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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송강호가 혁명가로 변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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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6-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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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리랑〉

영화 <아리랑>의 촬영은 내년 초에나 시작되지만, 명필름이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시작한 것은 벌써 2년 전이다. “연구가 많이 필요한 시절이라” 자료를 모으며 2001년부터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치는 중이다.

80학번으로 오랫동안 김산을 ‘짝사랑’했다는 명필름의 이은(43) 제작이사는 “사방이 꽉 막혀 있을 때 그것을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지식인”이 김산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또래들처럼 그 역시 대학시절 <아리랑>을 읽고 김산의 불화살 같았던 서른셋 짧은 삶에 충격을 받았다.

독립영화판에 있던 시절부터 꼭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지만 그는 오래 기다려야 했다. 평양에서 태어나 도쿄로, 만주로, 그리고 베이징과 광동을 거쳐 중국 서북부의 옌안까지를 무대로 한 김산의 삶을 담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엄청난 제작비에다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이런 시절에 누가 볼 것인가.” 그러다 남북분단을 소재로 명필름이 제작한 <공동경비구역 JSA>가 성공한 뒤 “이제는 해도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영화 <아리랑>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은 프로듀서 외에 <남부군>과 <하얀전쟁>을 만들었던 정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김석만 교수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역사학 자문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다. 김산 역은 설경구,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씨 등을 물망에 놓고 고민했고, 결국 송강호씨가 살을 빼고 혁명가로 변신한다.

이은 이사는 “김산이 옌안에서 트로츠키파로 몰려 곤경에 처해 있던 시절을 현재로 설정하고, 1년 전 김산과 님 웨일즈가 만나 인터뷰를 하는 내용을 회상하는 이중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촬영은 내년 초쯤 시작해 거의 전체를 중국 스태프들과 함께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찍고 내년 추석쯤 개봉할 계획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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