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식 변기의 편리함만이 옳은가… 환경친화적인 전통 뒷간 연구한 ‘똥박사’ 이동범씨
“우리나라 수세식 변기는 한번 용변보고 물 내릴 때마다 평균 13ℓ의 물이 들어갑니다. 미국은 이를 6ℓ로 제한하고 있어요. 기차의 쉭 하고 빨려나가는 압력식 변기는 0.5ℓ로도 충분합니다. 지금의 수세식 변기는 물의 낭비도 심하고 환경파괴적 측면도 심각합니다. 친환경적이고 생태적, 덜 낭비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수세식이 불가피한 만큼 물이라도 적게 쓰고 정화조의 정화기능을 강화해 생태적인 뒷간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뒷간, 자연과 하나되는 공간
‘똥박사’, 아니 ‘뒷간 박사’라고 불러야 할까. 이동범(36)씨는 ‘똥 철학’을 한다. 물론 정식 철학자는 아니다. 잘못된 우리의 똥문화에 대해 고민하다가 똥에 대해 연구했고, 최근에는 똥과 뒷간에 대한 책 <자연을 꿈꾸는 뒷간>(들녘 펴냄(02-323-7849), 9천원)까지 냈다.
사실 뒷간 즉 화장실의 문제는 진작부터 많은 이들이 제기해왔다. 예전의 수거식(이른바 ‘푸세식’) 화장실은 인분을 다시 자연 속으로 되돌리지만, 현대의 수세식 화장실은 인분을 물에 흘려보내기 때문에 깨끗한 듯해도 수질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씨는 원래 답사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 지난 90년대 중반 국토답사단체인 신들메를 만들었고, 97년 신들메와 누리앎 등의 답사단체들이 결합해 발족한 겨레문화답사회에서도 답사를 이끌었다. 그러다가 이씨는 ‘해우소’라고 불리는 절집의 뒷간 등 우리 전통 재래식 뒷간이 농사에 쓸 거름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며 수질을 오염시키는 수세식 화장실보다 훨씬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자연스럽게 ‘뒷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씨가 본격적으로 뒷간을 연구하게 된 것은 지난 98년 충남 아산으로 귀농하면서부터이다. 적은 규모지만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천연비료가 필요했고, 천연비료로는 인분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화장실이 아닌 뒷간을 만들게 됐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도 전통문화에 눈뜨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뒷간에 매달리게 됐어요. 먹는 것의 반대가 싸는 것인데, 싸는 것이란 자연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 즉 먹은 것을 다시 자연에 되돌리는 것이잖습니까? 싸는 것은 자연과 내가 하나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당연히 뒷간도 더럽고 음습한 공간이 아니라 그 가치에 걸맞은 대접을 해줘야 하는 공간입니다. 뒷간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합니다.” ‘대안 뒷간’의 사례를 찾아
그래서 이씨는 지난 2년에 걸쳐 자료를 모으고 전국의 웬만한 절과 고택은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니며 전통 뒷간의 사진을 찍어 책을 썼다. 뒷간에 대한 사람들의 기본철학을 바꾸고 대안을 모색해보자고 권하기 위해서였다. 당장 화장실을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화장실과 뒷간이란 장소에 대해 인식만큼은 바뀌길 바라서다.
이씨의 책 <자연을…>은 그야말로 뒷간과 똥에 대한 대중서다. 똥과 뒷간에 대한 전통 문헌의 기록들, 속담, 똥의 비료적 또는 의학적 효능, 똥장군과 요강 등 똥과 관련된 다양한 전통 생활도구, 세계 각국의 화장실 문화, 남아 있는 우리의 다양한 전통 뒷간 등의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모으고 뒷간의 생태적 원리를 설명한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생태적 뒷간의 사례와 만드는 방법을 곁들인 것이다. 어차피 아파트가 집중된 도시에서 수세식은 불가피한 만큼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는 농촌지역을 위한 대안 뒷간 사례들을 모았다. 일부 귀농자들이 전통건축의 멋을 살려 운치있게 만든, 그러면서도 수거가 원활하고 깨끗한 모범 뒷간들을 소개한다. 그런 생생한 사례 등을 통해 이씨는 똥이 자연으로 되돌아가지 못해 생태순환의 고리가 끊어져버린 오늘날의 화장실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구본준 기자bonbon@hani.co.kr

사실 뒷간 즉 화장실의 문제는 진작부터 많은 이들이 제기해왔다. 예전의 수거식(이른바 ‘푸세식’) 화장실은 인분을 다시 자연 속으로 되돌리지만, 현대의 수세식 화장실은 인분을 물에 흘려보내기 때문에 깨끗한 듯해도 수질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씨는 원래 답사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 지난 90년대 중반 국토답사단체인 신들메를 만들었고, 97년 신들메와 누리앎 등의 답사단체들이 결합해 발족한 겨레문화답사회에서도 답사를 이끌었다. 그러다가 이씨는 ‘해우소’라고 불리는 절집의 뒷간 등 우리 전통 재래식 뒷간이 농사에 쓸 거름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며 수질을 오염시키는 수세식 화장실보다 훨씬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자연스럽게 ‘뒷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씨가 본격적으로 뒷간을 연구하게 된 것은 지난 98년 충남 아산으로 귀농하면서부터이다. 적은 규모지만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천연비료가 필요했고, 천연비료로는 인분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화장실이 아닌 뒷간을 만들게 됐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도 전통문화에 눈뜨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뒷간에 매달리게 됐어요. 먹는 것의 반대가 싸는 것인데, 싸는 것이란 자연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 즉 먹은 것을 다시 자연에 되돌리는 것이잖습니까? 싸는 것은 자연과 내가 하나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당연히 뒷간도 더럽고 음습한 공간이 아니라 그 가치에 걸맞은 대접을 해줘야 하는 공간입니다. 뒷간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합니다.” ‘대안 뒷간’의 사례를 찾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