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아리랑〉
님 웨일즈와 김산의 공저 이 미국에서 출판된 것은 1941년이다. 그러나 이 책이 한국에서 처음 출판된 것은 1984년이다. 1959년 당시 합동통신 기자였던 리영희 한양대 교수가 일본의 한 서점에서 일어판을 발견해 이 책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졌고, 오랫동안 영어판과 일본어판이 대학생들 사이에 몰래 돌아다녔다. 그러나 출판하자마자 감옥 갈 것이 뻔한 책을 내겠다고 나서는 출판사가 없었다.
1983년 말 은신 중이던 노동운동가 친구 조우화(본명 송영인)씨가 내민 번역원고를 읽은 이건복 동녘출판사 사장은 “이토록 치열하게 살다간 이가 있을까 하는 감동에 소름이 끼쳤고” 결국 일을 저질렀다. 84년 9월 <아리랑> 초판을 내고 이 사장은 3개월 동안 잠적했다가 ‘기관’에 끌려갔다. 그러나 5공 정권의 위협 속에서도 <아리랑>은 대학생들의 필독서가 됐고 많은 이들이 ‘혁명가 김산’을 가슴에 품었다.
5공시절 용공도서로 판매금지 조치를 당한 이 책이 지금까지 정확하게 얼마나 팔렸는지는 알 수 없다. 80년대에 정문에서 망을 보는 사이, 캠퍼스 간이판매대에서 반짝판매를 하는 방법 등으로 팔았기 때문에 매출 집계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다. 92년에야 정식 등록을 할 수 있었다. 동녘출판사는 지금까지 20만권 정도가 팔린 것으로 추정한다. 출간 직후 5년 동안은 감시 속에서도 매년 1만~2만부 정도가 팔리는 선풍을 일으켰고 1990년대 중반부터 차츰 판매부수가 줄기는 했지만, 지난해에도 2700권 정도가 꾸준히 팔렸다. 일본에서도 이 책은 이와나미 문고가 선정한 ‘세계명작 100선’에 꼽혔고, 미국에서는 동양학 관련 교재로 쓰이고 있다.
동녘출판사는 조지 토튼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 정치학과 교수가 <아리랑> 출판 이후 새롭게 밝혀진 김산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자료 등을 더한 개정판을 올 겨울에 낼 예정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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