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에서 유희로 진화돼 온 사냥의 역사… 지리산을 뛰어다니는 멧돼지의 싱싱한 맛
인간과 육식의 관계에 대한 연구서인 멜링거의 저서 <고기>에 의하면, 아득한 옛날 인류는 동물의 ‘사냥꾼’이 아니라 동물의 ‘사냥감’이었다고 한다. 인류와 동물과의 이러한 관계는 오랜 진화과정을 거쳐 인간이 사냥 도구와 기술들을 갖추면서 역전되기 시작했지만, 상당한 시기까지 야생동물을 포획하여 고기를 얻는 일은 여전히 생명을 담보로 하는 힘든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목숨을 건 이 위험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동물을 제압할 수 있는 강한 힘이 필요했고, 인간은 강한 동물의 고기를 먹음으로써 그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흔히 수렵·채취사회에서 목축사회로, 목축사회에서 농경사회로 3단계를 거쳐 인류가 발전하여왔다고 하나 수렵·채취사회가 가장 원시적인 사회형태라고 볼 수는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수렵만이 존재하였던가가 의문이며, 수렵을 생업으로 하는 사회라 할지라도 반드시 목축이나 농경도 동시에 행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곧 여자는 먹을거리 재료의 채취 또는 간단한 식물의 재배를 담당하고, 남자가 수렵을 하면서 동물을 추적해 이동해가는 형태가 원시적 사회였을 것으로 인류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렵·채취사회의 생활형태는 잦은 이동의 불편함, 그리고 항시 먹을거리 확보에 불안해 할 수밖에 없어 인류는 생포한 수렵물 중 일부를 순화, 개량시켜 사람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는 가축으로 만들게 된다. 가축은 넓은 의미로는 소·말 등의 포유류, 닭·거위 등의 조류, 잉어·붕어 등의 어류, 누에·꿀벌 등의 곤충류도 포함되지만, 보통 포유류, 조류만을 가리킨다. 또 조류에 속하는 동물은 가금이라 하여 제외하고 농업경영과 밀접한 포유류만을 가축이라 하기도 한다.
가축의 등장과 함께 인류는 수렵·채취사회에서 급격하게 목축사회, 농경사회로 이행하게 된다. 정착생활은 농업생산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킴으로써 먹을거리 취득으로서의 수렵은 그 경제적 효용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이로써 집단적 생존수단으로서의 ‘수렵’은 인류중 지극히 일부 종족에게서만 이루어지게 되고, 문명사회에서는 왕이나 귀족층의 개별적 오락인 ‘사냥’으로 잔존하게 된다. 그리스의 귀족들도 사냥을 매우 즐겼으며, 페르시아 제국의 건설자인 키루스 2세(BC 600∼529)는 4개 도시의 세금을 사냥 비용에 써버릴 정도였다. 고대 이집트의 귀족들은 활, 창, 그물 등의 사냥도구 외에 사자를 길들여서 사냥을 했으며, 로마의 귀족들도 사냥을 즐겼다. 이렇게 중세까지 사냥은 왕후, 장상들의 특권이었는데,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의 봉건왕조들이 몰락함에 따라 사냥권과 사냥터가 일반에 개방되어 사냥은 귀족들의 전유물에서 해방되었다.
오늘날은 야생동물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사냥은 규제와 경원의 대상이 되었지만, 생태계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한편으로는 일정한 조건 아래 허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멧돼지 사냥이 그렇다. 원래 한반도에는 호랑이, 곰 등 맹수류도 상당히 서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연의 파괴와 남획으로 한 세기 들어 이들은 거의 멸종되고 말았고, 멧돼지가 이를 대신하여 우리 산야의 우두머리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하여 천적이 사라진 멧돼지가 마구 번식함으로써 농작물 피해를 줄이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매년 일정 지역을 순환하며 사냥이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 지리산 아래 포수 이정기(54)씨는 이렇게 정식으로 허가된 멧돼지 사냥 전문가이다. 20살부터 사냥꾼을 따라다니며 30여년간 사냥에 종사해왔는데, 야생동물 불법 포획에는 손사래를 친다. 멧돼지는 후각이 발달해 겨울철 1m 이상 깊이에서 동면하고 있는 뱀도 주둥이로 파내어 잡아먹으며, 한약재로 쓰이는 소나무뿌리의 혹인 백복령, 천마 등도 용케 찾아 캐먹는다고 한다. 이정기씨가 사냥해 오는 야생 멧돼지는 급속 냉장시켜 그의 부인 문양월(49)씨가 운영하는 ‘활바우가든’(063-636-2092)에서 1년 열두달 구워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멧돼지 불고기에 지리산 1천m 이상 고지에서만 난다는 게발딱지나물, 산뽕나무나물로 야생의 맛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 ‘활바우가든’에서는 멧돼지 불고기에 지리산 1천m 이상 고지에서만 난다는 게발딱지나물, 산뽕나무나물로 야생의 맛을 만끽할 수 있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 지리산 아래 포수 이정기(54)씨는 이렇게 정식으로 허가된 멧돼지 사냥 전문가이다. 20살부터 사냥꾼을 따라다니며 30여년간 사냥에 종사해왔는데, 야생동물 불법 포획에는 손사래를 친다. 멧돼지는 후각이 발달해 겨울철 1m 이상 깊이에서 동면하고 있는 뱀도 주둥이로 파내어 잡아먹으며, 한약재로 쓰이는 소나무뿌리의 혹인 백복령, 천마 등도 용케 찾아 캐먹는다고 한다. 이정기씨가 사냥해 오는 야생 멧돼지는 급속 냉장시켜 그의 부인 문양월(49)씨가 운영하는 ‘활바우가든’(063-636-2092)에서 1년 열두달 구워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멧돼지 불고기에 지리산 1천m 이상 고지에서만 난다는 게발딱지나물, 산뽕나무나물로 야생의 맛을 만끽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