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질 섬유조직 이용한 초강력 접착제 개발… 감염 억제력 높아 장기이식에도 활용 예정
홍합만큼 흔한 해산물도 드물다. 해물탕집 기본메뉴에서 ‘파엘라’라는 스페인 전통 볶음밥의 필수 재료로까지 널리 쓰인다. 알맹이의 색감으로 식욕을 돋우는 홍합은 뽀얗게 우러나 시원한 국물맛으로 술잔을 기울이게도 한다. 산소와 먹이가 풍부한 해역의 바위에서 주로 서식하는 홍합은 강 하구나 항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부 연안에서는 말뚝을 박아놓고 양식하거나 유해성 적조 시기에는 ‘홍합 경계령’이 발동돼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홍합은 바닷물을 걸러서 미소 영양소를 섭취한다. 1시간에 6ℓ의 바닷물을 여과하는 능력이 있다. 홍합은 중금속에 대한 내성이 매우 높아서 체내에 납을 약 3천ppm(먹을 수 있는 기준농도는 10ppm)까지 농축하기도 한다. 물론 식용 홍합은 중금속 성분을 제거한 것이다.
첨단 접착제에서 인공피부 재료까지
최근 홍합은 생명공학적 효용성을 인정받아 놀라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바위·유정·굴착장치·부두 등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홍합이 생명공학적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홍합은 놀라운 능력으로 물체에 매달린다. 홍합의 다리 구실을 하는 부위의 한쪽 끝은 물체에 달라붙을 수 있는 빳빳한 밧줄구조이며, 다른 한쪽 끝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홍합의 섬유조직이 단순하게 신축성이 있는 막대기에 지나지 않는다면 조수로 인해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물살에 견디기 힘들다. 홍합이 자신을 해저 바닥이나 물체에 견고하게 부착할 수 있는 강력한 접착물질인 ‘교원질 섬유조직’을 만들어내기에 가능한 일이다. 섬유조직은 근육을 뼈에 부착시키는 사람의 건섬유보다 5배나 질기고 잡아당길 때 늘어나는 신장력이 16배나 된다. 이 물질은 지구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첨단 접착제나 인공피부의 재료로 쓰일 전망이다.
홍합의 교원질 섬유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금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홍합의 다리세포에 있는 단백질 유전암호가 교원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 단백질의 중간에는 질긴 교원질 영역이 있고 양쪽에는 탄력소 유사부위가 있다. 대개 척추동물의 피부나 동맥에서 발견되는 탄력소가 무척추동물에 있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홍합의 탄력소 유사부위에는 아미노산의 하나인 히스티딘(histidine)을 비롯해 글리신(glycine)·알라닌(alanine)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들은 홍합 섬유조직이 금속과 반응해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한다. 홍합의 아미노산은 거미줄에서 발견되는 것들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쓸모가 있다. 거미줄의 아미노산들은 매우 가늘어 연구자들이 다루기 힘들다. 이에 비해 홍합의 아미노산은 상대적으로 두꺼워 인위적 조절이 쉽다. 이미 홍합의 생체를 이용한 제품이 나왔다. 미국 에너지부 아이다호 국립공학연구소의 분자생물학자들이 홍합의 교원질 섬유조직을 이용해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한 것이다. 홍합의 교원질을 이용할 경우 1g의 접착제를 만드는 데 무려 1만개 이상의 홍합을 써야 한다. 자연산 홍합을 이용해 강력 접착제를 만든다면 바다의 홍합은 씨가 마를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옥시리보핵산(DNA) 기술을 활용했다. 홍합에서 점성이 있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증식시켜 교원질 섬유조직을 양산한 것이다. 에너지부 연구팀과 캘리포니아대학 과학자들은 공동으로 실조직으로 거듭나는 5개의 단백질을 밝혀냈다. 이 접착제는 바닷물에서도 견딜 수 있어 선박·군함을 만들거나 물·습기로 인해 특성이 악화되지 않는 건설재료 등에 폭넓게 쓰일 예정이다. 홍합은 의학적으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생의학공학과 필립 메서스미스 교수팀은 홍합의 교원질 섬유조직을 이용해 장기이식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혈전과 세균감염을 효율적으로 방지하려고 한다. 연구진은 한면은 홍합에서 분비되는 접착성 단백질로 만든 끈끈한 접착성분과 다른 면은 특수한 부착 방지제로 도포되는 코팅을 개발했다. 접착성이 있는 쪽은 이식물 표면에 제대로 달라붙도록 하는 것이며, 다른 면은 심장혈관·요도관·투석관 등의 이식장기를 오염시키는 세포나 단백질의 침착을 방지한다. 이식장기의 오염은 이식장비의 오작동, 혈전이나 치명적인 세균감염을 유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의료 장비를 위한 많은 반접착물질과 항균기술이 개발됐다. 하지만 어떠한 것도 모든 종류의 이식물 표면에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인공배양 통한 대량생산은 아직 요원
