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걷고 네 번째 발을 끌어당긴 후 절을 합니다.” 불갑사 만당스님의 설명이 첫머리에 들린다.
인간의 욕심과 거짓, 물욕을 뉘우치며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고행 방식이라는 내 나름의 해석을 담아 ‘영광 핵폐기장 반대’ 삼보일배단에 참여했다. 군청 앞에는 15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영광의 스님들과 원불교 교무님, 천주교, 유교 관련 지도자들이 앞장서고 영광 주민들이 뒷열에 선다.
그날따라 최악의 몸 상태인지라 내심 걱정도 되고 주위의 만류도 있었지만 ‘새만금 삼보일배’에 참여했던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목탁소리에 맞춰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린다. 몇번의 걸음에 얼굴은 불에 덴 듯 화끈거리고 등줄기는 땀으로 젖는다. 50여명의 삼보일배단이 물결치듯 절을 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1500여명의 행렬이 반배로 따른다.
무심히, 무수히 지나쳤던 아스팔트에 머리를 조아리고 보니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하다. 주변이 조용해지고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세 걸음에 한번씩 땅바닥으로 ‘나’를 내려놓는다. 목탁소리와 거친 숨소리, 뒷행렬의 발자국 소리가 가만히 들려온다.
양옆 정민씨와 순영씨의 거친 숨결에 걱정스러운 마음 돌리며 다리저림을 참아낸다.
뒷열에서 안타까이 참여했던 할머니들이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반배로 지켜준다.
좁다고 투덜대던 영광 읍내가 땅바닥에서 바라보니 이리도 넓구나 싶다. 영광읍에서 가장 넓은 남천로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다. “안 되겠구만, 빠져요.” 내 옆의 정민씨 붉은 기로 가득한 나를 살펴보며 그만하라고 성화다. 뒤에서 염려스럽게 따라오던 회원들도 달려나와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며 민망스럽게 호들갑을 피운다. 쉬었다 다시 따르는데 내 다리가 아닌 듯하더니 몇번 절을 올리고 나서야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 삼보일배단에서 제일 걱정스러웠던 사람 중의 하나였던 나는 마지막 정리집회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결국 이틀 후 병원을 찾아야 했지만 몸보다 더 아픈 건 새삼스럽게도 영광의 아름다운 들녘이다. 개발과 소비, 인간의 편리성만을 내세운 핵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면서 느리게 살고, 적게 갖고, 더불어 사는 의미를 곱씹어보게 된다. 7월3일부터 영광 원불교 성직자 한분이 단식을 하며 1보1배로 영광에서 홍농핵발전소 앞까지 고행길에 나섰다. 감히 동참할 엄두를 못 내며 1보1배단을 멀찍하게 서서 바라보니 눈물이 왈칵 솟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1보1배를 마친 뒤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신단다. 우리 앞에 놓인 고행길이 얼마일지 가늠되지 않는다. 어서 끝내고 집 앞 마당에 졸졸이 피어 있는 주황색 봉선화로 손톱을 물들이고 싶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일러스트레이션 | 경연미
좁다고 투덜대던 영광 읍내가 땅바닥에서 바라보니 이리도 넓구나 싶다. 영광읍에서 가장 넓은 남천로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다. “안 되겠구만, 빠져요.” 내 옆의 정민씨 붉은 기로 가득한 나를 살펴보며 그만하라고 성화다. 뒤에서 염려스럽게 따라오던 회원들도 달려나와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며 민망스럽게 호들갑을 피운다. 쉬었다 다시 따르는데 내 다리가 아닌 듯하더니 몇번 절을 올리고 나서야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 삼보일배단에서 제일 걱정스러웠던 사람 중의 하나였던 나는 마지막 정리집회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결국 이틀 후 병원을 찾아야 했지만 몸보다 더 아픈 건 새삼스럽게도 영광의 아름다운 들녘이다. 개발과 소비, 인간의 편리성만을 내세운 핵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면서 느리게 살고, 적게 갖고, 더불어 사는 의미를 곱씹어보게 된다. 7월3일부터 영광 원불교 성직자 한분이 단식을 하며 1보1배로 영광에서 홍농핵발전소 앞까지 고행길에 나섰다. 감히 동참할 엄두를 못 내며 1보1배단을 멀찍하게 서서 바라보니 눈물이 왈칵 솟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1보1배를 마친 뒤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신단다. 우리 앞에 놓인 고행길이 얼마일지 가늠되지 않는다. 어서 끝내고 집 앞 마당에 졸졸이 피어 있는 주황색 봉선화로 손톱을 물들이고 싶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