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이 귀해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은 시절… 서울 입맛에 도전하는 대구 ‘국시’
“국수와 국시는 어떻게 다른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좀 썰렁한 ‘난센스 퀴즈’인데, 그 답은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든다”이다. 그러나 ‘센스 퀴즈’로 생각하고 그 답을 정확히 구하자면, 국수는 메밀가루, 밀가루, 또는 감자가루 등을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가늘게 썰든가, 국수틀 구멍으로 내리 눌러서 흘러 빠지게 한 식품, 또는 그것을 삶아 국물에 말거나 혹은 비벼먹는 음식을 일컫는다. 그리고 국시는 국수의 경상도·함경도 사투리다.
밀은 벼과에 속하는 작물로 한자로는 소맥(小麥)이라 한다. 밀은 농업의 기원과 더불어 재배된 가장 오래된 작물의 하나로 1만년 전부터 오늘의 아프가니스탄과 아르메니아 지방에서 재배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밀은 기원전 3세기께 중국에 들어와 쌀과 더불어 주곡으로 자리잡았는데, 중국인들은 이때부터 밀가루를 내어 여러 가지 식품으로 이용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수를 뜻하는 것을 통틀어 면(麵)이라 하지만, 중국에서는 밀에서 1차 가공한 밀가루를 면이라 하였고, 면 곧 밀가루를 2차 가공하여 만든 식품을 통틀어 병(餠)이라 하였다. 그리고 밀가루 이외의 다른 곡식 가루로 만든 것을 이(餌·먹이)라 하여 병과 구분하였으니, 우리나라의 떡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면을 국수라고 하였을까? 밀은 중국을 통해 삼국시대에 이미 우리나라에 들어와 재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에는, 고려에는 밀이 적어 화북지방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밀가루의 값이 매우 비싸서 잔치 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그 즈음까지는 밀의 생산량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보다는 비교적 흔한 메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었다.
삼국·통일신라시대까지의 문헌에는 국수를 가리키는 면이 보이지 않다가 중국의 송나라와 밀접하게 교류했던 고려시대부터 면 이야기가 나온다. 앞의 <고려도경>에 “음식에는 10여 가지가 있어 그 중 면 음식을 으뜸으로 삼았다”는 구절이 보이고, 고려 말기의 중국어 회화교본인 <노걸대>에 “우리 고려 사람은 습면(濕麵)을 먹는 습관이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19세기 초 서유구가 지은 <옹희잡지>에는 “우리나라 풍속으로 건한 것을 병(餠)이라 하고 습한 것을 가리켜 면(麵)이라 한다. 건한 것은 시루에 찌는 것이고 습한 것은 끓는 물에 삶거나 물에 넣은 것이다”라고 되어 있어, 습면과 면 모두 국수를 가리키는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우리의 옛 문헌에서는 국수를 (菊에서 머리 뗄 것)水,(앞의 국에서 손수변 붙일 것)水,또는 麴讐라고 표기하였는데, 저자와 연대 미상으로 우리말의 어원을 해석한 <동언고략>에서는 국수는 한자 麴讐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밀가루(麵)로 국수(麵)를 만든다. 밀가루(麵)로 밀기울(麴)도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국수(麵)는 주로 메밀가루로 만든다. 그런데 메밀가루는 술을 내는 맛이 없다. 그러므로 밀기울(麴)로서는 메밀가루가 원수(讐)이니 메밀가루 국수는 밀기울의 원수, 곧 국수(麴讐)라 한 것이다.”
비유하여 해석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국수의 원료를 놓고 밀가루와 메밀가루가 투쟁하였는데, 밀가루가 워낙 부족해 국수의 원료로 메밀가루가 대종을 이루자 밀가루의 아들뻘인 밀기울이 자기 아버지 밀가루를 밀어낸 메밀가루를 원수로 여긴 데서 ‘국수’(麴讐)라는 말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억지에 가까운 발상의 기발함은 재미가 있지만 속설 이상의 근거는 없다. 하여튼 요즈음 우리밀은 모두 사라졌지만 미국산 수입 밀가루가 온 나라를 떡() 치고 있으니, 밀기울이여 노여움을 푸시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밀가리’로 ‘국시’를 만드는 ‘가람국시’(02-541-8822)가 있다. 이 집의 여주인 채양자(51)씨는 대구에서 10여년간 유명한 한정식집 ‘가람’을 운영해왔는데, 1년 전 강남으로 진출해 손칼국수·잔치국수·콩국수 등을 전문으로 서울 입맛에 도전하고 있다. 꼬들꼬들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면발에 국물맛이 담백한 칼국수, 그리고 채씨가 서울시내의 한다 하는 콩국수집을 모두 찾아다니며 비교·검토·연구해 계절음식으로 자신 있게 내놓은 콩국수도 무척 고소하고 시원하다.

사진/ ‘가람국시’의 상차림. 쫄깃쫄깃한 면발에 국물맛이 담백한 칼국수. 잔치국수와 콩국수도 고소하고 시원하다.
비유하여 해석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국수의 원료를 놓고 밀가루와 메밀가루가 투쟁하였는데, 밀가루가 워낙 부족해 국수의 원료로 메밀가루가 대종을 이루자 밀가루의 아들뻘인 밀기울이 자기 아버지 밀가루를 밀어낸 메밀가루를 원수로 여긴 데서 ‘국수’(麴讐)라는 말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억지에 가까운 발상의 기발함은 재미가 있지만 속설 이상의 근거는 없다. 하여튼 요즈음 우리밀은 모두 사라졌지만 미국산 수입 밀가루가 온 나라를 떡() 치고 있으니, 밀기울이여 노여움을 푸시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밀가리’로 ‘국시’를 만드는 ‘가람국시’(02-541-8822)가 있다. 이 집의 여주인 채양자(51)씨는 대구에서 10여년간 유명한 한정식집 ‘가람’을 운영해왔는데, 1년 전 강남으로 진출해 손칼국수·잔치국수·콩국수 등을 전문으로 서울 입맛에 도전하고 있다. 꼬들꼬들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면발에 국물맛이 담백한 칼국수, 그리고 채씨가 서울시내의 한다 하는 콩국수집을 모두 찾아다니며 비교·검토·연구해 계절음식으로 자신 있게 내놓은 콩국수도 무척 고소하고 시원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