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왕국의 해양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환상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을 즐겨보시죠
<매트릭스2: 리로디드>와 <살인의 추억>으로 도배된 극장들 앞에서, 아이들 손을 붙잡고 서성거리는 당신이라면 디즈니의 배급망을 타고 다시 찾아온 픽사 스튜디오의 <니모를 찾아서>(앤드류 스탠튼 감독, 개봉 6월5일)만큼 딱인 영화는 없다.
아이만 좋아하고 어른은 꾸벅꾸벅 졸 영화 아니냐고? 천만에. 등장인물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아이들보다 오히려 어른들의 배꼽을 잡게 한다. 물론 언제나 픽사 스튜디오의 작품엔 인상적인 캐릭터(우디, 버즈, 설리, 부…아, 끝없다)들이 가득했지만, 이번 영화에 나온 단기기억상실증 걸린 물고기 도리는 단연 주연상 감이다. 하늘이 준 낙천성으로 사람들을 웃기다가도 가슴 짠하게 만드는 창조적인 수다쟁이 여자 물고기!
웃기고 울리는 물고기가 다가오네
아이들로부터 버림받은 장난감(<토이스토리>),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는 개미(<벅스라이프>), 3D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세계를 펼쳤던 털털털 털달린 괴물(<몬스터 주식회사>)에 이어 픽사는 열대어와 상어, 거북이, 말미잘, 불가사리, 고래 등이 가득한 바닷속을 경이롭게 펼쳐보인다. 선명한 단색의 파란색뿐이던 기존 애니메이션의 바다와 달리 <니모…>의 바다는 캐릭터들이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미세한 빛의 변화와 부유물들, 뿌옇게 시계가 흐려지는 깊은 바닷속, 햇빛이 반사되는 해수면까지 웬만한 해양 다큐멘터리 못지않게 현실적이며, 그래서 환상적이다.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은 오렌지색 몸에 하얀 줄이 세개 들어간 클라운 피시 말린(목소리 앨버트 브룩스). 그는 청새치에게 399개의 알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뒤 한개 남은 알에서 부화한 아들 니모를 애지중지 키우는 홀애비 열대어다. ‘광대’라는 종의 이름과 달리 말린은 전혀 유머도 없고 아들이 다치거나 사라질까봐 먼 바다에 대해 깊은 공포심을 지닌 채 전전긍긍한다. 니모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 여전히 불안해하며 좇아오는 아빠에 대한 반발심에 니모는 깊은 바다로 헤엄쳐 나갔다가 잠수부에 포획된다.
말린은 이제 떨어진 잠수부 안경에 써 있는 시드니의 주소만을 믿고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으로 떠나간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이 지겹지 않은 것은 그가 이제부터 만나는 친구들과 시드니 치과의사의 수족관에 갇힌 니모 곁의 친구들 때문이다. 악인은 하나도 등장 않지만 선악대결이 주는 흥미보다 캐릭터들의 향연은 더 유쾌하다.
먼저 블루탱 종의 도리.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도리는 말린에게 길을 안내해준다고 가다가 “왜 따라오냐”고 화를 내는가 하면, 같이 다니게 된 말린에게 “네가 누구야? 네가 내 속의 나야?” 하고 엉뚱한 소리를 던진다. 모든 걸 까먹기에 자신의 가족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말린과 도리가 만나는 상어 삼총사, 이 또한 걸물이다. 무시무시한 이빨과 달리 “물고기는 먹이가 아니야, 우리의 친구야”를 부르짖으며 채식주의로 전환하기 위한 5단계 프로그램을 실천 중이다.
바다의 따뜻한 전설… 어류의 신비도 체험
니모가 갇힌 수족관의 험상궂은 대장 물고기 길, 유리에 비친 자기 모습을 쌍둥이 자매로 착각하는 흑백 줄무늬 물고기 뎁, 유리벽에 찰삭 달라붙어 치과의 작업을 생중계하는 불가사리 피치 등 캐릭터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얻은 어류에 대한 과학적 지식에서 나온 것이다.
‘아들 찾아 삼만리’의 결말은 물론 뻔하다. 하지만 적어도 ‘세상이 험해도 네 곁에 있는 친구를 보라’고 속삭이는 주인공들은 전통적인 디즈니 작품에서처럼 잃어버렸던 가족들을 찾아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폐쇄적 가족지상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원래 돌아갈 가족들조차 없는 우즈와 버디(<토이 스토리>)가 그랬듯, 가족 없는 도리는 말린과 또 다른 우정의 끈을 맺는다. “그래, 가서 모험을 즐기려무나”라고 돌아온 니모에게 이야기할 때 말린은 이제 좁은 가족의 보호울타리를 뛰어넘는 넉넉한 마음을 지닌 존재다.
김영희 기자/ 한겨레 문화부 dora@hani.co.kr

사진/ 〈니모를 찾아서〉는 수다쟁이 여자 물고기를 통해 가슴짠한 ‘울림’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