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리기
90살의 할아버지가 비슷한 연배의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주치의가 한 30년 전부터 나한테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으니 절대로 먹지 말 것이며, 설탕은 당뇨병을 일으킬 염려가 있으니 먹어서는 안 되고, 채소는 농약이 들어 있을 것이니 먹지 말라고 말하던 것이 귀에 쟁쟁하다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한마디 했다. “그래, 그 의사가 요새는 뭐라고 하던가” 질문을 받은 할아버지는 먼 옛날 이야기를 하듯 “응, 그 의사는 오래전에 죽었어”라고 말했다. 살고 죽는 게 교과서에 나오는 식의 법칙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리라.
우리는 주변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흔히 경험한다. 평생 병원에 한번도 간 적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공기 맑고 경치 좋은 골프장에서 갑자기 죽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정기 종합건강진단에서 검사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돌아갔는데 그날 밤에 갑자기 죽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잔병 때문에 30년 이상을 거의 매달 병원에 다니며 치료받으면서도 할 거 다 하면서 계속 즐겁게 사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건강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다. “병이 없는 것이 건강이다”, “젊은 사람은 그것에만 관심이 없고, 노인들은 그것에만 관심이 있는 바로 그것이 건강이다”, “건강이란 궂은 날도 좋은 날로 느껴지도록 만드는 신체상태를 말한다”, “지키기 위해서는 먹기 싫은 것도 먹어야 하고, 마시고 싶지 않은 것도 마셔야 하고,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해야만 하는 것이 건강이다” 등등.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여태까지 “건강이란 신체와 정신에 장애가 없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해왔다. 그런데 1998년 초에 건강의 정의를 좀더 확대하여 영적 건강을 포함시켰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건강할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건강해야 진짜 건강한 것이라는 뜻이다.
심신과 정신과 혼백이 조화를 이루며 제 기능을 순리대로 발휘할 때 정상이 유지되게 마련이다. 그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심신이 고달프거나 제정신이 아니거나 혼비백산하는 등의 현상이 생긴다. 심신이 건강하고, 정신이 건강하고, 혼백이 모두 건강해야 진정한 건강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진짜 건강을 얻기 위해서는 동양의학과 서양의학과 대체의학의 모든 이론과 지식, 기술을 동원하는 게 필요하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