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목대비의 한이 서린 모주와 전주 콩나물 해장국… ‘다래콩나물국밥’이 자랑하는 ‘남부시장식’국밥
화가 장욱진 선생은 기이한 일생을 살면서 특출한 그림을 남긴 우리 시대의 거장이다. 선생은 일생을 술을 벗삼아 해와 달, 까치와 참새를 주로 그렸는데, 술과 관련된 선생의 일화는 끝이 없다. 1970년 정초 며칠을 술을 들며 명륜동 집에서 불경을 공부하던 부인의 모습을 본 뒤, 갑자기 구상이 떠올라 덕소 화실로 돌아와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한 채로 냉방에서 부인의 초상화 <진진묘>를 그린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전주는 콩나물 해장국으로 유명하다. 서울지방의 해장국은 소의 뼈를 푹 고아 끓인 국물에 된장을 삼삼하게 풀어넣고 콩나물·무·배추·파 등을 넣어 끓이다가 선지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인 선지국으로서 일종의 토장국인데 비하여, 전주의 해장국은 멸치·다시마·무 등을 우려낸 국물에 끓인 콩나물 맑은 장국이든가, 아니면 펄펄 끓는 뚝배기 콩나물국에 날계란을 풀어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것이다.
그런데 이 전주식 콩나물 해장국에는 모주 한잔이 곁들여져야 제격이다. 모주(母酒)란 청주를 뜨고 나서 막걸리를 거르고 난 술 지게미에 다시 물을 부어 만든 찌끼 술이니, 실은 술이라 할 것도 없는 맹물을 조금 면한 ‘술물’이다. 요즈음에는 양조장 막걸리에 계피와 흑설탕을 넣어 끓인 것을 전주에서는 모주라 하지만, 바로 이러한 알코올 도수가 낮은 모주를 해장술로 한잔 마심으로써 지난 저녁의 알딸딸한 명정 상태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술을 깨고 속을 확 풀어주는 것을 술꾼들은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전주 한옥생활체험관의 관장으로 있는 풍류가객 이동엽(55) 선생은 전주에서 마시는 해장술은 모주(母酒)가 아니라 새벽 어두컴컴한 때 마시는 술이라 하여 모주(暮酒)라고 주장하는데, 듣고 보니 그도 그럴듯하다.
벽초 홍명희의 아들 홍기문은 <조선문화총화>에서 모주의 유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대동야승>에 의하면, 선조의 왕비였던 인목대비가 광해군 때에 피위되자, 인목대비의 어머니요 아버지 연흥부원군 김제남의 부인인 노씨가 제주도에 귀양가게 되었는데, 귀양 간 사람에게 배급해주는 양식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동네에서 술지게미를 얻어서 싸구려 술을 만들어 팔아 생활했다고 한다. 이 술을 처음에는 대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 곧 대비모주(大妃母酒)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대비’ 두자를 빼버리고 그냥 ‘모주’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전주 콩나물 해장국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믿거나 말거나’ 욕쟁이 할머니 버전이 전해온다. 박정희 대통령이 한창 위세를 부리던 70년대 어느 날 전주에서 하루를 묵었다 한다. 이튿날 새벽 지난밤의 술로 헝크러진 속을 풀려고 경호원을 시켜 전주에서 유명하다는 콩나물 해장국집에 전화를 걸어 해장국을 배달해달랬다 한다. 그러나 배달 대신 “술 처먹었으면 직접 와서 뜨끈뜨근한 해장국을 먹어야지, 어떤 시러배놈이 배달해달라는 거야!” 욕만 한 사발 먹어버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박정희가 직접 와서 해장국을 시켜 훌훌 맛있게 먹는데, 그것을 보고는 욕쟁이 할머니 왈 “박정희같이 생긴 놈이 잘도 처먹는다. 이젠 속 풀렸지?”라고 했다나.
‘박정희가 욕 한 사발과 같이 먹었다’는 해장국은 뚝배기에 콩나물국을 팔팔 끓이고 여기에 날계란을 풀어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삼백집식’이고, 멸치·다시마·무 등으로 국물을 낸 뒤 여기에 삶은 콩나물을 넣고 데워 내는 것이 ‘남부시장식’이다. 전주시 경원동 동문 사거리 부근에 있는 ‘다래콩나물국밥’(063-288-6962)은 전주 토박이 홍순천(51)씨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고 있는 ‘남부시장식’ 해장국집으로, 이 집의 시원한 콩나물국에 모주 한잔이면 간밤의 숙취가 말끔히 가신다. 콩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하고 고소한 삶은 콩나물을 추가로 주므로 뻑뻑하게 장국에 넣어 먹어도 좋다. (콩나물국밥 3500원, 무밥·콩나물밥 5천원)

사진/ ‘다래콩나물국밥’은 전주 토박이 홍순천씨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고 있는 ‘남부시장식’ 해장국집으로, 시원한 콩나물국에 모주 한잔이면 간밤의 숙취가 말끔히 가신다.
‘박정희가 욕 한 사발과 같이 먹었다’는 해장국은 뚝배기에 콩나물국을 팔팔 끓이고 여기에 날계란을 풀어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삼백집식’이고, 멸치·다시마·무 등으로 국물을 낸 뒤 여기에 삶은 콩나물을 넣고 데워 내는 것이 ‘남부시장식’이다. 전주시 경원동 동문 사거리 부근에 있는 ‘다래콩나물국밥’(063-288-6962)은 전주 토박이 홍순천(51)씨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고 있는 ‘남부시장식’ 해장국집으로, 이 집의 시원한 콩나물국에 모주 한잔이면 간밤의 숙취가 말끔히 가신다. 콩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하고 고소한 삶은 콩나물을 추가로 주므로 뻑뻑하게 장국에 넣어 먹어도 좋다. (콩나물국밥 3500원, 무밥·콩나물밥 5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