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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세상을 바꿀 대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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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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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계화 운동하는 세계 지성들의 긴급 제안… 세계화의 지배 질서를 뒤엎는 실천적 고민 집대성

“지구는 분명 한계를 갖고 있는데 고속성장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겠는가? 지구를 죽이거나 우리들 자신을 죽이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성장을 하는 데 필요한 광물, 삼림, 물, 땅과 같은 자원들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는가? 얼마나 더 많은 자동차와 냉장고가 제조되고 구입될 수 있는가? 이 세계의 한계는 이미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안은 있다. 포기하지 말자!”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 비판을 넘어 대안으로』 이주명 옮김, 필맥 펴냄.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 비판을 넘어 대안으로>에서 19명의 경제학자, 환경운동가, 과학자, 시민운동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무책임한 세계화에 대해 항의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인 대안을 절박하게 찾아 나선다. 1994년에 결성된 60여개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모임인 ‘세계화에 관한 국제포럼’(www.ifg.org)에 참여해 활동해온 존 캐버나프, 제리 맨더, 월든 벨로, 헬레나 노르베르크 호지, 반다나 시바 등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공동 연구와 토론 작업을 벌였고, 그 결과를 모아 2002년 11월에 이 책을 냈다.

학자 19명이 참여해 3년간 공동 연구


지은이들은 “배제와 불공평의 유산으로 사회 기반은 물론 지구상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적 세계화 추세는 그 근본적인 결함으로 인해 지속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세계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믿는다.

기존 언론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지만, 이미 기업 주도 세계화에 대해 세계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펼쳐온 대안적 행동들이 있었다. 다자간투자협정(MAI)에 대해 캐나다의 시민사회는 1998년부터 시민청문회 활동을 벌여왔고, 피노체트가 축출된 이후 칠레 시민들은 ‘지속 가능한 칠레 프로젝트’를 벌였다. 브라질 쿠리티바시에서는 생태도시 실험이 성공했고, 나미비아 툰웨니 양조장에서는 폐기물 없는 맥주를 제조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만을 추종하지 않고 국가별·지역별 여건에 맞는 대안의 경제사회 정책이 허황된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글로벌 거대기업의 이익을 전 세계에서 공격적으로 실현하려는 세계화에 저항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기업보다는 사람과 공동체를 우선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지역의 자율적 의사결정권 존중 △자연자원, 인류 공동의 문화와 지식, 공적 서비스 등을 ‘공동자산’으로 보존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소규모 사업자의 직업·생계·고용 보장 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국제 무역협정과 투자협정들은 인류의 공동자산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하며, 농촌 공동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개발해온 종자에 대해서는 기업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각국 정부가 세계화보다 지역화를 촉진하는 방향의 정책을 적극 채택함으로써 지역공동체, 지역기업, 지역경제를 강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대안이다. 자연자본을 소모시키는 기업 활동에는 오염세를 부과하고,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책임 지지 않는 기업에 해독제 내놓아

이들은 기업구조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개혁안을 내놓는다. 기업이 어떠한 해악을 끼쳐도 주주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주식 매매차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주식회사’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는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아져야 하며, 기업에게 공적인 책임성을 강제하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들이 내놓은 해독제다.

당연히 지은이들은 세계화를 강제하는 세계은행( IBRD),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폐지를 주장한다. 대신 국제연합(UN)을 1국가 1표와 다수결에 따라 민주적인 국제기구로 개혁한 다음 여기서 국제무역을 논의하고 ‘국제파산법원’, ‘무역분쟁법원’, ‘기업책임성기구’ 등을 신설하도록 제안한다.

세계 시민사회를 향한 이 두툼한 제안서가 세상을 바꿀수 있을 것인지는 우리의 참여와 선택에 달렸다. “선조들이 독재군주제를 정치적 민주체제로 바꿔낸 것과 같이 이제 우리 세계 시민은 글로벌 기업들이 좌우하는 전체적인 국제 질서를 민주적인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은이들은 진심을 담아 우리에게 이 보고서를 건넨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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