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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알코올로 마음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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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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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만들기

가슴의 응어리 풀어 심신에 활력 안겨… 날 된장에 오이·식초 넣은 냉국으로 숙취 해소

현기영/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타고난 체질 덕분인지 나는 환갑을 넘긴 지금까지 별로 큰 병을 앓아본 적이 없다. 타고난 체질 외에도, 어린 시절에 섭취한 음식물 또한 내 건강에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나는 쌀밥은 명절이나 제사 때나 맛보았을 뿐, 주로 보리·조·콩·수수·팥 등의 곡식으로 된 잡곡밥을 먹었는데, 그것이 나의 건강에 도움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시절의 밥상에 빠지지 않고 늘 오르던 마늘종 장아찌와 여름철 냉국으로 상식하던 날 된장국도 요즘 아주 훌륭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노경에 들어선 지금, 나는 그렇게 즐기던 육식이 싫어지고, 대신 야채와 미역, 다시마, 톳나물 같은 해초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제 나의 밥상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잡곡밥을 상식하고 된장국을 즐겨 먹는데, 미역국도 된장으로 간을 맞추고, 여름철이 아닌데도 날 된장국도 즐겨 먹는다. 날 된장국은 폭음 뒷날의 숙취 해소에도 좋다.

나는 술을 즐기는 편이다. 어리석은 생각인지 모르지만, 음주가 나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여긴다. 사춘기 시절 이후 오랫동안 염세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우울하게 지내던 내가 지금 이만큼이나 폐활량이 커지고 넉넉해진 것은 술의 조화가 분명하다.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을 초래하거니와, 병들기 쉬운 내 마음을 다스려준 것이 바로 술이라는 묘약이다. 어떤 일로 답답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집필 중인 작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아 속앓이를 할 때면, 벗들을 만나 밤늦게까지 음주를 하게 마련인데, 그렇게 술을 양껏 마신 이튿날이면 가슴속에 딱딱하게 맺혔던 응어리들이 풀려 심신이 아주 후련해진다. 나는 이 나이에도 가끔 폭음을 하는데, 폭음한 이튿날 찾아오는 속쓰림과 내면이 황폐해진 듯한 우울한 느낌도 나는 좋아한다. 그 우울한 속 쓰라림은 지나친 욕망을 버리라고 나에게 가르친다.

그러나 폭음과 지나치게 잦은 음주는 분명 건강에 해롭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숙취 해소법을 마련했는데, 위에서 언급한 날 된장국이다. 여러 해 묵은 날 된장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날 된장에 오이채, 식초, 깨를 넣어 냉수를 부으면 아주 훌륭한 냉국이 된다. 날 된장은 물론 오이, 양질의 식초도 숙취 해소에 좋다. 바쁠 때는 냉수에 식초를 조금 쳐 마셔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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