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껍데기가 음식으로 자리잡기까지… 무대포집에서 신동엽 시인과 부시를 떠올리다
한자의 가죽 피(皮)자는 털이 그대로 붙어 있는 동물의 가죽을 나타내는 글자다. 짐승의 가죽은 부드럽고 질기며, 또 그 털이 화려한 빛깔을 지니고 있고 보온성이 높으므로 의복의 훌륭한 재료가 된다. 그러므로 皮자의 상형문자는 의복이나 신발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짐승의 가죽을 손으로 벗겨내는 모양에서 만들어졌다. 또 皮자는 초근목피(草根木皮)에서처럼 의미가 확대되어 식물의 표피인 ‘껍질’의 뜻을 지니기도 하고, 피상적(皮相的)에서처럼 사물의 표면인 ‘겉’을 뜻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사람의 피부, 짐승이나 물고기의 껍질같이 변화된 뜻을 만들어냈다.
짐승의 가죽을 뜻하는 한자로는 가죽 혁(革)자도 있다. 革자 역시 동물의 가죽 모양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옛 자형은 의복이나 신발 등 생활에 필요한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햇볕에 말리고 있는 짐승의 가죽 모양으로 머리와 몸체, 그리고 꼬리의 형상을 그린 것이다. 곧 革자는 평평하게 가지런히 펼쳐진 모양으로 짐승의 가죽이 이미 가공돼 처리되었음을 보여주는 글자다.
皮자는 ‘털이 그대로 달려 있는 짐승의 가죽’을 뜻하는 반면 革자는 ‘털을 제거하고 무두질(다듬질)로 가공한 짐승의 가죽’을 뜻하므로, 革은 皮에서 많이 발전돼 ‘고쳐진’ 것이다. 여기에서 革자는 의미가 확장돼 혁명(革命)이나 개혁(改革)에서처럼 ‘고치다’의 뜻으로도 쓰이게 된 것이다.
살코기는 물론 대가리, 뼈, 꼬리, 갖가지 내장을 따로이 분류해 각각의 독특한 음식 재료로 개발하였던 우리 민족도 짐승의 가죽만 따로 벗겨내어 음식으로 만들지는 않은 것 같다. 쇠가죽처럼 크고 질긴 좋은 가죽은 음식으로 먹어치우기보다는 신발이나 안장 등으로의 쓰임새가 더 중요하기도 했을 터이고, 또 다른 가축들은 단백질원이 워낙 귀한 때인지라 양을 늘리기 위해 웬만하면 가죽을 벗겨내지 않고 살코기와 함께 조리했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옛 조리서들에 가축의 가죽이나 껍질을 따로이 조리하는 방법이 소개된 것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단지 <임원십육지>의 저자 서유구의 형수 빙허각 이씨가 1815년께 지은 <규합총서>에 돼지 껍질을 고아서 묵처럼 엉기게 한 저피수정회법(猪皮水晶膾法)이 유일하게 설명되어 있을 뿐이다. 저피수정회는 쇠족을 장시간 고아 묵처럼 만든 족편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데, 양념장에 찍어 먹는 데서 ‘회’ 라는 이름이 붙었다.
70년대 중반까지 서울역에서 염천교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지하도 모퉁이에 미국 등지에서 수입해온 공업용 쇠가죽에 붙어 있는 고기를 긁어모아 적당히 양념을 넣고 연탄불에 볶아내는 노점들이 줄을 이어 있었다. 이것이 이른바 수구레인데, 아무리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라지만 화학처리된 쇠가죽에서 긁어낸 고기를 사람에게 먹게 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음식의 재료로서 짐승이나 어류의 껍데기(껍질)는 생각보다 맛이 있다. 개고기의 경우도 마니아들은 껍데기가 붙어 있는 배바지살을 최고로 치며, 콜레스테롤이 높다지만 닭도 살보다 껍질이 더 고소하다. 복어나 도미의 껍질도 양념장에 따로이 무치면 쫀득쫀득한 감칠맛이 그럴듯하다. 돼지 껍데기는 원래 마포 최대포집 등에서 돼지갈비를 시킨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주던 것인데, 이제는 노랗게 구운 졸깃졸깃한 돼지 껍데기 맛에 반해 찾는 이가 많게 되자 독립된 메뉴로 자리를 잡았고, 돼지 껍데기 전문점도 여럿 생겨났다. 홍익대와 서교호텔 사이 이른바 먹자골목에 가면 돼지 껍데기 전문 ‘무대포집’(02-334-7400)이 있다.돼지고기 관련 메뉴로 6년을 버텨온 집주인 김백신(36)씨는 두툼한 돼지 껍데기를 갈비 양념에 12시간 이상 재어 양념이 충분히 스며들게 한 다음, 타지 않게 노릇노릇 구워내는 것이 돼지 껍데기 맛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1969년 40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민족시인 신동엽은 이 땅에 똬리 틀고 있는 외세와 권력자들의 압제와 착취, 위선과 기만을 향해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다. 수많은 이라크 민간인들이 미군의 무차별 폭격에 목숨을 잃는 잔인한 4월, 껍데기집에 가보라. 그리고 소주 한잔에 졸깃졸깃 고소한 돼지 껍데기를 씹으며 조지 부시의 소름 끼치는 짓거리를 생각해보라.

사진/ 돼지 껍데기를 갈비 양념에 12시간 이상 재어 양념이 충분히 스며들게 한 다음 타지 않게 노릇노릇 구워내는 것이 무대포집 돼지 껍데기 맛의 비결이다.
70년대 중반까지 서울역에서 염천교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지하도 모퉁이에 미국 등지에서 수입해온 공업용 쇠가죽에 붙어 있는 고기를 긁어모아 적당히 양념을 넣고 연탄불에 볶아내는 노점들이 줄을 이어 있었다. 이것이 이른바 수구레인데, 아무리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라지만 화학처리된 쇠가죽에서 긁어낸 고기를 사람에게 먹게 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음식의 재료로서 짐승이나 어류의 껍데기(껍질)는 생각보다 맛이 있다. 개고기의 경우도 마니아들은 껍데기가 붙어 있는 배바지살을 최고로 치며, 콜레스테롤이 높다지만 닭도 살보다 껍질이 더 고소하다. 복어나 도미의 껍질도 양념장에 따로이 무치면 쫀득쫀득한 감칠맛이 그럴듯하다. 돼지 껍데기는 원래 마포 최대포집 등에서 돼지갈비를 시킨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주던 것인데, 이제는 노랗게 구운 졸깃졸깃한 돼지 껍데기 맛에 반해 찾는 이가 많게 되자 독립된 메뉴로 자리를 잡았고, 돼지 껍데기 전문점도 여럿 생겨났다. 홍익대와 서교호텔 사이 이른바 먹자골목에 가면 돼지 껍데기 전문 ‘무대포집’(02-334-7400)이 있다.돼지고기 관련 메뉴로 6년을 버텨온 집주인 김백신(36)씨는 두툼한 돼지 껍데기를 갈비 양념에 12시간 이상 재어 양념이 충분히 스며들게 한 다음, 타지 않게 노릇노릇 구워내는 것이 돼지 껍데기 맛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1969년 40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민족시인 신동엽은 이 땅에 똬리 틀고 있는 외세와 권력자들의 압제와 착취, 위선과 기만을 향해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다. 수많은 이라크 민간인들이 미군의 무차별 폭격에 목숨을 잃는 잔인한 4월, 껍데기집에 가보라. 그리고 소주 한잔에 졸깃졸깃 고소한 돼지 껍데기를 씹으며 조지 부시의 소름 끼치는 짓거리를 생각해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