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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과학이 미래를 디자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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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6-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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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김수병의 첨단과학 오디세이

과학이 생활 곳곳으로 깊이 파고들수록, 과학 기술은 점점 복잡하게 발전하고 대중과 멀어져간다. 어쩌면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 알기를 포기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인식의 중요한 부분을 포기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첨단’과학은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한겨레21>에 과학 기사를 쓰고 있는 지은이는 지능로봇, 나노기술, 전자종이, 우주비행, 시간여행, 온실가스, 연료전지, 수명연장, 우울증약, 탈모치료까지 49가지 주제에 대해 쓴 글에서 21세기 첨단과학의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고 쉽게 설명한다. <한겨레21>에 연재했던 글들을 현재 시점에서 새롭게 고쳐 썼다.

195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이 10억분의 1m, 초미세입자 나노의 세계를 처음으로 제시했을 때 당시 과학자들은 실현불가능한 몽상이라고 비웃었다. 파인만은 원자 설계도에 따라 원자를 하나씩 쌓아가면서 조립하면 모든 물체와 장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엑슨 모빌사는 나노 크기 물질인 지올라이트를 촉매제로 시판하고, IBM 연구소는 유전자와 단백질 100만개를 심을 수 있는 나노 바이오칩을 개발했다. 일반 화장품보다 입자가 100배 이상 작은 나노 화장품도 등장했다. 과학은 불가능하다는 비웃음을 비웃으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로 플라스틱을 만들고, 홍합으로 인공피부를 만들려 한다거나, 폐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서 버린 작은 나사못 등 인간이 버린 우주쓰레기가 큰 재앙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등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들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생각하는 로봇은 과연 등장할 것인가, 입는 컴퓨터는 실현될 것인가, 멸종 동물의 환생은 가능한가. 인간은 늙음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아니면 핵전쟁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으며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 생명에 대한 혼란 등이 계속될 것인가.

과학이 처해 있는 딜레마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로봇이다. 강요된 노동력이라는 뜻의 ‘로보타’(Robota)라는 말에서 나온 로봇은 인간의 뜻에 따라 주어진 일만 하는 인조인간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생각할 수 있는 로봇의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62년 GM 공장에 산업용 로봇이 처음 등장한 이래 생산현장에서 로봇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수록 로봇에 의한 인간지배의 공포는 SF영화의 단골 소재가 돼가고 있다. <매트릭스>는 그 대표작이다.


지은이는 “과학기술이 모든 인류를 위한 ‘열려라 참깨’ 식의 주문이 되지 못할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과학은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경계에 서 있다”고 말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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