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 이야기를 해보자.
얼마 전 가정폭력상담소 전국대회가 열렸다. 민간단체나 법인, 개인이 운영하는 가정폭력상담소는 전국에서 159개가 상담활동 중이다(성폭력상담소가 109개, 성매매 피해여성상담소 42개 등).
한번씩 전국모임을 하면 현장에서의 애로사항과 정부에 대한 건의가 봇물처럼 터진다. 예산과 인력 확대는 어느 부문이나 기본 요구지만 상담소나 상담원에 대한 안전에 대한 이야기 또한 빠지지 않고 나온다.
가정폭력은 대부분의 가해자가 남편(또는 전남편)이어서 상담 또는 쉼터 입소 이후 부인을 찾으려 이성을 잃은 사람들에 의해 시달림을 받곤 한다.
이날 여성부와의 간담회에서 지방의 상담소 소장이 전해준 사례는 충격적이었다. 부인의 행방을 알려달라면서 가해남편이 상담원들을 협박하며 일주일간 진을 치고 있는 동안 상담원들은 무방비로 불안에 떨었고, 결국 이 사건은 부인을 상담소까지 태워다준 택시기사를 가해남편이 살해하는 살인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가 희생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폐쇄회로TV 설치와 가스총 정도의 장비라도 각 상담소에 지원해달라는 말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지난해 충남 천안의 한 상담소에서 가정폭력 가해남편이 상담실 안에서 부인을 흉기로 무차별적으로 난자해 살해한 전 과정이 최근 가정폭력 문제를 다룬 한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에 방영된 적이 있다. 옆에서 말리던 피해여성의 남동생도 온몸에 상처를 안고 있다. 당시 상담소의 안전장치는 폐쇄회로TV뿐이었다.
부설기관으로 가정폭력상담소를 운영하는 우리도 여러 경로와 형태로 협박을 받기도 한다.
몇년 전 성폭력 가해자인 할아버지가 보석으로 풀려나온 뒤 가족들과 함께 상담소로 들이닥쳐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인 듯한 손자아이까지 대동해 살풍경을 연출하고 경찰을 부르고 나서야 소동은 끝이 났다. 지난해 노래방, 다방 등 일상으로 파고드는 농촌지역 성매매 현실을 고발하는 기사가 지역신문에 연재되는 내내 “그래 나 포준데… 거기 어디냐 당장 갈 테니 기다려”라는 협박전화가 걸려오기도 하고 지역조사를 위해 유흥가를 돌아보면 따가운 시선이 꽂힌다. 최근 들어 성매매된 피해여성의 상담이 늘고 있다. 성매매 업소는 폭력조직과 연결되어 있어 더욱 위협적이다. 간접적으로 피해여성을 지원하면서 업주로부터 협박을 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여성단체고 뭐고 지나가다가 염산이라도 확 뿌리려고 했는데 마누라가 말립디다….” 우리가 이런 두려움 속에서도 현장에서 피해여성을 돕고 일을 하는 것은 죽음의 공포 때문에 평생을 폭력 속에서 살아야 하는 피해여성과 아이들, 약자들이 이 땅에 너무도 많다는 절망적인 현실 때문이다. “나 하나 죽는 건 괜찮아요. 근데 친정식구들까지 다 죽인다고 해서 그대로 맞고 살았어요.” 피해여성들의 고통의 경험이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폭력 뒤에는 생명을 건 피해자들의 악전고투가 핏빛처럼 배어 있다. 처음 상담원 교육을 받으며 선배 상담원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가해자들의 협박에 대처하는 뾰족한 방법이 있나 싶어서…. 되돌아온 답은 하다 보면 이력이 생겨서 담담해진다는 것이었다. 무모한 대답이지만 어느덧 나도 “덤벼” 하는 폼으로 일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일러스트레이션 | 경연미
몇년 전 성폭력 가해자인 할아버지가 보석으로 풀려나온 뒤 가족들과 함께 상담소로 들이닥쳐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인 듯한 손자아이까지 대동해 살풍경을 연출하고 경찰을 부르고 나서야 소동은 끝이 났다. 지난해 노래방, 다방 등 일상으로 파고드는 농촌지역 성매매 현실을 고발하는 기사가 지역신문에 연재되는 내내 “그래 나 포준데… 거기 어디냐 당장 갈 테니 기다려”라는 협박전화가 걸려오기도 하고 지역조사를 위해 유흥가를 돌아보면 따가운 시선이 꽂힌다. 최근 들어 성매매된 피해여성의 상담이 늘고 있다. 성매매 업소는 폭력조직과 연결되어 있어 더욱 위협적이다. 간접적으로 피해여성을 지원하면서 업주로부터 협박을 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여성단체고 뭐고 지나가다가 염산이라도 확 뿌리려고 했는데 마누라가 말립디다….” 우리가 이런 두려움 속에서도 현장에서 피해여성을 돕고 일을 하는 것은 죽음의 공포 때문에 평생을 폭력 속에서 살아야 하는 피해여성과 아이들, 약자들이 이 땅에 너무도 많다는 절망적인 현실 때문이다. “나 하나 죽는 건 괜찮아요. 근데 친정식구들까지 다 죽인다고 해서 그대로 맞고 살았어요.” 피해여성들의 고통의 경험이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폭력 뒤에는 생명을 건 피해자들의 악전고투가 핏빛처럼 배어 있다. 처음 상담원 교육을 받으며 선배 상담원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가해자들의 협박에 대처하는 뾰족한 방법이 있나 싶어서…. 되돌아온 답은 하다 보면 이력이 생겨서 담담해진다는 것이었다. 무모한 대답이지만 어느덧 나도 “덤벼” 하는 폼으로 일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