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언니, 순옥언니…. 사진 속 9명의 여성농민들이 삭발을 한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간부 9명의 머리가 깎이고 밀려나가는 동안 보는 이도 깎이는 이도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한다.
사진 속의 여성농민회 언니들은 비통절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는다. 지난 10일 한나라당앞에서 열렸던 전국여성농민대회 사진 몇장에 가슴이 울먹거린다. 함께 여성농민운동을 고민했던 아는 얼굴들에게서 눈이 떼어지지 않는다.
“여러분, 우리가 머리를 깎는다고 해서 울지 마십시오. 우리 농업이, 우리 자식들이 죽어가는 데 머리가 대수겠습니까. 이렇게 해도 안될 때는 목숨이라도 내놓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한-칠레 FTA는 꼭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삭발 여성농민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느해인가? 전남여성농민회 간부들이 서울 농협중앙회 셔터에 매달려 한나절을 꼬박 고공시위를 한적이 있다. “어머니 제발 내려오십시오. 저희가 함께 하겠습니다”라며 말리는 학생들의 간절한 소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농업회생”만을 외치며 탈진할 때까지 매달려 있던 나주 여성농민들 사진을 보며 얼마나 눈가를 짓눌렀는지 모른다.
이제 2003년 한여름의 가운데에서 여성농민들은 머리를 깍고, 한강철교 위에 올라간 농민들은 고공시위를 벌인다.
6월20일 들판일에 매달려야 할 농민들이 영광톨게이트 앞에 모였다. 농민들이 타고 온 트럭엔 ‘한-칠레 무역협정 국회비준 거부’ 깃발이 휘날리고 경찰에 의해 길이 막힌 농민들은 경찰을 뚫고 고속도로로 나서기 위한 전술회의를 벌인다.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그냥 밀고 나갈 수밖에….
여의도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는 1만명 농기계차량 시위에 나선 농민들이 고속도로로 진출을 시도했지만 톨게이트를 막고 선 경찰에 막혀 역부족이다. 전남 농민들이 광주 비아 톨게이트에서 경찰저지선을 뚫으려고 가장 격렬한 투쟁을 벌인다는 소식이 날아온다. 전국의 농민들이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하루해를 넘겼다. 인터넷에는 오늘의 농민대회를 알리는 소식들이 가득하다. 국회 앞에 모인 경기도 농민들이 올봄 모심기를 마친 이앙기와 함께 까맣게 농심을 태운다. “한-칠레 무역협정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입니다. 1080개 품목의 농산물에 관세를 물리지 않는 것은 농업을 죽이겠다는 거지요” 농업이 죽으면 우리의 삶은 온전할까?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다해서라도 ‘한-칠레 협정의 국회비준을 막아내겠다’는 농민들의 짐을 부리게 하고 국민 모두가 나눠가져야 하지 않을까? 담배 따느라 한낮 들녘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머니, 할아버지 농민들이 힘겨운 노동을 놀린다. 윤금순 전여농회장님, 최순옥 전남여농 사무국장님…. 그들의 머리카락이 손톱만큼 올라오는 즈음엔 ‘한-칠레 무역협정 국회비준 거부’라는 시원한 소식을 기대해도 될는지.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일러스트레이션 | 경연미
여의도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는 1만명 농기계차량 시위에 나선 농민들이 고속도로로 진출을 시도했지만 톨게이트를 막고 선 경찰에 막혀 역부족이다. 전남 농민들이 광주 비아 톨게이트에서 경찰저지선을 뚫으려고 가장 격렬한 투쟁을 벌인다는 소식이 날아온다. 전국의 농민들이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하루해를 넘겼다. 인터넷에는 오늘의 농민대회를 알리는 소식들이 가득하다. 국회 앞에 모인 경기도 농민들이 올봄 모심기를 마친 이앙기와 함께 까맣게 농심을 태운다. “한-칠레 무역협정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입니다. 1080개 품목의 농산물에 관세를 물리지 않는 것은 농업을 죽이겠다는 거지요” 농업이 죽으면 우리의 삶은 온전할까?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다해서라도 ‘한-칠레 협정의 국회비준을 막아내겠다’는 농민들의 짐을 부리게 하고 국민 모두가 나눠가져야 하지 않을까? 담배 따느라 한낮 들녘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머니, 할아버지 농민들이 힘겨운 노동을 놀린다. 윤금순 전여농회장님, 최순옥 전남여농 사무국장님…. 그들의 머리카락이 손톱만큼 올라오는 즈음엔 ‘한-칠레 무역협정 국회비준 거부’라는 시원한 소식을 기대해도 될는지.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