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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배설의 기쁨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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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6-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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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리기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분은 대부분 소장(작은창자)에 흡수된다. 나머지만이 대장(큰창자)으로 옮겨간다. 대장에서도 수분을 포함한 일부 영양소가 흡수된다. 체외로 배설될 노폐물이 대장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소화되고 난 음식의 찌꺼기가 대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대변의 3분의 1은 세균의 시체들이다. 대장에는 선량한 공생세균 수백여 가지가 우글거리고 있다. 이들은 해로운 세균을 막아주기도 하고, 필요한 비타민을 합성해주기도 하는 등 신체 활동에 도움을 준다. 이 공생세균의 시체가 대변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변의 구린내는 바로 이 공생세균들이 뿜어내는 가스 냄새다.

일러스트레이션 | 방기황
어떤 학자들은 “창자에 살고 있는 공생세균이 뿜어내는 인돌이나 페놀 같은 독소가 노화현상과 조기 사망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창자 안에서 하루에 600~800cc의 가스가 만들어진다. 이 가스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대장(큰창자) 안에만 있게 마련이다. 이 방귀 안에는 거의 200여종의 가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을 참으면 병이 된다는 주장이다. 일부 가스는 발암 물질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는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에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위성 안의 공간이 비좁아서 우주 비행사가 비행 중에 방귀를 뀌면 인공위성이 폭발할 염려가 있는 탓이다.

소련의 생물학자인 일리야 일리치 메치니코프는 사람이 늙는 것은 장내에 세균이 내뿜는 독소 때문이라는 학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거북의 수명이 175년이고, 꼬치고기·잉어·메기는 각각 80년으로 대장이 없는 동물은 오래 사는 데 비해 타조 35년, 소 30년, 개 19년, 양 13년, 고양이 11년 등 대장의 길이가 긴 동물은 수명이 짧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어쨌든 몸 밖에 나와 있어야 될 대변이 창자 속에 필요 없이 오래 저장돼 있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 되도록 빨리 배설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잘 누어야 건강하다”는 우리 속담에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 시간이 대장에 수분이 제일 많은 시간대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재흡수되어 버리고 저녁에는 가장 뻑뻑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대변은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내지 1시간 안에 보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대변을 잘 보기 위해서는 끼니를 거르지 말고 규칙적으로 먹는 게 중요하다. 또한 골고루 먹되 채식을 위주로 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아침에 배변하는 습관을 기르면 장 활동이 편안하게 이뤄진다.


전세일 |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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