자동차 개발에 매달리면서 무려 2억달러(약 2500억원)나 쏟아부었다.
스포츠카에 날개·프로펠러 달기도
사실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1950년대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몰튼 테일러가 1956년에 ‘에어로카’(Aerocar)를 개발해 미 연방 항공관리국(FAA)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에어로카는 항공기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거추장스러운 날개를 지녔을 뿐이었다. 테일러가 꿈꾸던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에드워드 스위니의 ‘로터스 엘리스’(Lotus Elise)로 이어졌다. 로터스 엘리스는 2인승 스포츠카를 기본 모델로 삼았다. 여기에 분리 가능한 날개와 프로펠러를 장착해 날아다닐 수 있도록 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날개를 장착한 로터스 엘리스는 시속 250km로 날아다닐 수 있다. 최근 날아다니는 자동차로 관심을 모으는 M400 스카이카는 4인승 자동차로 200여회의 시험비행을 거쳤다. 스카이카는 항공기의 빠른 속도와 헬기의 수직 이착륙 능력을 지상차량의 특성에 결합한 자동차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스카이카의 외형은 빨간 박쥐를 그대로 빼닮았다. 스카이카가 목표로 삼은 최고 속도는 2만ft(약 6천m)의 고도에서 380mile/hr(608km)이며 500ft의 고도에서 소리가 없는 스텔스 항공기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솔린 1ℓ당 8km를 주행할 수 있고 한번 연료를 충전하면 1400km를 날아다닐 수 있다. 물론 네명이 모두 승차하지 않으면 조금 더 주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몰러사의 M400스카이카는 탁월한 엔진 성능을 자랑한다. 비행 자동차 엔진은 무엇보다 작으면서 큰 힘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몰러는 일반 자동차에 사용되는 피스톤 엔진 대신 로터린 엔진을 장착했다. 로터리 엔진은 연소실에서 피스톤이 왕복운동을 하는 대신 삼각형 모양의 회전자가 회전운동을 한다. 이 힘이 동체 밑에 있는 회전날개로 연결돼 상승에 필요한 힘을 얻게 된다. 8개의 로터리 엔진을 이용, 회전날개를 돌려 1천kg 정도의 무게를 떠받드는 상승력을 얻는 것이다. 이때 탑승석 뒤에 있는 프로펠러가 차체를 앞쪽으로 추진하며 이륙에 성공하면 양력을 이용하기에 적은 연료로도 비행할 수 있다.
현재 스카이카가 시험 비행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의 항공기술자 래피 요엘 박사가 새로운 형태의 날아다니는 자동차 ‘시티호크’(cityhawk)를 개발하고 있다. 요엘 박사는 시티호크를 자신의 거실에서 제작했는데 시제품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너무 큰 게 문제였다. 결국 거실벽을 깨뜨린 뒤 시티호크를 꺼낼 수 있었다. 올해 초 벤구리온 공항 근처에서 이뤄진 시험비행에서 시티호크는 50cm를 전진하는 데 그쳤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요엘 박사는 첫 번째 시험운행치고는 성과에 만족한다며 앞으로 3천m 상공에서 시속 160km로 날아다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골격형 비행체 솔로 트렉의 도전
정말로 바퀴 달린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은 올 것인가. 일부에서는 자동차 형태의 스카이카보다는 개인비행체(Personal Air Vehicle), 비행스쿠터(Aerobike) 등이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밀레니엄제사는 외골격형 비행체 ‘솔로 트렉’(solo Trek)을 개발하기도 했다. 솔로 트렉은 높이 2m에 무게가 147kg으로 하늘을 향한 두개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면 엄청난 소음을 내며 최고 시속 128km로, 240km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비행체의 성공 여부는 안전성에 달려 있다. 개별 기기의 안전성은 물론 공중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교통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수제품으로 만들어져 가격이 무려 100만달러나 되는 M400 스카이카의 경우 80여대를 주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 정체로 인한 손실이 우리나라에서만 무려 20조원에 이르는 현실에서 날아다니는 자동차만큼 혁신적인 처방은 없어 보인다.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개인의 행동반경이 갈수록 넓어지는 추세에 걸맞은 교통수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대중화는 쉽게 다가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 비행체는 땅 위를 달리는 자동차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지상에서는 가벼운 접촉사고가 공중에서는 대형참사를 일으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설령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다 해도 이륙 과정의 소음을 감당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SF 영화의 로봇이나 복제, 우주탐사 등이 현실화된 것처럼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언젠가는 상상력의 테두리를 뛰어넘을 테지만.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사진/ 몰로사의 최신형 스카이카.
사실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1950년대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몰튼 테일러가 1956년에 ‘에어로카’(Aerocar)를 개발해 미 연방 항공관리국(FAA)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에어로카는 항공기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거추장스러운 날개를 지녔을 뿐이었다. 테일러가 꿈꾸던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에드워드 스위니의 ‘로터스 엘리스’(Lotus Elise)로 이어졌다. 로터스 엘리스는 2인승 스포츠카를 기본 모델로 삼았다. 여기에 분리 가능한 날개와 프로펠러를 장착해 날아다닐 수 있도록 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날개를 장착한 로터스 엘리스는 시속 250km로 날아다닐 수 있다. 최근 날아다니는 자동차로 관심을 모으는 M400 스카이카는 4인승 자동차로 200여회의 시험비행을 거쳤다. 스카이카는 항공기의 빠른 속도와 헬기의 수직 이착륙 능력을 지상차량의 특성에 결합한 자동차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스카이카의 외형은 빨간 박쥐를 그대로 빼닮았다. 스카이카가 목표로 삼은 최고 속도는 2만ft(약 6천m)의 고도에서 380mile/hr(608km)이며 500ft의 고도에서 소리가 없는 스텔스 항공기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솔린 1ℓ당 8km를 주행할 수 있고 한번 연료를 충전하면 1400km를 날아다닐 수 있다. 물론 네명이 모두 승차하지 않으면 조금 더 주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 날아다니는 자동차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