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칠 줄 아는 꽃게 속성 때문에 서해교전 벌어져… 담백하고 고소한 돌머리산낙지집 게장
정약전은 조선조의 위대한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친형이다. 1801년 천주교들을 박해하는 신유사옥이 일어나자 정약전도 이에 연루되어 흑산도로 유배된다. 다산과 마찬가지로 실학자였던 정약전은 유배지에서도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틈틈이 저술활동을 하며 울적한 심사를 달랬다. 정약전의 저술의 하나인 <자산어보>는 그가 유배된 흑산도 근해의 수산생물을 실지로 조사·채집하는 동시에 이를 어류·패류 등으로 분류하여 각 종류의 명칭·분포·형태·습성 및 이용에 관한 것까지를 자세히 기록한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학 관계 명저다.
<자산어보>는 꽃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시해(속칭 살궤·꽃게)는 뒷다리 끝이 넓어서 부채 같다. 두 눈 위에 한치 남짓한 송곳 모양의 것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주어졌다. 대체로 게는 모두 잘 달리나 헤엄을 치지 못하는데, 이 게만은 부채 같은 다리로 물 속에서 헤엄을 칠 수 있다. 이것이 물에서 헤엄치면 큰 바람이 불 징조다. 맛이 달콤하고 좋다. 흑산도에서는 희귀하다. …때때로 낚시에 걸리며 칠산바다에서는 그물로도 잡는다.”
갯벌에서 ‘달리기만’ 하는 대부분의 게들과 달리 바다 속에서 ‘헤엄을 치는’ 꽃게의 이러한 습성이 1999년, 2002년 남과 북 사이에 작은 전쟁을 치르게 한 간접적 원인이 되었다. 썰물을 따라 헤엄쳐 나오는 꽃게를 잡기 위해 북한 어선들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을 수밖에 없었고, 이를 보호하려는 북한 경비정과 저지하려는 남한 경비정 사이의 팽팽한 대치가 결국 교전으로 이어져 수십명의 고귀한 젊은이들이 죽어갔던 것이다.
클라우제비츠가 그의 저서 <전쟁론>에서 밝혔듯,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해 수행되는 정치(정책)의 또 다른 표현에 다름 아니다. 그럴듯한 명분과 미사여구로 침략을 설명하려 하지만 결국 모든 전쟁, 모든 침략에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인간의 탐욕이 개재되어 있다. 흔히 전쟁의 특성상 집단적 폭력행위에만 주목하는데, 그러면 이러한 숨겨진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간과하게 된다. 왜 미국은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는가 말할 나위 없이 석유의 강점이 목적이며, 이는 탐욕의 소산이다.
4월이면 서해안 꽃게 철이 시작된다. 산란을 앞두고 살이 꽉 찬 꽃게로 만든 꽃게찜·꽃게탕·게장의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풍미를 생각하면 금세 입 안에 침이 고인다. 그러나 꽃게로 인해, 아니 꽃게를 자기 혼자만 많이 잡아야 한다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또다시 서해교전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미국과 이라크가 석유 때문에 큰 전쟁을 한다고 해서 남한과 북한이 꽃게로 작은 전쟁을 벌여서야 되겠는가. 말이 되는지 모르지만, 남북이 평화롭게 공동으로 조업하고, 북쪽이 잡은 꽃게를 남쪽이 사주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몇달 전부터 미국에서 오래 살다 돌아온 김상민군이 영등포시장 안에 기가 막히게 맛있는 게장집이 있으니 한번 가보라고 했다. 나는 버터에 길들여졌을 것 같은 그의 입맛을 그리 믿지 못하여 그때마다 “네가 게장 맛을 알아” 하고 시큰둥하게 일축하였으나, 며칠 전 김군이 다시 그 게장집을 이야기하기에 헛걸음하는 셈치고 짬을 내어 가보았다. ‘돌머리산낙지집’(02-2637-0092, 0577)이 그 집인데, <한겨레21> 제450호에서 소개한 갈치조림전문집 ‘산골나그네’에서와 마찬가지로 ‘김학민식 선택법’이 또 한번 실패를 맛보는 순간이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으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이 집의 간장 게장은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이 집의 여주인 윤지영씨(49)는 전주 대갓집 딸인 친정어머니의 타고난 미각과 솜씨를 이어받아 낙지·게장 분야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한다. 강남구 신사동의 소문난 게장을 사와 손님 상에 자기 집 게장과 똑같이 올려놓고 당당히 평가받을 정도로 자신만만하다. 김학민 ㅣ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사진/ 돌머리산낙지집의 여주인 윤지영씨는 전주 대갓집 딸인 친정어머니의 타고난 미각과 솜씨를 이어받았다.

4월이면 서해안 꽃게 철이 시작된다. 산란을 앞두고 살이 꽉 찬 꽃게로 만든 꽃게찜·꽃게탕·게장의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풍미를 생각하면 금세 입 안에 침이 고인다. 그러나 꽃게로 인해, 아니 꽃게를 자기 혼자만 많이 잡아야 한다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또다시 서해교전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미국과 이라크가 석유 때문에 큰 전쟁을 한다고 해서 남한과 북한이 꽃게로 작은 전쟁을 벌여서야 되겠는가. 말이 되는지 모르지만, 남북이 평화롭게 공동으로 조업하고, 북쪽이 잡은 꽃게를 남쪽이 사주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몇달 전부터 미국에서 오래 살다 돌아온 김상민군이 영등포시장 안에 기가 막히게 맛있는 게장집이 있으니 한번 가보라고 했다. 나는 버터에 길들여졌을 것 같은 그의 입맛을 그리 믿지 못하여 그때마다 “네가 게장 맛을 알아” 하고 시큰둥하게 일축하였으나, 며칠 전 김군이 다시 그 게장집을 이야기하기에 헛걸음하는 셈치고 짬을 내어 가보았다. ‘돌머리산낙지집’(02-2637-0092, 0577)이 그 집인데, <한겨레21> 제450호에서 소개한 갈치조림전문집 ‘산골나그네’에서와 마찬가지로 ‘김학민식 선택법’이 또 한번 실패를 맛보는 순간이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으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이 집의 간장 게장은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이 집의 여주인 윤지영씨(49)는 전주 대갓집 딸인 친정어머니의 타고난 미각과 솜씨를 이어받아 낙지·게장 분야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한다. 강남구 신사동의 소문난 게장을 사와 손님 상에 자기 집 게장과 똑같이 올려놓고 당당히 평가받을 정도로 자신만만하다. 김학민 ㅣ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