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맡으며 구룡산에서 첫 회의… 친구와 ‘뒷산 오르기’다짐한 뒤 모닝 콜 넣기도
나는 특별히 건강을 걱정하지 않는다. 내 한 친구는 나를 보고 건강하게 태어낳다며 나를 철통에 비유한다.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내 몸을 느끼기에도 몸 속의 모든 기관들이 활기차게 활동하는 것 같아서다. 보기에 좀 뚱뚱해서 그렇지 건강미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건강하다는 내 몸통을 내가 싫어한다. “페미니스트가 뭐 몸매 갖고 고민을 해” 하는 말을 듣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 모습은 좀 그렇다. 용납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뚱뚱함이 건강에 지장을 일으킬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내 몸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바쁜 일에 쫓기며, 밤늦게 귀가해 먹는 습관 때문이다. 참아야지 하면서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욕망을 잠재우지 못해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어느 날 내 몸이 그만 삐쳐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엄청나게 무거웠다. 천근이었다. 일찍 일어나서 바삐 뛰어나가고, 밤늦게 돌아와 몸을 내던지듯 학대했더니 그만 골을 내는 모양이다. 부랴부랴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몸이 좀 넉넉한 친구와 양재동 헬스클럽에 같이 등록했다.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서로가 서로를 ‘약속 지킴이’로 정한 것이다. 우리는 러닝머신과 사이클 그리고 스트레칭을 주로 했다. 나는 기계들의 도움도 즐거웠지만 같은 공간에 함께 뛰는 젊은이들에게서 기(氣)를 받는 것 같아 더 좋았다. 기계와 내 몸이 일치하니 온몸이 가벼워졌고, 오장육부가 시원해졌다. 흘린 땀냄새가 물씬 나지만 내 몸이 즐거워하는 것도 느꼈다. 그런데 넉달도 다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우리 둘 다 바쁘다는 것이 핑계였고 이유였다.
둘이서 대책회의를 했다. 매일 아침 할 운동과 주말 프로그램까지 세웠다. 친구는 양재동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을 선택했고, 경기도에 사는 나는 집 뒷산을 골랐다. 아침 7시에는 서로를 전화로 깨우기로 했다. 서로는 운동을 했나 점검하는 야비한 확인계획 장치도 마련했다. 이는 우리 둘만의 문제로 보지 않아, 이 방식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회의를 밥먹듯 해야 하는 주변 동료들과 야산 등반을 격주로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모두 찬성했다. 이 결심은 실천을 눈앞에 보는 듯 확실성이 높았다. 의외로 격렬한 찬성을 받았으니 말이다. 누가 시킨 ‘바쁜 생활’인지 서로를 모르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는 서로의 현실을 드러낸 것이다. ‘바쁘다’를 노래하는 우리들이 ‘느림’을 추구해보자는 공통의 목적이 확립된 것이다.
이 봄이 반갑고, 골짜기 시냇물 소리가 그립고, 왁자지껄하는 도심 아늑한 커피숍도 좋지만 한적한 산 속의 맑은 공기와 흙냄새가 좋지 않겠느냐며, 모두 같이 결정을 했다. 서초동 구룡산에서의 첫 회의는 그래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일곱명이 한 봄맞이 등반이었다. 봄소리가 들리는 땅을 밟고 서서 우리 모두 즐거운 건강 살리기를 실천했다. 드디어 홀로서기가 부족한 나에게 함께하기라는 매우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었다.
박영숙/ 사진가

사진/ 사진가 박영숙 (이용호 기자)
박영숙/ 사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