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음반의 추억을 찾아
등록 : 2000-10-11 00:00 수정 :
이제는 CD에 밀려 완전히 사라졌지만 LP음반은 여전히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추억의 상징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소수의, 그러나 열광적인 LP음반 애호가들만을 위한 LP전문점들이 남아 있다. 물론 LP음반은 새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중고만을 거래하는 곳들이다.
이들 중고LP전문점들은 대부분이 서울 중구 회현동 지하상가 일대에 몰려 있다. 80년대부터 한두집씩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 열두곳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클래식과 올드팝, 재즈 등의 희귀 중고LP를 주종으로 하면서 약간의 중고CD를 취급하고 있어 음악팬들의 순례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원래 이들 중고음반가게의 간판은 명동 입구에 있는 ‘부루의뜨락’(02-778-7309)이다. 이곳은 특히 영화 <접속>에서 PC통신에서 사귀던 주인공 한석규와 전도연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스쳐가는 레코드가게로 여러 차례 등장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건너편에서 3∼4평짜리 작은 가게로 시작해 80년대 중반 마포로 옮겨 이른바 ‘피엑스음반’이 많은 곳으로 유명해진 뒤 명동으로 진출했다. 90년대 들어서 전문화. CD와 중고가요, 중고팝, 중고클래식 등 다양한 음반 수십만장을 보유하는 대형 매장으로 커졌다. 얼핏 작아보이지만 4층까지 있어 웬만한 대형 음반매장보다 음반 종류가 훨씬 많고 정품 CD의 값도 10% 정도 싼 편이다. 정품과 중고품, CD와 LP를 모두 고르게 취급하는 것도 강점. 그래도 주종목은 중고클래식 LP음반으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값이 더 나가는 외국의 ‘초판’ 음반들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매장 직원들 대부분이 음악도사급인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회현동 지하상가 음반거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클림트(02-777-8788)는 3만여장의 LP를 구비한 중고LP전문점. 클래식이 대중을 이루지만 가요와 재즈, 올드팝도 웬만한 것은 다 구입할 수 있다. 주인 김세환씨는 연주자, 레이블, 시기별 음반의 차이는 물론 자주 오는 고객들의 음악적 성향이나 보유하고 있는 음반 목록까지 꿰고 있을 정도여서 중고음반에 관한한 대한민국 최고수로 불린다.
이 밖에 프랑스 클래식 희귀판과 칸초네, 샹송 그리고 제3세계 음악 전문인 ‘고랑’과, 미국제 질좋은 LP가 특히 많은 ‘유진’, 아울렛 매장처럼 중저가 올드팝과 록음악 LP를 전문으로 하는 ‘떼아뜨르’도 각각 특색이 분명한 전문점들로 손꼽힌다. 이 업종 가장 고참격인 ‘리빙사’는 중저가 클래식 음반이 전문이다.
음악 초심자부터 평론가까지 찾아오는 이곳 중고LP가게 업계에는 특히 값나가는 희귀판들도 상당하다. 요즘 가장 수집가들의 목표가 되고 있는 음반은 60∼70년대 한국록의 명반들. 일본 마니아들이 일부러 찾아와 사가기도 한다. 특히 신중현씨의 그룹 애드포나 퀘스쳔스, 더 맨 시절의 음반은 음반만 입수되면 연락달라는 한국과 일본 수집가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 임아영, 장현 등 70년대 가수들의 음반도 대표적인 인기품목들. 클래식 역시 독일 그라모폰의 20∼30년대 초판 등 수백만원대의 희귀판까지 있다. 하지만 주종은 역시 5천원∼2만원의 중고음반들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음반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