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동안 전12권 번역작업했던 조르주 지겔메이어·변정원씨 부부 내한
프랑스 사람들도 <아리랑>을 읽는다. 프랑스의 아르마땅 출판사가 <아리랑> 12권을 최근 완역해 출판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하소설이 유럽에서 완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소설에 반해 지난 7년 동안 번역 작업을 해온 조르주 지겔메이어, 변정원씨 부부와 드니 프리앙 아르마땅 출판사 사장이 아리랑 문학관 개관을 보기 위해 5월16일 김제에 왔다.
프랑스 동부 알사스 출신인 지겔메이어는 “초등학교 시절 우리 마을에서도 한 사람이 한국전에 참전했고 돌아온 뒤 전쟁의 처참함과 한국 사람들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줬다. 그 뒤 평생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1966년부터 73년까지 가톨릭 선교사로 한국에 와 경상북도 문경 농촌마을에서 어린이 교육, 나병환자 간호 등을 하면서 농민들과 함께 살았고, 프랑스로 돌아간 뒤에는 파리7대학에서 ‘일본 강점기 시대의 한국 경제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20년 동안 같은 대학 동양학과에서 한국학을 강의했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아리랑> 12권을 번역하는 힘겨운 작업을 통해 “제국주의 통치의 처참함을 느꼈다”며 “특히 일본 식민통치가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일본 군대가 독립군을 막기 위해 한 마을을 집단학살하고 활주로를 만든 뒤 징용인들을 몰살시키는 장면과 친일파 부역자들의 행동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뒤 20년 넘게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변정원씨에게 <아리랑>은 한국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작품이다. 그는 70년대에 자신의 이상향이었던 프랑스로 유학을 갔고, 한국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프랑스 사람들 때문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한국에도 문학하는 사람이 있냐, 글자가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정작 고민은 내가 한국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국에 대해서도 모르고 서양인도 될 수 없는 절름발이 아닌가 그런데 <아리랑>을 만나 한국의 근대사에 대해 다시 배우게 됐고 한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너무 큰 힘을 준 작품이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아리랑> 곳곳에 등장하는 전라도 사투리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가 번역 내내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 결국 사투리는 표준 프랑스어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부부는 번역한 원고를 교사, 작가, 소설가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읽게 했다. “수많은 등장인물의 이름 때문에 처음에는 어렵다고 했지만 그 점만 극복하면 다들 작품에 빠져들었고, 너무나 굉장한 작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 소설가는 이 작품이 ‘폭발물’이라며 이 소설을 3시간짜리 연극으로 만들기 위해 희곡을 썼고, 재불 일본동포회 대표는 “일본의 잘못된 역사교육 때문에 나도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에 대해 너무나 몰랐다. 진실과 정의를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라는 평을 써 보내왔다. 이들은 이번 <아리랑>의 프랑스어판 출판이 일본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의 환상을 교정해줄 것이라고도 기대한다.
한편 이 원고를 선뜻 출판하겠다고 나선 프리앙 사장은 “프랑스도 제국주의 국가였으며 인도차이나, 아프리카 등에서 일본과 다를 바 없는 식민통치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리랑>은 제국주의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작품이며, 프랑스에서도 제국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제=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진/ 조르주 지겔메이어

사진/ 변정원
한편 이 원고를 선뜻 출판하겠다고 나선 프리앙 사장은 “프랑스도 제국주의 국가였으며 인도차이나, 아프리카 등에서 일본과 다를 바 없는 식민통치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리랑>은 제국주의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작품이며, 프랑스에서도 제국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제=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