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으로 말라리아 원충 박멸 시도… 치명적 유전자 삽입하면 16세대 뒤 멸종
한여름밤의 불청객 모기. 비가 잦은 봄의 기상 때문에 올 여름에는 유난히 모기가 설칠 것이라는 예보도 있다. 사람의 관점으로 본다면 백해무익한 지금의 모기를 퇴치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 많이 알려진 상식적 예방책은 몸을 깨끗이 씻는다든지 방충제를 바르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모기는 사람의 발냄새에 강하게 유인되므로 자기 전에 발을 잘 씻는 게 상책이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모기는 사람의 신체부위 중에서 손가락·발가락 마디 부근을 공격하길 좋아한다. 이 부분이 인체부위 중에서 피가 가장 쉽게 빨리기 때문이다.
침샘을 봉쇄하고 치명적 유전자 삽입
해마다 전세계적으로 100만여명의 목숨을 빼앗는 말라리아의 감염경로는 비교적 단순하다. 일단 감염된 모기(말라리아 모기)가 사람을 물면 모기의 침샘에 있던 말라리아 원충이 혈액 내로 들어간다. 이렇게 들어간 원충은 사람의 간으로 들어가 성숙한 뒤 다시 혈액으로 나와 사람의 적혈구에서 자라고, 이후 암수 생식모체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감염자의 피를 다른 모기가 흡혈하여 또 다른 정상인을 감염시키는 방법으로 전파가 확산된다. 진단방법으로는 의심되는 사람의 피를 받아 현미경으로 직접 말라리아 원충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최근에는 혈액 샘플과 항체를 이용하여 말라리아 종류까지 감별해주는 진단 키트가 개발되기도 했다.
이론적으로 말라리아를 막으려면 원충이 특정 종류의 모기의 침샘에서 기생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말라리아 모기의 침샘에 말라리아 원충이 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 유전자를 말라리아 모기의 유전자에 이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말라리아 모기들이 계속 번식하면 유전자 조작된 침샘을 가진 모기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로부터 사람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형질을 바꾼 유전자가 삽입된 말라리아 모기 1세대의 80%가 말라리아 원충을 사람에게 전파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말라리아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말라리아 모기에 들어 있는 말라리아 원충 중에서 침샘에 있는 경우는 대략 20%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의 침샘에서 사람의 혈액으로 전파된다 해도 거기에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또한 말라리아 원충이 100% 침샘에 존재하고 유전자변형 말라리아 모기가 원충을 옮기지 못한다고 가정하더라고 이들이 실제 일반 말라리아 모기와 교배해 새로운 유전자를 전체 개체군에 퍼뜨릴 수 있는가 하는 것도 확실치 않다. 암수 쌍의 결합으로 개체를 만드는 모든 생물은 대략 한쪽 유전자의 반 정도만 다음 자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음악적 재능에 관한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모차르트 12대 자손은 유전자적 관점으로 본다면 원조 모차르트와 음악적인 면에서 0.00024%(1/2 12제곱)정도 닮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런 식으로 계산해볼 때 유전자 조작된 말라리아 모기가 정상적인 모기들 틈에서 해당 유전자를 퍼뜨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한 개체의 특정한 유전자를 어떻게 하면 강제적으로 자손들에게 넘겨주는가다. 즉, 이름하여 유전자의 드라이버(driver)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최근에는 트랜스포존(transposon) 유전자를 사용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트랜스포존이란 인간과 초파리를 비롯한 많은 생물체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것 이외의 다른 유전적 정보를 가지고 있는 염기서열을 말한다. 트랜스포존은 자신의 양쪽 끝부분에 존재하는 반복적 서열을 이용하여 염색체의 다른 위치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 방식에 현실적 어려움은 있지만 일반적인 말라리아 예방약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방법에 비하면 훨씬 공격적인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연구원 오스틴 버트도 획기적인 모기멸종법을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이 방식은 유전자가 손상받았을 때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이용해 특정한 유전자를 자손들에게 유전시키는 방식이다. 호밍 내부절단효소 유전자(HEG·Homing Endonuclease Gene)라는 유전자를 사용하면 암수 두쌍이 결합할 때 두쌍의 염색체 모두에 특정 유전자를 전파시킬 수 있다. HEG를 이용한 모기멸종법은 이렇게 진행된다. 일단 정상적인 모기를 유전적으로 조작하여 HEG을 포함하는 치명적 유전자를 삽입한다. 그런데 이것을 포함하는 암수 두쌍이 짝을 이루면 이로부터 만들어지는 모든 난자와 정자는 사멸하게 된다. 하지만 HEG로 조작된 몇 마리의 모기가 정상적인 모기와 짝을 이루면 정상적으로 자손을 만들 수 있다. 즉, 암수 한쌍 중 하나만 HEG로 조작된 경우에는 정상적 번식이 가능하다. 실험실의 결과로는 대략 1%의 유전자 조작 모기가 전체 집단의 99%에게 HEG와 같이 삽입된 치명적 유전자를 전체로 확대하는 데 약 16세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이때 암수 모두 유전자 조작 모기일 경우 자손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일단 HEG 조작 유전자가 전체로 퍼지는 과정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만일 모든 개체가 유전자 조작 모기라면 이제부터는 그 어떤 암수쌍이 만나도 그들의 자손을 만들 수 없게 된다. 따라서 16세대 이후로부터는 개체 수는 급속하게 감소하고 궁극에는 모든 모기들이 전멸한다는 시나리오다.
