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언니네 방에서 자매애 나눠요

451
등록 : 2003-03-20 00:00 수정 :

크게 작게

사진/ 언니네 운영위원들이 사이트 개편을 놓고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3년 전, 대학에서 여성주의 운동을 펼치던 7명의 남녀가 만났다. 그리곤 의기투합했다. 언니를 만나 이야기하듯 편안하고 부담 없는 사이버 마을을 만들자고. 이렇게해서 여성주의자들의 인터넷 기지 ‘언니네’(www.unninet.co.kr)가 만들어졌다. 처음엔 2주마다 업데이트하는 웹진 형태로 시작됐다. 입소문을 타고 회원이 불어나면서 ‘자기만의 방’을 비롯해 동호회 서비스도 덧붙여졌다. 현재 1천개가 넘는 ‘자기만의 방’은 언니네가 가진 최대 장점을 살린 코너다. 회원들은 ‘자기만의 방’에 연애·이혼 등 평소 공개적으로 털어놓기 힘들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올린다. 네티즌들은 그 방을 돌며 자신과 경험이 비슷한 사람들의 글을 읽고 공감한다. ‘열린 사이버 일기장’을 통해 언니들은 만나고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한다. 어떤 회원은 ‘자기만의 방’을 만든 동기를 이렇게 밝힌다. “내 아이가 아빠 방은 큰방, 내 방은 작은방, 엄마 방은 주방이라며 야물딱진 소리로 말했다. 내가 나만의 방을 만들게 된 이유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이 방을 보여주고 싶다.” 그는 남편으로부터 당한 폭력과 이혼 과정 등을 올렸다. 결혼한 페미니스트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3만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언니네는 ‘자기만의 방’을 비롯해 가사노동·섹슈얼리티·성매매·여성운동사·페미니즘 이론 등 다양한 글을 모아놓은 ‘자료창고’, 혼자 사는 백수를 위한 간단 건강식 만들기부터 연애 초짜들이 겪는 어려움 나누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카페 등 언니들이 즐겁고 행복하고 씩씩하게 살 수 있는 각종 정보를 모아놓았다. 여성주의와 관련한 각종 동호회들도 링크돼 있다.

상처받은 언니들의 쉼터로서, 각종 이슈가 넘치는 토론장으로서 언니네는 그동안 주목을 많이 받았다. 문을 열자마자 라이코스 코리아, 심마니 등 각종 포털들이 선정하는 추천사이트로 뽑혔고, 2001년 12월엔 서울 YWCA가 선정한 ‘좋은 여성사이트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마초’들의 테러에도 시달려야 했다. 군을 둘러싼 이슈가 터지기만 하면 언니네 게시판에도 불똥이 튀었다. 게시판이 여성주의자들을 위협하는 폭력적인 글로 황폐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운영진의 몫이었다. 언니네 대표 조지혜씨는 “본래 언니네는 웬만해선 삭제 안 하는 것이 원칙이다. 글을 삭제하는 데는 기준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디가 삭제된 회원은 정말 폭력적인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언니네는 올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서버도 좀더 성능이 좋은 것으로 바꾸고, 자료창고·칼럼난 강화 등 사이트도 개편할 계획이다. 온라인 서명 프로그램, 전자투표 등 여성들이 온라인에서 ‘행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해 모양새를 갖추고 비상근·자원봉사로 진행되던 사업을 바꿔 상근자 2명을 투입한다. 언니네는 이를 위한 예산을 2천만원으로 잡고 모금에 들어간다. 조 대표는 “장기적으론 ‘자기만의 방’에 실린 글들을 묶어 책을 내거나, 필자들이 개별적으로 전자책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언니네가 진정한 자매애를 나누는 공간으로 거듭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