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굿이나 제사에 사용한 계명주… ‘강변멧돼지가든’에서 무형문화제의 맛을 보라
술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이 마셨던 음료로, 주로 신이나 조상에 제사 지낼 때 사용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술 주(酒)자의 옛 글자는 酉로, 배가 불룩 나오고 입이 좁은 용기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입이 좁은 것은 술이 증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고대부터 제사 지낼 때 올려지는 제물은 가장 크고 좋은 것, 온전한 것, 햇것을 정성들여 마련하는데, 술 또한 특별한 것을 썼다. 예주(醴酒)가 바로 그것인데, 곡물을 당화시킨 것에 공기 속의 효모균이 들어가서 알코올 발효를 하게 되면, 알코올 농도는 낮으면서 달콤한 맛이 남아 있는 술이 된다. 고대 사람들은 이러한 양조법으로 술을 전날 빚어 놓으면 이튿날 새벽 닭이 울 때에는 이미 술이 익어 제사에 사용될 수 있으므로 부정에 전혀 노출되지 않을 수 있고, 또 적당히 알코올 기가 있으면서 달콤한 이 맛을 신이나 조상의 혼령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상당기간 동안 예주는 제사용 술로 정착했다.
그러나 제사용 술도 결국에는 제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음복하기 때문에 ‘추정된’ 신의 입맛이 아니라 ‘자극을 찾는’ 인간의 입맛에 맞춰 빚게 되었다. 이로써 알코올 농도가 낮고 단맛이 나는 예주류는 술의 영역에서 탈락하고, 이제는 맥아로 만든 감주가 옛 풍속에 따라 이름만 酒자를 차용하여 조상에 올리는 제물의 하나로 쓰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예주의 하나로 계명주가 있다. 서유거의 <임원십육지>에는 “찹쌀죽에 누룩과 주모(酒母, 술밑)와 엿기름을 섞어 저녁에 빚어놓으면 다음날 새벽닭이 울 때까지는 다 익는다”라고 되어 있다. 술을 빨리 익히기 위해 엿기름을 넣지만, 이것은 속성으로 술을 빚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을 대동굿이나 제사에 쓸 부정을 타지 않은 술을 준비하기 위한 데서 발달된 양조법이다. 계명주는 엿탁주라고도 불렸던 평안남도 지방의 특산 토주이다. 계명주는, 그 양조법은 전래하고 있으되 오랜 세월 동안 옛이름을 잃어버렸던 것인데, 허준의 <동의보감>에 원나라 시대 고서인 <거가필용>을 인용하여 제조방법을 소개하고 그 이름을 계명주라 한 데서 엿탁주와의 표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거가필용>은 중국·몽골·여진의 요리서적으로, 여기에 소개된 계명주가 어느 나라 것인지는 구분이 어려우나 <거가필용>보다 200여년 전 중국인이 고려를 여행하면서 기행문 형태로 저술한 <고려도경>에 “고려의 잔치 술은 맛이 달고 빛깔이 짙으며 사람이 마시면 취하지 않는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또 이 술맛이 엿탁주와 같다는 점에서 계명주가 곧 엿탁주임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로써 계명주의 기원을 최소한 고려 이전 고구려까지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면 금남리 축령산 아래에 가면 고구려 술 계명주의 양조장이 있다. 1952년 1월, 평안남도 강동군 삼등면 승가리 결성 장씨가의 10대 종손 며느리인 박재형씨는 조상의 제사 날짜를 적은 <기일록>과 가재도구 몇점을 이고 지고 국군을 따라 남하한다. 이후 박씨는 수원, 남양주 등지를 옮겨다니면서도 조상의 제삿날에는 꼭 계명주를 손수 빚어올렸는데, 그 양조비법이 며느리 최옥근(61)씨에까지 이어져내려와 1987년 계명주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받았다. 박씨는 80년 87살을 일기로 작고하고, 아들 장기항(66)씨와 며느리가 계명주 양조법과 설비를 현대화해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데,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쉽게 구할 수 없으므로 술맛을 보려면 직접 양조장에 들르는 것이 좋다.
축령산은 고려말 이성계가 사냥을 왔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는데, 어느 사람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다.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하여 산 위에 올라 제를 지낸 뒤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어, 제를 올린 산이라 하여 축령산이라 했다고 한다. 600여년 전 이성계가 ‘야생’ 멧돼지 고기를 구워먹었을 축령산 아래 바로 그 자리에 양조장과 함께 ‘부설기관’으로 ‘강변멧돼지가든’(031-592-0460)을 열고 있으니, 아쉬우나마 계명주와 곁들여 강원도산 ‘사육’ 멧돼지고기로 고구려의 기상을 느껴보시라.

사진/ ‘강변멧돼지가든’에서 계명주와 곁들여 강원도산 사육 멧돼지 고기를 먹으며 고구려의 기상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축령산은 고려말 이성계가 사냥을 왔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는데, 어느 사람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다.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하여 산 위에 올라 제를 지낸 뒤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어, 제를 올린 산이라 하여 축령산이라 했다고 한다. 600여년 전 이성계가 ‘야생’ 멧돼지 고기를 구워먹었을 축령산 아래 바로 그 자리에 양조장과 함께 ‘부설기관’으로 ‘강변멧돼지가든’(031-592-0460)을 열고 있으니, 아쉬우나마 계명주와 곁들여 강원도산 ‘사육’ 멧돼지고기로 고구려의 기상을 느껴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