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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마음을 찾아 몸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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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6-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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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 유지하는 음악 듣고 낙관적 판단… 차서수련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 유지

칭찬이나 비난에도 흔들리지 말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진/ 이용호 기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르침이다. 사람의 건강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다. 마음이 흔들리고 어지러워지면 몸의 균형이 깨지고, 그러면 어딘가 병이 생긴다. 그래서 평소에 세 가지 정도의 방법으로 마음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나는 마음을 맑게 하는 음악을 자주 듣는 것이다. 요즈음처럼 하루 일과가 빡빡할 때는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물소리, 새소리, 폭포소리 등이 어우러져 있는 피아노 음악을 듣는다. 그러면 격해졌던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본래 성격이 격정적이라서 때때로 바로잡지 않으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물을 낙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다. ‘끝없는 낙관주의자’는 나의 또 다른 별명인데, 여성운동하는 가까운 친구들이 붙여준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을 마주치게 된다. 이럴 때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고 빨리 다른 일로 옮겨서 앞으로 나아가자.” 이것이 내가 선택하고 사고하는 방식이다. 요컨대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는가는 본인이 제일 잘 아는 일이고, 이에 거리낌이 없다면 누가 무엇이라고 비난하든 마음에 두지 말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는 성폭행당한 여성들, 어릴 때 부모의 냉대 때문에 항상 무언가 부족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상실한 여성들을 만날 때마다 전해주고픈 마음가짐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사물을 낙관적으로 보자.

그래도 항상 마음의 평정을 잃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70년대 말 나는 갑상선기능 항진이라는 병을 앓은 적이 있다.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병이었다. 약을 먹고 어느 정도 치료는 되었지만 원인을 모르는 이 병에 대해서 내 병은 내가 고치기로 마음먹고 만난 것이 ‘차서수련’이다. 말하자면 원인치료를 하는 방법이다.

차서수련이란 차제와 순서에 따라 마음을 내려놓으며 몸과 마음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내고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세계와의 소통을 위해 수련(공부)을 하는 것이다. 나는 차서수련을 하면서 병의 원인을 치료했다. 지금도 될 수 있으면 날마다 20분씩 공부하려고 노력하며, 그래도 마음을 잃으면 몇 시간씩 앉아서 마음을 찾는다.

이 공부는 나의 생활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나와 다른 사람, 나와 세계와의 밀접한 상호연관성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나의 건강이 우리 모두의 건강, 지구촌 모두의 건강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가령 공해 때문에 지구의 온난화가 진행되고 공기가 나빠진다면 나 혼자 건강하게 살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으로 나는 오늘 나의 건강을 지키며 우리 모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세상 만들기’를 하려고 노력하면서 살고자 한다.

지은희 | 여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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