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잔디(떼)일을 크게 하는 사람이 있다. 시제와 산소 이장이 많은 봄철에는 자기 농사 일하랴, 떼밭일 다니랴 동네사람들은 하루도 품 쉴 날이 없다.
아버님은 아예 떼밭 반장인 양 일을 다니시느라 터널고추 활죽 끼우기, 줄치기 등이 어머니 몫이어서 밤마다 녹초가 되신다. 요 며칠 아침저녁으로 생일밥이며 제삿밥 먹으러 불려다닌 터에 밥품 갚아야 한다며 전날 밤 지낸 제사음식 음복하라고 어머닌 저녁식사에 가까운 동네분들을 부르신다.
들판의 매서운 추위는 가셨지만 봄볕에 얼굴 까맣게 그을린 채 하루 종일 일에 곤죽이 된 어른들에게 “오라, 마라” 하는 게 오히려 부담이지 싶어도 그게 아닌 모양이다.
초청된 미정이네 부부, 아래뜰 아재네 부부, 죽림댁이 “제삿밥 품 갚으러 왔어”라고 외며 들어선다.
얼추 보니 평소에 잘지내고 일도 항꾼에(함께) 다니는 동네사람들이다.
들판밥은 함께 많이 먹어봤겠지만 우리집에서 식사대접하기는 오랜만이지 싶다.
“되야서(힘들어서) 밥이고 뭐고 대충 때우고 안 오고잡아도 우리가 안 오문 군산양반도 안 올 것 아니요? 이것도 품앗이제라”며 미정이 엄마는 식혜로 목부터 축인다.
“미정이네는 언제 고추 붙이요?” “낼모레새 붙인다 안 허요.” 밥상은 금세 고추며, 못자리 품앗이 일정 잡고 조정하느라 왁짜해진다. 중간중간 떼밭 사장으로부터 작업반장인 아버님과 미정이 엄마에게 일꾼 확인전화가 오고, 떼밭 일정과 동네 품앗이는 엇박자로 맞춰진다. 물린 밥상 받아 아이들 밥 먹이고 차 한잔씩 하는데 선태할매가 들어선다. 아들이 동네에서 기계 가지고 일도 하고 농사도 많은 집인데 다른 사람보다 기곗삯을 비싸게 받아 올해부터는 딴 곳에 기계일을 맡긴 터라 동네사람들이 그닥 반가워하는 눈치는 아니다. 뜬금없이 웬일인가 싶었는데 품 얻으러 돌아다니다 보니 좋은 품들이 우리집에 모였다기에 와봤단다. “영감이 낼모레 고추붙이는데 품들 단도리하라고 혀서 와봤제”라며 운을 떼자, 먼발치 사돈뻘 되는 미정이 엄마가 “사돈 걱정말어라우. 가기로 한 것인게 갈 텐께”라며 안심시킨다. “묵을 것 다 묵었응께 언능 일어서.” 죽림댁 재촉에 미정이 엄마는 보던 드라마 다 보고 가자며 엉덩이를 주저앉힌다.
다시 내일부터 품앗이며, 품팔이로 뺑뺑이 돌아야 할 60 넘은 노인들의 일에 지친 육신들은 개 짖는 소리를 배웅삼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봄날의 빡씬(힘든) 노동에 몸을 맡기며 말이다.
이태옥/ 영광 여성의전화 사무국장

“미정이네는 언제 고추 붙이요?” “낼모레새 붙인다 안 허요.” 밥상은 금세 고추며, 못자리 품앗이 일정 잡고 조정하느라 왁짜해진다. 중간중간 떼밭 사장으로부터 작업반장인 아버님과 미정이 엄마에게 일꾼 확인전화가 오고, 떼밭 일정과 동네 품앗이는 엇박자로 맞춰진다. 물린 밥상 받아 아이들 밥 먹이고 차 한잔씩 하는데 선태할매가 들어선다. 아들이 동네에서 기계 가지고 일도 하고 농사도 많은 집인데 다른 사람보다 기곗삯을 비싸게 받아 올해부터는 딴 곳에 기계일을 맡긴 터라 동네사람들이 그닥 반가워하는 눈치는 아니다. 뜬금없이 웬일인가 싶었는데 품 얻으러 돌아다니다 보니 좋은 품들이 우리집에 모였다기에 와봤단다. “영감이 낼모레 고추붙이는데 품들 단도리하라고 혀서 와봤제”라며 운을 떼자, 먼발치 사돈뻘 되는 미정이 엄마가 “사돈 걱정말어라우. 가기로 한 것인게 갈 텐께”라며 안심시킨다. “묵을 것 다 묵었응께 언능 일어서.” 죽림댁 재촉에 미정이 엄마는 보던 드라마 다 보고 가자며 엉덩이를 주저앉힌다.

일러스트레이션/ 경연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