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을 탄생시킨 로마의 식사문화… ‘딴또딴또’ 스파게티에서 사라진 제국의 냄새를 맡다
<클레오파트라>나 <벤허>와 같이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 호화롭게 치장한 커다란 홀에서 로마의 귀족들이 만찬을 즐기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이 홀은 그리스 시대부터 전통이 이어져온 트리클리니아라는 로마인들의 특별식당이다. 로마인들은 이 식당에 서너개의 1인용 또는 2인용 침대들을 U자 형으로 배치하고 한가운데에 식탁을 차렸다. 로마 귀족들은 침대 위에 누워 한쪽 손은 상체를 괴고, 다른 한쪽 손으로만 음식을 먹었다. 영화 장면에서는 식탁 위에는 산해진미가 즐비해 있고, 천하절색의 무희들이 춤을 추고 있는 가운데 귀족들은 노예들의 시중을 들어가며 음식을 집어먹는다. 무척 사치스럽고 편안해보이는 만찬 광경이지만, 옆으로 ‘자빠져서’ 먹는 로마 귀족들의 식사법은 음식문화사에 특별한 족적을 남겼다.
로마는 최전성기 유럽 대륙의 대부분을 석권하고 북아프리카·중동의 여러 민족까지 자기들 말발굽 아래 놓이게 할 만큼 강성했는지라 음식에서도 천하의 산해진미가 모두 로마로 흘러들어왔다. 로마는 기원전 200년께부터 겨자씨·해바라기씨·참깨·건포도 등을 넣어 빵을 구워먹었으며, 각종 가축의 고기와 바다생선은 물론 심지어는 다람쥐와 비슷하게 생긴 쥐까지 요리해 먹었다. 또 지빠귓과 조류인 나이팅게일의 혀만 모아서 음식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침대에 ‘자빠져서’ 먹는 로마 귀족들의 식사법은 요리재료는 다양했지만, 조리에서는 일정한 한계를 넘을 수 없었다. 먼저 ‘자빠져서’ 한 손으로만 음식을 집어먹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음식을 손가락으로 집어먹기 좋게 하기 위해 미리 작게 썰어놓든지 또는 적당한 크기로 뭉쳐놓아야 했다. 또 이러한 자세는 즙이 많은 음식이나 수프 등과 같은 국물음식을 먹기 힘들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중세가 될 때까지 수프류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또 물기를 적게 해 음식을 만든다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포도주처럼 음식이 아예 물이거나 어쩔 수 없이 즙을 이용해 조리할 수밖에 없는 음식들도 있다. 이러한 음식들을 ‘자빠져서’ 먹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노예들이 시중을 들고 있고 아무리 조심한다지만 침대에 음식 부스러기를 흘리고, 입 가장자리에 음식을 묻히거나 국물이 목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일이 다반사일 것이다. 이 때문에 로마인들은 인류 최초로 냅킨을 사용한 사람들이 되었다. 냅킨은 만찬에 초대받았을 때 각자 가지고 왔고, 로마인들은 때로는 맛있는 음식을 냅킨으로 싸서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현대 이탈리아의 대표적 음식으로 잘 알려진 것이 스파게티와 피자다. 국수는 기원전 3000년께 중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다.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머물면서 국수를 맛보고는 13세기 말 이탈리아로 가져와 오늘날 이탈리아의 스파게티와 파스타의 기원이 되었다. 이탈리아 남부는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로 밀농사짓기에 좋은 기후조건이 아니었다. 밀가루의 생산량이 넉넉지 않아 음식의 양을 늘리기 위해 국수에 지중해에서 흔하게 잡히는 어패류와 토마토 소스 등을 넣어 소박하면서도 영양가 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이것이 스파게티가 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론 연구로 국가연구박사 학위를 받은 정치학자 김종법씨는 포도주를 코드로 해 이탈리아 역사와 문화를 해석한 <이탈리아 포도주 이야기>를 펴냈는데, 유럽에서는 포도주가 술이 아니라 음식의 하나로 취급되는 만큼 이탈리아 음식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다. 김종법씨 권유로 양과 질, 그리고 가격이 아주 만족스럽다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딴또딴또’(02-336-6992)에 가보았다. 이 집의 주인이자 주방장인 정윤철(39)씨는 고려대학교를 나와 한다 하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이탈리아 요리사의 주방보조로 요리를 배운 뒤 ‘딴또딴또’를 개업하고 직접 조리까지 맡고 있다. 이 집의 이탈리아 음식들은 대학생이나 젊은 샐러리맨들이 주고객인지라 양이 많고 값도 그리 비싸지 않다.갑오징어·모시조개·새우·홍합·양송이·마늘·닭고기 등을 재료로 한 다양한 스파게티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달콤떨떠름한 이탈리아 포도주 한잔이면 1만원 전후를 투자해서 제법 본토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사진/ ‘딴또딴또’의 이탈리아 음식들은 대학생이나 젊은 샐러리맨들이 주고객인지라 양이 많고 값도 그리 비싸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