생물부착 방지 코팅은 홍합의 끈끈한 고농도 아미노산을 ‘폴리에틸렌 글리콜’(PEG·polyethylene glycol)에 결합해 만든다. 코팅제의 접착성이 있는 쪽은 내부면에 부착되고, 다른 쪽은 이식장비에서 발생하는 단백질이나 세포의 결합을 방지하는 양면분자를 생산한다. 홍합의 교원질을 이용한 물질은 금과 티타늄 표면에 쉽게 부착돼 2주까지 세포의 표면결합에 저항성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생물 부착 방지 물질도 비슷한 기간을 오염에 견디지만, 연구자들은 홍합의 교원질이 더 오랫동안 능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홍합의 접착 단백질이 사실상 모든 표면에 부착되는 성질이 있는 것처럼, 이 새로운 물질이 의료장비 외의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플라스틱처럼 다른 표면에도 부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미 홍합의 분자물질의 부착성을 검증한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바다는 자원의 보고로 여겨진다. 그것도 첨단공학의 산실로 평가받는다. 예컨대 굴껍질 속의 아미노산은 자신의 무게보다 100배나 무거운 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겔을 형성한다. 이 화합물의 구조를 분석해 만든 중합체는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청소하거나 물을 정화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홍합이나 굴 등 어패류가 의학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의 퀸엘리자베스병원 연구팀은 녹색입홍합에서 암세포를 수시간 안에 죽일 수 있는 초강력 물질인 ‘리프리놀’(Liprinol)이라는 물질을 추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임상적 적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무리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도 배양방법을 확립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합이 공학적으로 거듭나 감염의 위험을 줄이는 데 적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더욱 놀라운 홍합의 가능성이 밝혀질 수도 있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사진/ 홍합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홍합 다리 부위에서 나오는 교원질 섬유조직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홍합의 교원질 섬유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금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홍합의 다리세포에 있는 단백질 유전암호가 교원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 단백질의 중간에는 질긴 교원질 영역이 있고 양쪽에는 탄력소 유사부위가 있다. 대개 척추동물의 피부나 동맥에서 발견되는 탄력소가 무척추동물에 있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홍합의 탄력소 유사부위에는 아미노산의 하나인 히스티딘(histidine)을 비롯해 글리신(glycine)·알라닌(alanine)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들은 홍합 섬유조직이 금속과 반응해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한다. 홍합의 아미노산은 거미줄에서 발견되는 것들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쓸모가 있다. 거미줄의 아미노산들은 매우 가늘어 연구자들이 다루기 힘들다. 이에 비해 홍합의 아미노산은 상대적으로 두꺼워 인위적 조절이 쉽다. 이미 홍합의 생체를 이용한 제품이 나왔다. 미국 에너지부 아이다호 국립공학연구소의 분자생물학자들이 홍합의 교원질 섬유조직을 이용해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한 것이다. 홍합의 교원질을 이용할 경우 1g의 접착제를 만드는 데 무려 1만개 이상의 홍합을 써야 한다. 자연산 홍합을 이용해 강력 접착제를 만든다면 바다의 홍합은 씨가 마를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옥시리보핵산(DNA) 기술을 활용했다. 홍합에서 점성이 있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증식시켜 교원질 섬유조직을 양산한 것이다. 에너지부 연구팀과 캘리포니아대학 과학자들은 공동으로 실조직으로 거듭나는 5개의 단백질을 밝혀냈다. 이 접착제는 바닷물에서도 견딜 수 있어 선박·군함을 만들거나 물·습기로 인해 특성이 악화되지 않는 건설재료 등에 폭넓게 쓰일 예정이다. 홍합은 의학적으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생의학공학과 필립 메서스미스 교수팀은 홍합의 교원질 섬유조직을 이용해 장기이식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혈전과 세균감염을 효율적으로 방지하려고 한다. 연구진은 한면은 홍합에서 분비되는 접착성 단백질로 만든 끈끈한 접착성분과 다른 면은 특수한 부착 방지제로 도포되는 코팅을 개발했다. 접착성이 있는 쪽은 이식물 표면에 제대로 달라붙도록 하는 것이며, 다른 면은 심장혈관·요도관·투석관 등의 이식장기를 오염시키는 세포나 단백질의 침착을 방지한다. 이식장기의 오염은 이식장비의 오작동, 혈전이나 치명적인 세균감염을 유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의료 장비를 위한 많은 반접착물질과 항균기술이 개발됐다. 하지만 어떠한 것도 모든 종류의 이식물 표면에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인공배양 통한 대량생산은 아직 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