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서도호 개인전
6월28일~9월7일 서울 아트선재센터(02-733-8234)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 대표 작가로 국경 바깥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서도호(41)의 국내 첫 개인전. 개인과 집단과의 관계, 개인과 전체와의 권력을 주제로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4점과 신작 2점을 보여준다. 동양화가 서세옥의 장남으로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과 예일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그야말로 ‘정통’ 엘리트 작가의 길을 착착 밟아왔다. 그래선지 그의 작품은 한치의 빈틈도 없는 침모의 바느질처럼 꼼꼼한 마무리가 특징이다. 2층 전시장에서 관객과 처음 만나는 작품은 <웰컴 그린>. 녹색 바탕에 오렌지색 글씨로 ‘웰컴’이라고 쓰인 이 발깔개를 무심히 밟고 섰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손가락 길이만한 고무인형 수천개가 들어차 있다. 사람들에게 자꾸 밟혀 동글동글한 얼굴과 팔이 마모된 듯 보이는 익명 인물들의 ‘환영인사’는 개인들의 소리 없는 집단 비명처럼 느껴진다. 5cm가량의 작은 인물 수천개가 유리판을 지탱하고 서 있는 <플로어>는 각기 다른 인종과 성별을 지닌 6가지 종류의 인형으로 이뤄졌다. 우리가 밟은 것은 ‘바닥’이지만 인형들이 두 손으로 떠받들고 있는 것은 ‘천장’이다. ‘큰 사람’과 ‘작은 이들’의 역학관계가 여실히 표현되는 대목이다.
작가의 가족과 친지, 또 이들의 지인들로부터 받은 4만개의 얼굴 사진을 축소해서 깨알처럼 박아 전시장 내·외부를 감싸는 벽지를 만든 <후 앰 위>는 ‘나란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의 총체’라는 동양적 사고관이 잘 녹아 있다. 신작 <파라트루퍼>(낙하산병)는 커다란 낙하산에 지탱해 방금 무사히 착지를 끝낸 작은 군인 인형이 등장한다. 인형이 힘겹게 붙잡고 선 것은 지인들로부터 받은 수천개의 사인이 분홍색 실로 일일이 수놓아진 낙하산줄. 낙하산은 그를 덮칠 듯 작은 몸체를 위태롭게 내리누르고 있지만 한편으론 그를 땅 위에 내려놔준 은인이기도 하다.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에 대한 성찰이 암시돼 있다. 전시장 전체가 미니멀한 인형조각들로 단정한 느낌을 주지만 관객들은 작품을 직접 만져보고 느끼면서 충분히 친근한 감상을 할 수 있다.
콘서트 | 델리 스파이스 ‘환상특급’ 7월5일 7시·6일 6시,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02-522-9933)
언더그라운드에서 출발해 꾸준히 대중과 접점을 넓혀온 모던록 그룹 델리 스파이스가 올 여름 더위를 날리러 온다. 음반만 들으면 속삭이는 듯 섬세한 보컬과 깔끔한 사운드가 귓가에 맴돌지만, 라이브 무대에 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4월 역시 성균관대에서 시작한 전국 4개 도시 투어 콘서트에서 델리 스파이스 멤버들은 뜨거운 록으로 포효하다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무대 위에서 점핑하는 등 땀으로 범벅된 열광과 흥분을 이어갔다. 5집 <에스프레소>에 실린 곡들을 비롯해 <차우차우> <달려라 자전거>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 옛 음반 히트곡을 포함 15~17곡을 들려준다. 지난 공연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 <은하철도 999>와 같은 영상을 편집해 노래 곳곳에 삽입했던 델리 스파이스는 이번 무대 역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특수효과 이벤트를 잊지 않았다.
콘서트 | 한영애 ‘Full Moon’
7월11일 7시30분·12일 4시·7시30분,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02-3141-2706)
3년 만에 새 음반 (가제)을 낸 한영애가 만월의 원숙함으로 초대한다. ‘해바라기’ 일원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85년 데뷔 음반 <1집>을 내고 1999년 <난·다>에 이르기까지 그는 음반 하나하나마다 다양한 장르를 섞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왔다. 이번 음반은 1925~51년까지 흘러간 옛 노래들을 끄집어내 ‘테크노’로 요리했다. 물론 기존에 갖고 있던 포크나 블루스, 록의 요소는 국물맛을 좌우하는 밑간으로 썼다. 한국 테크노 음악을 리드하고 있는 ‘달파란’, ‘어어부 프로젝트’와 함께 작업했으며 흘러간 트로트도 ‘한영애식’으로 다시 불렀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 다시 부르기 이후 새로운 명곡의 탄생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타고난 춤꾼이자 연기꾼, 소리꾼’이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은 한영애는 한편의 퍼포먼스와도 같은 공연을 벼르고 있다.
전시 | 한국영화 백주년 기념전-기억하는 거울
6월26일~7월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신관(02-723-6277~8)
1903년 6월23일치 <황성신문>엔 한성전기회사가 ‘구미 각국의 도시 및 각종 극장의 절경’을 보여준다는 내용의 활동사진 상영 광고가 실렸다. 한반도에서 ‘영화’가 첫 싹을 틔운 날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한국영화 100년사를 회고하는 미술인(영화인이 아니라)들의 잔치가 열린다. 미술과 영화는 가장 가까운 이웃장르인 동시에 미술이야말로 스크린 위에 투사해온 한국인들의 꿈과 욕망을 포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작업에 영감을 준 장면에 대한 예찬과 패러디, 의식·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영화에 대한 애증을 40명의 작가들이 재해석해 작품으로 내놓았다. 정은유·안창홍·최민화 등의 회화와 노석미의 장난기 어린 드로잉, 정원철·김일용·홍지연 등의 설치·조각, 강홍구·염중호 등의 사진, 장지아·전수현 등의 비디오를 비롯해 영화 100년을 포스터 형식으로 재구성한 그래픽 디자인들이 전시된다.

콘서트 | 델리 스파이스 ‘환상특급’ 7월5일 7시·6일 6시,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02-522-99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