돌연변이로 독성 모기 나타날 수도
이런 방식에도 문제는 있다. 무엇보다 조작된 유전자들이 과연 돌연변이를 이기고 제대로 16세대 동안 문제 없이 보존된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돌연변이가 발생해 매우 치명적인 독성의 새로운 모기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전자 조작에는 항상 이런 상상이 불가능한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에는 비록 실험실이긴 하지만 수컷만 생산하는 모기들을 유전적으로 조작해서 퍼뜨리는 방법이 성공했다는 옥스퍼드 연구팀의 발표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모기가 멸종되었을 때 지구 생태계에 어떤 사슬이 끊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모기의 종족 보존을 주장하기도 한다.
아주 엉터리 같은 모기 퇴치법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도 있었다. 프랑스의 한 사설 FM 라디오 방송사는 여름철 자신들의 방송청취율을 올리기 위해 선전을 했다. 즉, 자신들의 라디오 방송에는 모기들이 가장 싫어하는 고주파(사람은 들을 수 없는)가 실려 있기 때문에 해변이나 산 속에서 자신들의 방송을 틀어두면 스피커 반경 4m 이내에는 모기가 접근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자들에 의해 엉터리로 드러나 호된 비난을 받았다. 만일 정말 그러한 주파수를 만들 수만 있다면 이 방식은 상당히 재미있고 친환경적인 모기 퇴치법이 될 것 같다.
조환규 | 부산대 교수·컴퓨터과학

이론적으로 말라리아를 막으려면 원충이 특정 종류의 모기의 침샘에서 기생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말라리아 모기의 침샘에 말라리아 원충이 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 유전자를 말라리아 모기의 유전자에 이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말라리아 모기들이 계속 번식하면 유전자 조작된 침샘을 가진 모기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로부터 사람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형질을 바꾼 유전자가 삽입된 말라리아 모기 1세대의 80%가 말라리아 원충을 사람에게 전파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말라리아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말라리아 모기에 들어 있는 말라리아 원충 중에서 침샘에 있는 경우는 대략 20%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의 침샘에서 사람의 혈액으로 전파된다 해도 거기에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또한 말라리아 원충이 100% 침샘에 존재하고 유전자변형 말라리아 모기가 원충을 옮기지 못한다고 가정하더라고 이들이 실제 일반 말라리아 모기와 교배해 새로운 유전자를 전체 개체군에 퍼뜨릴 수 있는가 하는 것도 확실치 않다. 암수 쌍의 결합으로 개체를 만드는 모든 생물은 대략 한쪽 유전자의 반 정도만 다음 자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음악적 재능에 관한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모차르트 12대 자손은 유전자적 관점으로 본다면 원조 모차르트와 음악적인 면에서 0.00024%(1/2 12제곱)정도 닮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런 식으로 계산해볼 때 유전자 조작된 말라리아 모기가 정상적인 모기들 틈에서 해당 유전자를 퍼뜨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한 개체의 특정한 유전자를 어떻게 하면 강제적으로 자손들에게 넘겨주는가다. 즉, 이름하여 유전자의 드라이버(driver)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최근에는 트랜스포존(transposon) 유전자를 사용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트랜스포존이란 인간과 초파리를 비롯한 많은 생물체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것 이외의 다른 유전적 정보를 가지고 있는 염기서열을 말한다. 트랜스포존은 자신의 양쪽 끝부분에 존재하는 반복적 서열을 이용하여 염색체의 다른 위치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 방식에 현실적 어려움은 있지만 일반적인 말라리아 예방약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방법에 비하면 훨씬 공격적인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연구원 오스틴 버트도 획기적인 모기멸종법을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이 방식은 유전자가 손상받았을 때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이용해 특정한 유전자를 자손들에게 유전시키는 방식이다. 호밍 내부절단효소 유전자(HEG·Homing Endonuclease Gene)라는 유전자를 사용하면 암수 두쌍이 결합할 때 두쌍의 염색체 모두에 특정 유전자를 전파시킬 수 있다. HEG를 이용한 모기멸종법은 이렇게 진행된다. 일단 정상적인 모기를 유전적으로 조작하여 HEG을 포함하는 치명적 유전자를 삽입한다. 그런데 이것을 포함하는 암수 두쌍이 짝을 이루면 이로부터 만들어지는 모든 난자와 정자는 사멸하게 된다. 하지만 HEG로 조작된 몇 마리의 모기가 정상적인 모기와 짝을 이루면 정상적으로 자손을 만들 수 있다. 즉, 암수 한쌍 중 하나만 HEG로 조작된 경우에는 정상적 번식이 가능하다. 실험실의 결과로는 대략 1%의 유전자 조작 모기가 전체 집단의 99%에게 HEG와 같이 삽입된 치명적 유전자를 전체로 확대하는 데 약 16세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이때 암수 모두 유전자 조작 모기일 경우 자손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일단 HEG 조작 유전자가 전체로 퍼지는 과정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만일 모든 개체가 유전자 조작 모기라면 이제부터는 그 어떤 암수쌍이 만나도 그들의 자손을 만들 수 없게 된다. 따라서 16세대 이후로부터는 개체 수는 급속하게 감소하고 궁극에는 모든 모기들이 전멸한다는 시나리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