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 최선영
가뜩이나 움직이기 싫어하는 큰놈은 입이 불었고 작은놈은 멋모르고 까분다. 연휴 맞아 쉬러 온 막내시누이까지 내 등쌀에 마지못해 끌려나오고 첫 번째 난코스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아이들의 인상이 일그러지고 어른들은 업고, 끌고 하며 발걸음을 다그친다. 곳곳의 식수대 물은 동이 나고 마을 입구의 구멍가게는 음료수를 찾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미어터진다. 길가 담배밭에는 허리 구부린 할머니가 담배붓(비닐 위로 자란 담배순을 흙으로 덮어 모아주는 작업)하던 일손 놓고 걷는 사람 구경에 빠져 있다. 가게 들러 오느라 뒤처지니 둘째딸 무등 태운 민주 아빠도 보이고, 학교에서 투포환 선수로 뽑혔다는 백수 회원 아들놈도 친구들과 뛰어간다. 구두에 양복바지 차림인 할아버지들도 무리지어 잰걸음을 놓으신다. “오메오메 다 왔어라우. 못 걸을 줄 알았는디.” 손자와 함께 걸으신 할머니는 아직도 힘이 남아 있는 목소리다. 내 뒤의 꼬리도 제법 길다. 먼저 들어온 사람들은 행운권 추첨에 환호하고 3명의 휠체어를 탄 아이들이 박수를 받으며 마지막으로 골인한다. 130명을 뽑는 행운권에는 하나도 당첨 못 되었어도 끝까지 완주한 아이들이 고맙다. 둘째아이는 우라늄에 피폭된 아이들 사진을 눈여겨보았나 보다. 다리에 종양 난 아이 모습을 자꾸 되뇐다. 후대에게 안전한 땅을 남겨주는 작은 일에 참여했다는 뿌듯함이 아이들에게도 전염되었을까 백수 해안도로 공원에서 점심 먹는 아이들 모습이 상기되어 있다. 이태옥 ㅣ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