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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뮤지컬, 입맛대로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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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5-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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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대작들 난무하는 춘추전국시대… 로큰롤·탭댄스·디스코로 무장한 작품의 면면

올 여름 뮤지컬이 ‘춘추전국시대’를 맞는다. 로큰롤, 탭댄스, 디스코 등 음악과 춤으로 무장한 뮤지컬이 쏟아진다. 시즌마다 화제작 1~2개 정도가 독점하던 시대는 지나고 뮤지컬도 영화처럼 입맛 당기는 대로 골라보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

〈싱잉 인 더 레인〉의 생생한 무대

국내 첫 뮤지컬 전용극장, 팝콘하우스(서울 중구 정동)의 개관을 빛낼 <싱잉 인 더 레인>은 뮤지컬 특유의 화려한 볼거리를 만족시키는 작품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진 켈리가 빗줄기 쏟아지는 거리에서 물 찬 제비처럼 날아오르며 경쾌하게 탭댄스를 추는 장면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원작을 가능한 그대로 살려 보여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 작품의 최고 연출가로 알려진 댄 모히카가 직접 연출을 맡았고, 탭댄스, 탱고, 볼륨 댄스, 슬랩스틱 등 다채로운 몸놀림을 소화하기 위해 브로드웨이의 안무 트레이너 앤 쿨리가 투입됐다.


제작사인 SJ엔터테인먼트는 5t의 물을 무대에 뿌린 뒤 재빨리 흡수하는 물순환장치를 도입해 “억수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거리에서 주인공이 첨벙거리며 경쾌하게 탭댄스를 출 때 앞줄의 객석에게 물방울이 튈 정도로” 생생한 무대를 보여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주인공 ‘돈 락우드’와 그의 친구 ‘코스모 브라운’, 여배우 ‘캐시 섈던’과 ‘리나 라몬트’로는 남경주, 박동하, 임춘길, 방정식, 임선애, 양꽃님, 김경희 등이 맡는다. SJ엔터테인먼트와 2년 계약을 맺은 팝콘하우스에선 <싱잉 인 더 레인> 이후엔 창작 뮤지컬 <페퍼민트>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이 잇따를 계획이다. 6월5일~8월31일, 02-399-5888.

사진/ ‘살인, 욕망, 부패, 폭력, 착취, 간통, 배신’이 난무하는 1920년대 미국사회를 풍자하는 뮤지컬 〈시카고〉.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휩쓴 영화 <시카고>가 이번엔 뮤지컬로 한국을 찾는다. 3년전 인순이, 최정원, 전수경 주연으로 진작부터 <시카고>의 명성을 확인한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이번엔 25억원을 들여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직수입했다. 미모의 살인자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가 언론과 여론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범죄자에서 스타로 자리를 굳히는 줄거리로 쇼 비지니스와도 같은 세상을 풍자한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배경은 없지만 울부짖는 듯한 재즈 선율을 타고 선정적인 의상을 걸친 배우들의 끈적끈적한 춤과 관능적인 연기가 볼 만하다. 1975년 전설적인 연출자 밥 파시에 의해 태어난 뮤지컬 <시카고>는 96년 월터 바비의 연출과 안 레인킹의 안무로 부활한 이래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에서 8년째 롱런하고 있다. 7월2일~8월3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588-7890.

1950년대 멋쟁이 젊은이들이 머리에 잔뜩 발라 멋을 내던 포마드 기름을 뜻하는 <그리스>는 혼돈스럽고도 발랄한 미국 고교생들의 일상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리스>는 94년과 98년 국내 무대에 선보였는데 이번엔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번안됐다. 7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각광을 받았던 이 뮤지컬은 이후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이 출연하는 영화 <그리스>로 각색돼 뮤지컬 영화의 꽃을 피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준상·남경주·최정원 등 뮤지컬 스타들은 한번씩 거쳐간 작품으로 이번엔 <오페라의 유령>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맡았던 김소현을 비롯해 문정희, 고영빈, 엄기준 등이 더블캐스팅으로 번갈아 출연한다.

〈토요일밤의 열기〉 앙코르 무대

사진/ 흥겨운 디스코 리듬으로 관객을 홀리는 〈토요일 밤의 열기〉.
복고풍의 열기는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도 이어진다. 지난 4~5월 리틀앤젤스 예술회관을 흥겨운 디스코 리듬으로 채웠던 <토요일 밤의 열기>는 장소를 옮겨 앙코르 무대를 갖는다. 지난 공연에서 평균 객석점유율 80%, 4만7천여명의 관객이 다녀가 좋은 성적을 기록한 <토요일 밤의 열기>는 숨을 고른 뒤 LG아트센터의 화사한 무대조명을 받게 됐다. 음향·조명·무대 등 더욱 다듬어진 기술적 조건에 힘입어 배우들의 물오른 기량이 유감 없이 발휘된다. <토요일 밤의 열기>에 휩싸였던 관객이라면 잊지 못할 주인공 토니의 ‘하늘 찌르기’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사진/ 〈마네킹〉연습장면. 달콤한 사랑이야기에 흥겨운 탭댄스를 얹었다.(김진수 기자)
이처럼 쟁쟁한 수입 뮤지컬들 사이에서 가까스로 창작 뮤지컬의 체면을 살리고 있는 것은 M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마네킹>. 95년 <사랑은 비를 타고>로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살롱 뮤지컬’의 장을 열었던 배해일(서울 뮤지컬아카데미 대표)씨가 연출을 맡았다. 낮이면 손님들로 북적이지만 밤이면 마네킹들의 놀이터로 변하는 백화점에 어느날 3인조 강도가 든다. 강도를 몰라보고 좌충우돌하며 백화점 직원들이 벌이는 에피소드와 디스플레이어가 되고 싶어하는 백화점 판매원 정화의 사랑 이야기를 주축으로 인간은 알지 못하는 마네킹의 ‘살아 있는 세계’가 양념처럼 곁들여진다. 관절이 딱딱 꺾이는 듯한 마네킹 특유의 몸놀림과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두굽으로 빠르게 바닥을 치는 탭댄스가 흥겹다. 특히 배우 남경읍씨는 수위 역할을 맡아 구수한 연기로 다소 플롯이 약한 드라마 전개를 떠받쳐준다. 7월13일까지, 서울 연강홀, 02-3675-2275.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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