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문/화/계/소/식

459
등록 : 2003-05-14 00:00 수정 :

크게 작게

페스티벌/ 예술축제 Folk And Modern

5월14~22일 서울 국립극장(02-3469-1071)

아흐레 동안 남산이 전통과 현대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장으로 변한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예술축제 FAM은 음악·미술·무용 등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어 강렬한 실험 정신으로 전통적인 소재를 재해석한 국내외 예술가들을 초청했다.

축제는 주최쪽이 직접 기획한 ‘소리 미로 FAM FAM’의 터질 듯 강렬한 사운드로 시작된다. 반야심경이 스크린 위에 천천히 쓰여지면 전자기타, 전자장고, 김대환의 드럼 연주가 휘몰아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춤꾼 이순·이지언은 무대 위에 제작된 미로를 헤매며 소리를 몸으로 변환시킨다. (14일 7시30분)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온 엔리케 쿠티니 오케스트라는 ‘탱고 이모션’으로 우리나라의 탱고팬을 찾는다. 경쾌하고도 정교한 테크닉으로 ‘건반의 마술사’로 불리는 엔리케 쿠티니의 피아노 연주에 어울려 반도네온·바이올린·콘트라베이스, 댄서, 가수가 함께 탱고의 역사를 보여준다. 특히 탱고무용수로 활동하는 동시에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서 엄마 목소리로 잘 알려진 성우 성연희가 해설을 맡아 초심자도 부담 없이 탱고를 즐길 수 있다. (5월16~18일)


소리의 향연은 영국 고그마곡스(Gogmagogs·런던을 수호하는 한쌍의 거인 이름)의 ‘검보 점보’에서 절정을 이룬다. 검보는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각종 재료를 한데 모아 진한 양념으로 간을 한 자극적인 수프를 가리키는데, ‘검보 점보’는 이처럼 굉장히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이란 뜻이다. 연주자이자 연출가·안무가인 루시 베일리를 중심으로 7명의 현악기 연주자(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는 클래식 무대를 놀이터로 만든다. 하루에 벌어지는 일상의 단면을 옴니버스식으로 묶은 ‘검보 점보’는 연주자들이 갑자기 콧수염을 붙인 코믹한 표정으로 춤추고 뛰면서 연주를 이어간다. 클래식 음악에 아랍과 아프리카 음악을 비빔밥처럼 뒤섞어 독창적인 ‘클래식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준다. (5월20~22일 7시30분)

지난해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전 좌석 매진 돌풍을 일으켰던 ‘두드락’도 축제의 흥을 돋운다. 지난해 영국의 공연 기획·배급사인 유니버설 아츠의 ‘낙점’을 받고 세계의 도시를 순회한 ‘두드락’ 팀이 유니버설 아츠 예술감독 토멕 보르코비의 손길을 거쳐 한층 다듬어진 모습으로 귀국 공연을 갖는다. (5월16~17일)


콘서트/리얼 그룹

5월23일 7시30분 울산 현대예술관, 24일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6일 8시 대전 정심화문화회관(1588-7890)

봄날의 살랑이는 잎사귀처럼 마음을 기분 좋게 간지럽히는 목소리의 주인공. 스웨덴의 재즈 아카펠라 그룹 ‘리얼 그룹’이 세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1984년 결성된 ‘리얼 그룹’은 여성 보컬 2명(소프라노·알토), 남성 보컬 3명(테너·카운터테너·베이스)이 모두 왕립 음악 아카데미의 멤버로 어려서부터 탄탄한 클래식 교육을 받았다. 1987년 첫 앨범 <데뷔>를 낸 뒤로 ‘컨템퍼러리 아카펠라 녹음상’, ‘최우수 재즈 앨범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이번 내한 무대에선 푸른 하늘 맑게 울리는 종소리 같은 3도 화음의 선율이 쏟아지는 〈I Sing You Sing〉을 비롯해 20곡가량을 들려준다. ‘리얼 그룹’은 2002년 월드컵 전야제에 유럽을 대표해 참가했으며, 영화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에서 O.S.T. 를 불렀고, 여러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정확하게 튜닝한 악기처럼 완벽한 목소리가 펼치는 화음이 기대해볼 만하다.


인권영화제

5월23일∼28일 서울아트시네마 아트큐브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은 인권영화제가 ‘이주 노동자’를 주제로 선택했다.

아시아 노동자들을 데려다 노동을 시키면서도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고 연수생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성찰과 행동을 요구하는 과제다. 올해는 1990년 유엔에서 채택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의 한국 정부 가입 문제가 관심을 끄는 해이기도 하다.

모두 33편의 국내외 작품 가운데 이주 노동자를 다룬 작품은 7편, 남미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를 드라마로 만든 <도시>, 남아프리카 간호사들이 네덜란드로 취업해 겪는 갈등을 담은 <모험>, 멕시코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담은 , 한국의 산업연수생 제도를 담은 <우리는 이주노동자다> 등이다.

지난해 전쟁과 인권을 내세웠던 영화제는 올해 역시 ‘미국의 전쟁범죄’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아프간 전쟁 직후 미군의 탈레반 포로 살해 사건을 고발하는 <아프간 대학살>, 노엄 촘스키 교수의 ‘미국의 대테러전 비판’을 담은 <파워 앤 테러>, 미국에서 드러나고 있는 ‘아랍인 악마 만들기’의 피해자를 담은 <내 딸 없이> 등이 상영된다.

여러 작품 중 개막작으로 선정된 <선택>은 주목할 만하다.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이후 10여년 만에 돌아온 홍기선 감독은 세계 최장기수로 알려진 북송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씨를 주인공으로 온갖 회유와 고문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으려는 인간 존엄의 문제를 묻는다. www.sarangbang.or.kr/hrfilm (02)741-2407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